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모기 물리거나 피부염, 긁을수록 왜 더 가려울까?

긁는 행동, 비만세포 활성화해 염증 키우고 가려움 연장시켜

모기에 물린 곳을 긁으면 순간적으로 시원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가려워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기에 물린 곳을 긁으면 순간적으로 시원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가려워진다. 참지 못하고 다시 긁다 보면 피부는 붉게 부어오르고 가려움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왜 긁을수록 가려움은 더 심해지는 걸까.

미국 피츠버그대 피부과학·면역학과 대니얼 H. 캐플런 교수팀은 피부를 긁는 행동이 비만세포를 활성화해 염증을 키우고 가려움이 오래 이어지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긁는 행동이 피부 염증을 악화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염증을 키우는지, 진화 과정에서 이 행동이 어떤 이점을 갖게 됐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가려움과 긁기, 염증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생쥐의 귀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발라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을 일으켰다. 사람이 옻나무나 니켈 같은 금속, 일부 피부관리 성분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피부 반응이다.

연구진은 정상 생쥐와 가려움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없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생쥐를 비교했다. 또 일부 생쥐는 자유롭게 피부를 긁도록 했고, 다른 생쥐에게는 엘리자베스 칼라를 씌워 피부를 긁지 못하게 했다.

실험 결과, 피부를 긁은 생쥐에서는 신호전달물질인 ‘물질 P(substance P)’가 더 많이 분비됐다. 물질 P는 비만세포를 활성화했고, 활성화된 비만세포는 히스타민을 비롯한 염증성 물질을 분비해 피부 염증을 키웠다. 가려워서 피부를 긁으면 염증이 심해지고, 다시 가려움이 이어지는 ‘가려움-긁기 악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다.

반대로 피부를 긁지 못하게 한 생쥐와 가려움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없는 생쥐에서는 염증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피부를 긁는 행동이 순간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염증 반응을 키워 가려움을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긁는 행동이 해롭기만 하다면 왜 수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았는지도 살펴봤다. 비만세포가 세균과 다른 병원체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 주목해 긁는 행동이 피부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분석했다.

분석한 결과, 피부를 긁으면 피부 감염과 관련된 주요 세균 중 하나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를 긁는 행동이 염증을 키우는 동시에 세균성 피부 감염을 막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캐플런 교수는 “가려운 곳을 긁는 행동이 몸에 해롭다면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처음에는 역설적으로 보였다”며 “이번 연구는 긁는 행동이 세균성 피부 감염을 막는 방어 기능도 한다는 증거를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역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성적인 가려움이 이어질 때는 긁어서 얻는 이점보다 피부 손상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가려운 곳을 긁으면 잠시 시원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복해서 긁으면 비만세포가 활성화되고 염증이 심해져 가려움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모기에 물린 생쥐가 아닌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을 유발한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흔히 모기에 물렸을 때 나타나는 가려움도 큰 틀에서는 비슷한 원리로 설명된다.

모기가 피부를 물면 침 속 단백질에 면역계가 반응하고,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 등이 분비되면서 피부가 붓고 가려워진다. 이때 가려운 부위를 계속 긁으면 감각신경과 면역반응이 자극돼 염증과 가려움이 더 심해지는 ‘가려움-긁기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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