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8일 (토)

유산율 34% 부산…해운대백병원에서 탄생한 기적의 열매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유산율 34% 부산…해운대백병원에서 탄생한 기적의 열매들

25일 부산 해운대백병원(병원장 김성수) 대강당은 모처럼 꼬마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자칫 엄마 품에 안기지 못할 뻔한 위험한 순간들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병원 전체를 가득 채운다. 아기를 살리기 위한 엄마, 아빠의 기도와 365일 밤낮을 가리지 않은 의료진의 헌신이 빚어낸 기적의 열매들이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개소 1주년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센터장 조현진 교수)는 지난해 3월, 분만실과 신생아중환자실을 통합한 새로운 치료 공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조기 진통, 임신성 고혈압 질환, 산후출혈 등 고위험 산모뿐만 아니라 이른둥이와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신생아들이 체계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권역 최고 전문시설.

첨단 시설과 함께 산부인과 8명, 소아청소년과 7명 등 총 15명 전문의들이 상시 협진 체계를 갖추고 있다. 조 센터장(산부인과)은 “태아부터 산모까지 원스톱으로 지역 완결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경남 거제시, 경기도 평택시에서도 산모들이 찾아오는 등 동남권 대표 통합치료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임신부터 출산, 여기다 그 이후까지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통합 치료한다. 산모·태아치료센터는 조기 진통, 임신성 고혈압 질환, 산후출혈 등 고위험 질환에 노출된 산모들의 진료를 담당하고,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는 이른둥이,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신생아들의 치료를 담당한다.

특히, 산모·태아치료센터는 다태아 임신에서 흔히 나타나는 쌍태아수혈증후군을 임신 중 조기 진단해 수술로 치료한다. 고난도 숙련이 필요로 하는 수술이어서 서울 외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수술 역량을 갖췄다.

신생아집중치료센터에서는 출생 후 위중한 경과를 보이는 1kg 미만의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들의 응급 및 수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25주 미만 초극소 미숙아들을 제한 없이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는 실정. 정미림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장(소아청소년과)은 "부산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소아응급센터를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증가하는 고위험 산모·신생아…공적 지원 확대 절실

최근 35세 이상 산모 증가와 난임 시술 일반화로 다태아 임신과 고위험 신생아 출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5세 이상 산모 비율은 2023년 36.3%로 10년 전(18%)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37주 미만 이른둥이 비율은 2023년 9.9%로, 10년 전(6%)의 1.5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2.5㎏ 미만 저체중아도 1.4배 늘었다. 다태아 임신도 크게 늘었다. 국내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 비중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평균 5%대로 증가했다. 1990년대는 1%에 그쳤지만, 30년 사이 5배나 뛰었다.

유산율과 관련한 충격적인 자료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10년간 누적 유산 건수가 107만 6천071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누적 출생아 수가 348만 5천907건인 것을 고려하면 출생아 3명 중 1명이 유산되는 것이다. 특히 부산은 2013년 유산율이 27.50%에서 2022년 34.1%로 급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과와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전문 인력은 감소 추세이며,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 인프라는 고비용·저수익 구조로 민간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조현진 센터장은 “고위험 임산부는 늘어나는데, 저출생 대응을 위한 분만 인프라 유지에 한계가 많다”면서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응급 수술이 어렵거나 불가피하게 전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역 공동체의 관심과 폭넓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333만 원 기부 마중물…정·관·지역공동체 맞손

이번 해운대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개소 1주년 행사에는 단연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센터에서 응급 제왕절개술을 통해 정하, 지호, 은하 세쌍둥이를 얻은 전학준·정지은 부부가 333만 원을 센터에 기부한 일이다.

전 씨 부부는 “조기 진통으로 산모가 한 달 넘게 입원해 있을 때도, 산모 상태가 악화돼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의료진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주셨고, 저체중 상태로 불안정했던 아이들을 100일 가까이 사랑으로 보살펴 주셔서 건강하게 퇴원하게 됐다”면서 “위태롭던 생명의 씨앗을 희망으로 키워주신 센터를 통해 더 많은 생명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은 정성을 보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엔 박형준 부산시장, 김미애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을 비롯, 부산상공회의소 정현민 부회장, BNK 박문철 상무, 고려제강 이주철 부사장 등도 참석했다. 정부와 국회에 “더 많은 어린 생명들을 살려 내자”는 지역의 의지를 모으겠다는 것이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