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협약에 따른 여러 행위를 하거나 때로는 파업과 같은 단체 행동도 불사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의사 집단이다. 의사들은 병원에서 가장 많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의사면허증이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어 직장 이동이 자유롭다. 또 거의 대부분의 병의원을 의사가 소유하거나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노동조합 관련 이슈를 사용자의 시각에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병원 노조가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서면 많은 대학병원 교수들은 상황은 이해하지만 가뜩이나 병원 경영도 어려운데 추가적인 임금 인상이나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픈 환자들을 도외시한다면서 도끼눈을 뜨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미 일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는 의대 교수나 전문의들이 노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2025년 9월 14일 전국 전공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전공의들은 ‘열악한 근로 환경과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연대할 기회조차 없었다"라며 "전공의도 노동자라는 자각과 당연한 권리를 찾고자 이 자리를 만들게 됐다"라고 출범 배경을 말했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전공의의 근무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현재 근로기준법에서는 최대 허용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이지만 전공의들은 특별법에 의해 당직 포함 주 80시간까지 허용된다. 주 80시간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의 당직 근무를 서고 다음날 일과 시간에 다시 근무를 해야 맞출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교육이나 발표를 위하여 휴식과 근무시간을 쪼개어 준비를 해야 하곤 했다. 그리고 동료 전공의가 사직을 하거나 출산휴가를 받으면 다른 의사들의 도움 없이 남아 있는 전공의들이 이들의 일을 나누어서 하는 악순환을 밟기도 했다. 이에 비하여 이들의 임금은 당직비를 포함하면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물론 이러한 최악의 근무 환경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전공의 1, 2년차 때가 가장 힘들고 고년차 전공의가 되면 이러한 점차 호전된다. 그리고 최악의 근로 환경은 다시 새로운 저년차 전공의로 전이된다.
전공의들이 이러한 최악의 근로 환경에도 불구하고 참고 지낼 수 있던 이유는 3~4년이라는 전공의 수련 기간만 지나면 거의 모든 것이 급격히 호전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정 갈등과 함께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면서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었다. 그리고 최근 상당수의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하고 노조를 설립하면서 열악한 근로 환경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에 대하여 함께 논의가 되기 시작하였다.
국회도 전공의 노조의 향후 활동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하면서 단체교섭은 물론 파업 등 노동 3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하였다. 참고로 의대 교수 노조의 경우 교수가 교육자이기 때문에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권은 가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전공의의 주당 최대 연속 수련시간을 현재의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낮추는 전공의법 개정안이 국회 소위를 통과하였다.
앞으로는 전공의들이 자신들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정부 또는 병원과의 단체교섭은 물론 ‘전공의 단체 파업’이라는, 이제까지 보지 못한 광경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공의 노조 설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공의는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피교육자라는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공의의 근로자성만 강조하다 보면 독립적으로 환자 진료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임상 경험이나 연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전공의 시절 서울의 대형종합병원들은 여러 다양한 의대 졸업생들로부터 전공의들을 모집하기 위하여 전공의들의 근로 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부족한 임상 경험을 전임의 제도를 통해 보완하였다. 이러한 노력에 대하여 기존의 대학병원들은 서울의 대형종합병원들에서는 전임의들이 모든 것을 하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배울 것이 없다고 비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대학병원들의 수련 방식이 서울의 대형종합병원들의 방식을 따라가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교수들은 물론 임상전담간호사(PA)제도가 전공의들과 어떻게 공존할지도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예를 들어 교수들도 단순히 전공의들을 피교육자로만 생각하고 병원의 힘든 일을 모두 하도록 하기 보다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로서 당직 근무를 함께 서는 등 어느 정도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병원도 전공의와 별개로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하여 교수와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변화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공의들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의료를 짊어지고 나아갈 미래의 지도자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들의 근로 환경 및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하여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