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의사들, AI 안 쓰는 이유? “동료들이 무능하다고 할까봐”

美연구팀 “AI 사용하는 의사, 덜 유능하다고 인식되는 경향”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AI를 활용하는 의사들은 동료로부터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진이 진료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동료들의 시선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의료진 276명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조사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에는 전문의 178명, 전공의 28명, 진료지원인력(PA) 60명, 기타 10명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집단 △AI를 소극적으로 사용하는 집단 △AI를 사용하지 않는 집단 등 세 집단 중 하나에 무작위 배정하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임상기술 등 전반적 의료 역량을 평가받도록 했다.

연구 결과, 의료진은 동료가 AI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수록 임상 기술이나 역량이 더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7점 만점으로 평가한 임상기술 부문에서 적극적 AI 사용군은 평균 3.79점을 기록했다. 이는 AI 미사용군(평균 5.93점)이나 소극적 사용군(4.9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였다.

전반적인 의료 역량 부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적극적 AI 사용군은 7점 만점에 평균 3.71점을, AI 미사용군과 소극적 사용군은 각각 5.99점과 4.94점을 기록했다. 환자 경험 제공 능력 점수는 적극적 AI 사용군이 5점 만점에 평균 3.08점, 미사용군은 4.48점, 소극적 사용군은 3.72점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진의 AI 활용을 막는 핵심 요인이 ‘동료 의사의 인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심리학 이론 중 하나인 ‘귀인 절감(Attributional discounting)’ 원리에 따른 것으로, 이는 특정한 조언에 의존한 사람의 능력을 불리하게 평가한다는 가설이다. 즉 AI를 활용하는 의사는 혼자 힘으로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다이팅룽 존스홉킨스 경영학 교수는 “AI가 이미 의학의 일부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의학적인 결정에 AI를 활용하는 의사는 덜 유능하다고 인식될 가능성이 높았다”며 “이같은 낙인이 더 나은 치료에 대한 장애물로 작용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의료 환경도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종수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비슷한 연구가 진행된 적은 없지만,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가진 의사들이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학문적인 연구 분야와 임상 진료 분야 모두 AI의 전면 활용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 ‘주 무기’로 활용하기에는 아직까지 신뢰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AI를 편리하게 활용하면서도 그 사실을 남들한테 들키지 않고자 하는 의사도 많을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실제 의료 환경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존스홉킨스대의 이번 연구 내용은 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의 온라인 의학저널 《디지털 의학(npj Digit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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