2026년 07월 07일 (화)

지금이라도 외국어 배워볼까… “여러 언어 쓸수록 저속 노화”

국제연구팀 “두가지 이상 언어 사용하면 가속노화 위험 크게 낮아져”

학창 시절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를 배웠어도 해당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외국어 공부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여러 언어를 쓰는 사람은 단일 언어 사용자보다 신체 노화 속도가 느리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뇌 활동을 넘어 신체 전반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저속 노화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아구스틴 이바네즈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유럽 27개국 성인 8만6149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언어 사용이 가속 노화의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1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제 나이와는 별개로 개인의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 등을 종합해 산출한 ‘생체행동적 나이(phenotypic age)’ 개념을 적용했다. 이 지표가 실제 나이보다 높으면 ‘가속 노화’, 낮으면 ‘지연 노화’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두 가지 이상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하는 사람보다 가속 노화를 겪을 위험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시점에서 집단 간 차이를 비교한 횡단면 분석에서 다언어 사용자의 가속 노화 위험이 약 54% 감소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추적한 종단면 분석에서도 약 30% 낮았다.

반면, 단일 언어 사용은 오히려 가속 노화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횡단면 분석에서 가속 노화 위험이 약 두 배 높았고, 종단면 분석에서도 전체 추적 기간 동안 약 43%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교육 수준, 신체 기능, 사회경제적 요인 등 다양한 변수를 보정한 이후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유지됐다. 특히 다언어 사용자의 경우, 구사하는 언어의 수가 많을수록 노화 지연 효과는 더 강력했다.

이바네즈 교수는 “단 하나의 언어만 더 구사해도 가속 노화의 위험은 줄어든다”며 “여러 언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뇌의 다양한 시스템을 훈련시키는 것과 같다. 주의력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정보를 억제하며, 언어 규칙을 계속 전환하는 과정 자체가 나이가 들며 약해지는 신경망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다중 언어 사용은 단순한 뇌 훈련에 그치지 않고 더 넓은 사회적 관계망과 문화적 소속감을 형성해 정서적 안정감을 높인다.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고 심혈관, 신진대사, 면역 건강을 증진하는 생물학적 이점으로 이어진다. 이바네즈 교수는 “이 같은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다중 언어 사용이 노화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외국어 학습이 개인의 교양 향상을 넘어, 국민의 건강 수명을 늘리는 효과적이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공중 보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바네즈 교수는 “학교에서의 조기 언어 교육과 성인을 위한 지역사회 언어 프로그램의 활성화는 개인의 건강 증진은 물론,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어를 많이 배울수록 가속 노화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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