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앞둔 말기암 환자... "무의미한 항암치료 많이 받는다"

임종 앞둔 암 환자 20~50%, 사망 30일 안 남았는데도 항암치료… “호스피스가 바람직”

말기암 환자에 대한 전신항암요법이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지 않고 쓸데없이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스피스 돌봄은 말기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줄이고, 환자가 정신적으로 편안하게 임종을 맞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말기 암 환자에 대한 전신 항암치료는 환자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삶의 질도 뚝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연구팀은 많이 진행된 말기암(진행성 전이성 고형암) 6종 환자 8만8446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6종 암은 유방암, 대장암, 비소세포폐암, 췌장암, 신세포암, 요로상피암 등이다.

유럽종양학회(ESMO)는 암 환자의 생애 마지막 몇 주 동안 전신 항암치료(화학요법과 면역요법)를 가급적 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말기 암 환자에겐 전신 항암치료보다는 호스피스 돌봄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후(진행 경과)가 나쁘고 임종을 바짝 눈앞에 둔 말기 암 환자의 약 20~50%가 숨지기 30일 이내에도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연구팀의 모린 캐나반 박사는 “쓸데없는 치료를 하지 않으려면 종양 전문의가 제대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추가 항암치료가 불필요한 시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목표를 개발해야 한다. 말기 암 치료와 지불 인센티브의 연계에도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미국임상종양학회와 미국의료질포럼(NQF)은 말기암 항암치료의 전신 투여를 줄이기 위해 암 치료의 질 지표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지표인 NQF 0210(생전 마지막 14일 동안 화학요법을 받은 환자)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암 환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전자건강기록 데이터베이스(Flatiron Health)를 분석에 활용했다. 연구팀은 2015~2019년 유방암 등 6종 가운데 한 가지로 진단받아 진료소 144곳에서 치료받은 18세 이상 암 환자 78446명(평균 67.3세, 여성이 약 52%)을 분석했다. 이들 암 환자는 진행성이나 전이성으로 진단받았고, 비소세포폐암(약 44%)과 대장암(결장직장암)(약 20%) 등을 앓았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적용된 NQF 0210 비율과 생존율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기 암 환자에게 전신 항암요법을 많이 쓰는 진료소의 환자 생존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 항암요법이 말기 암 환자의 생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캐나반 박사는 “종양 전문의는 추가 치료에 앞서 암의 예후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그래야 말기 암 환자 및 가족이 신뢰할만한 정보에 따라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Systemic Anticancer Therapy and Overall Survival in Patients With Very Advanced Solid Tumors)는 《미국의사협회 종양학(JAMA Oncology)》 저널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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