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억 많을수록...나이 들어 뇌 '이것' 더 풍부해

심리적 스트레스 덜 경험한 노인의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더 풍부...뇌질환 위험도 더 낮아

감정과 경험의 축적이 어떻게 뇌를 보호하고 신체적 변화를 가져오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에 그 비밀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생의 긍정적 경험이 많을수록 인지능력 저하 속도가 느려지고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질환에 걸릴 위험도 낮아지며 심지어 수명도 연장된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과 경험의 축적이 어떻게 뇌를 보호하고 신체적 변화를 가져오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에 그 비밀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변환하기 위해 사용하는 분자 기계가 부정적인 경험을 더 많이 한 노인에 비해 심리적 스트레스를 덜 경험한 노인에게서 더 많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콜럼비아대 의대의 캐롤라인 트럼프 교수(정신의학)는 “노인의 마음 상태가 뇌 미토콘드리아의 생물학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로 주관적인 심리사회적 경험이 뇌 생물학과 연관시킨 최초의 연구”라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콜럼비아대 마틴 피카드 교수(정신의학)는 “우리는 뇌의 미토콘드리아가 안테나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 분자 및 호르몬 신호를 포착하고 정보를 세포핵으로 전달해 각 세포의 수명 과정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면 뇌, 마음, 사람의 생물학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국 내 약 450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두 개의 광범위한 연구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각 연구는 참가자들의 생애 20년 동안 상세한 심리사회적 정보를 수집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추가 분석을 위해 사후에 뇌를 기증하여 참가자들의 뇌세포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연구진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심리사회적 요인에 대한 환자들의 보고를 전반적인 심리사회적 경험에 대한 단일 점수로 변환하는 지표를 만들었다. 또한 미토콘드리아에서 활동하는 고유한 유전자 네트워크를 나타내는 7가지 영역에 대해 각 참가자에게 점수를 매겼다. 피카드 교수는 “다변량 미토콘드리아 지수의 사용은 수천 개의 개별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보다 관련 유전자 네트워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생물학적 상태를 더 쉽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소기관의 에너지 변환 기계를 평가하는 미토콘드리아 영역 중 하나가 심리사회적 점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교수는 “"행복감이 높을수록 에너지를 변환하는 데 필요한 미토콘드리아의 단백질이 더 풍부해지는 반면, 행복감이 낮을수록 미토콘드리아의 단백질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만성적인 심리적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경험이 뇌에 나쁜 이유일 수 있다”며 “이는 높은 수준의 인지 작업을 담당하는 뇌 부분인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에서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변환을 손상시키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또한 뇌의 특정 세포 유형에서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한 결과 미토콘드리아와 심리사회적 요인 사이의 연관성이 뇌의 신경tp포가 아니라 신경교세포에 의해 주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신경교세포가 전통적으로 가정된 지원 역할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피카드 교수는 “신경세포가 신경과학의 초점이었지만 우리는 뇌의 다른 세포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 사회적 경험이 뇌 미토콘드리아를 변화시켰는지 아니면 선천적 또는 후천적 미토콘드리아 상태가 이러한 경험에 기여했는지는 이번 연구에선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미토콘드리아와 기분 사이의 관계가 두 가지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피카드 교수는 "동물 연구에서 만성 스트레스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변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매우 강력하다"고 밝혔다. 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 피카드 교수 연구진은 기분이 인간의 미토콘드리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최초의 증거를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는 긍정적인 기분이 다음 날 참가자의 혈액 세포에서 더 많은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생산을 예측했다. 반면 미토콘드리아 활동은 다음 날의 기분을 예측하지 못했다.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늘어나면서 미토콘드리아 자체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트럼프 교수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서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성 스트레스는 개인의 미토콘드리아 생물학을 변화시켜 결과적으로 사회적 사건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더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러한 모든 경로가 상호 작용한다는 것이 최근의 새로운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향후 의사들의 진료실에서 사용될 수 있는 뇌의 미토콘드리아 건강을 측정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피카드 교수는 “미토콘드리아는 건강과 생명의 근원이지만 건강을 정량화할 방법은 아직 없다”며 그 검사법을 찾아낸다면 질병이 발병하기 전의 예후 발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pnas.org/doi/10.1073/pnas.231767312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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