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 중 하나가 ‘좀비(zombie)’다. 좀비는 정신을 잃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가상의 괴물로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아이티의 전통 의식인 ‘부두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체가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으로 ‘살아있으나 죽은 존재’라는 것이다.
바이오텍 시장에서도 ‘좀비’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좀비 기업, 즉 살아 있지만 죽은 기업을 지칭하면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다. 생명력은 없는데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은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수많은 바이오텍 기업들이 등장했다가 좀비로 전락했다. 좀비를 되살리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좀비 바이오텍을 인수해 주주가치를 실현하고 수익을 모색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의약품 로열티 투자 전문기업인 소마 로열티(xoma royalty)가 대표적이다.
7일 미국 의약 전문 매체 바이오파마다이브 등 외신에 따르면, 소마 로열티는 지난해부터 카이네이트 바이오파마(Kinnate Biopharma), 푸목키네(Pulmokine), 턴스톤 바이오로직스(Turnstone Biologics), 뮤럴온콜로지(Mural Oncology), 힐백스(HilleVax), 라바테라퓨틱스(Lava Therapeutics) 등 소위 좀비 기업을 잇따라 인수했다.

소마 로열티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기술이전을 하거나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전통적인 바이오텍 기업이었으나 2017년부터 의약품 로열티 투자 전문기업으로 전환했다. 청산 압박에 놓인 바이오텍을 인수해 남은 현금은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지식재산권은 매각해 수익을 남긴다.
바이오텍들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임상 개발 단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좀비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소마에 인수된 폐질환 치료 기업인 푸목키네가 대표적이다. 푸목키네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 물질인 세랄루티닙(Seralutinib)을 개발하다가 임상 개발 과정에서 자금 부족 등의 문제를 겪었다.
소마 인수 후 세랄루티닙에 대한 임상 3상은 푸목키네의 파트너사인 미국 제약사 고사머 바이오(Gossamer Bio)와 이탈리아 희귀의약품 기업 키에시(Chiesi Farmaceutici)가 진행중이며, 내년에 임상3상 톱라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푸목키네 인수금액은 2000만달러(281억원)이고 임상결과에 따라 2500만달러 규모의 마일스톤과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턴스톤바이오로직스는 올해 6월 말 소마에 인수됐다. 종양침윤림프구 세포치료제(TIDAL-01)를 개발하던 이 회사는 임상개발 어려움과 자금 문제로 인력을 60%나 감축했으나 좀비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TIDAL-01은 종양(암) 속의 림프구를 채취, 대량 증식 후 환자 몸에 주입해 암을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턴스톤바이오로직스는 올해 6월 소마에 790억달러(111억원)에 인수됐다.
이외에 힐백스와 라바 테라퓨틱스도 자금난으로 인해 구조조정까지 거치다 소마에 인수됐다. 힐백스는 노로바이러스 백신(HIL-214)가 2상 임상에서 실패해 개발을 중단하고 어려움을 겪다 직원의 40%를 해고했다. 라바는 전립선암 표적 면역 항암제(LAVA-1207)의 임상1상에서 실패해 개발을 중단하고, 직원의 30%를 해고하는 사태를 겪다 소마에 인수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마의 사업 전략에 대해 “바이오텍 산업의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묶여 있던 자본을 회수해 다른 유망 기업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비 기업을 사냥하는 Xoma의 행보가 바이오텍 생태계 재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