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 영양제’나 ‘천연 수면제'로 불릴 정도로 안전한 보충제로 알려진 멜라토닌을 장기 복용하면 심부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심장협회(AHA)는 최근 공개한 연구 초록을 통해 1년 이상 멜라토닌을 처방받아 복용한 만성 불면증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5년 내 심부전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11월 초에 열리는 미국 심장협회의 연례 학술대회 '과학 세션 2025'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멜라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 유도 호르몬이다. 미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돼 ‘천연 수면제’로 인식되며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SUNY) 다운스테이트 메디컬 센터의 에케네딜리추쿠 나디 박사 연구팀은 만성 불면증 환자 13만명 이상의 의료 기록을 5년간 추적 분석했다. 이 중 1년 이상 멜라토닌을 처방받은 약 6만5000명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했다. 연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이전에 심부전 진단을 받았거나 다른 수면제를 처방받은 이들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멜라토닌 복용 그룹에서 약 3000명이 처음으로 심부전 진단을 받아, 비복용 그룹(약 1800명)보다 유의미하게 많았다. 이를 확률로 환산하면 멜라토닌 장기 복용자 그룹의 심부전 발생률은 4.7%, 비복용자 그룹은 2.7%다.
이차 분석 결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멜라토닌 복용자는 심부전으로 입원할 가능성이 19%로 복용하지 않은 그룹(6.6%)보다 3.5배 가까이 높았으며, 5년 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약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 주저자인 나디 박사는 “멜라토닌이 일반적으로 매우 안전한 보충제로 여겨지기 때문에, 장기 사용과 심부전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 '연관성'을 밝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디 박사는 "멜라토닌이 직접 심부전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아니다"라며 "더 심각한 불면증이나 우울증, 불안증 등이 멜라토닌 사용과 심장 위험 모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멜라토닌의 심장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추가적인 무작위 대조 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수면의학회 대변인인 무하마드 리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이며 전자 건강 기록 데이터에 기반해 인과관계를 확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처방전 없이 구매한 멜라토닌 복용자가 통제군에 포함됐을 가능성 등 연구의 한계점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멜라토닌의 장기 복용 안전성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마리-피에르 생-온주 컬럼비아대 교수는 "멜라토닌의 장기 사용이 생각만큼 무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한다"며 "사람들은 보충제라도 적절한 적응증 없이 장기간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디 박사는 "이번 연구의 교훈은 천연 성분이거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이 없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초록 단계로 아직 동료 평가를 거쳐 정식 학술지에 게재되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