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문제점의 저변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가공식품 및 패스트푸드 등에 대한 당류 기준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지나친 당류의 섭취는 비만과 당뇨병을 비롯해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식약처는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의 식품영양 정보에서 당 10g을 하루 섭취 당류 영양권고치의 10%로 환산해 표기한다. 동네 마트나 슈퍼에 가서 탄산음료를 비롯한 가공식품 등의 영양정보 표시사항을 살펴보면 잘 드러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경우 하루 2000㎉를 기준으로 10%에 해당하는 200㎉를 일일 당류 섭취 상한으로 권고한다. 약 50g에 해당하는 당류이다. WHO 기준으로 따지면 당류 10g은 일일 상한 권고치의 20%에 해당한다. 100%는 50g이다. 식약처 기준으로는 100%가 100g이다.
몇 년 전까지는 당류 영양정보 표시사항 부분이 공란으로 되어 있었다. 국민이든 업계든 학계든 대부분이 WHO 기준으로 환산해서 계산했다. 그래서 기자는 10여 년 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당류 권고량을 %로 환산해 이 공란에 게시할 것을 보건당국 등 각계 요로에 주장했다. 한번은 식약처와 영양학 교수, 식품 업계가 참가하는 세미나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가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당류는 나트륨이나 다른 영양소와 달리 %로 환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반대의 큰 근거였다. 천연당도 있고 첨가당도 있어서 단순하지 않다고 한 영양학 교수는 밝혔다. 이 의견에 식약처 공무원도 찬동하고, 업계는 ‘말도 안 되는 말씀’이라고 크게 손사래를 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후로부터 1~2년 있다가 기자는 우연히 슈퍼에 들렀다가 일부 가공식품에 당류 % 표시가 된 것을 발견했다. 식약처에 문의하니, 천연당·첨가당 따지지 않고 10g은 10%로 표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공청회도 하고 경과 기간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에 의대 교수님을 포함해 전문가 몇 명에게 이 사실에 대해 문의했으나 그렇게 시행되는 사실을 아는 분이 없었다. 이때 전문가들 상당수가 천연당·첨가당 따지지 말고 첨가당의 경우만 따져서 "10g=20%로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런 내용을 최근까지 기사에 여러 차례 적시하며 식약처의 당류 정책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약처의 해명이나 반박을 들은 적이 없다.
한국의 당류 1일 섭취 상한선은 % 표시를 하면서 갑자기 2배로 늘어난 셈이다. 기자가 당류 % 표시를 주장한 것은, % 표시를 함으로써 당류 섭취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결과는 기자의 생각과 상당히 엉뚱하게 나타난 것이다. 그 이후에 기회 있을 때마다 ‘당류 경고문구’ 표기를 주장했다. 예를 들어 ‘지나친 당류 섭취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이런 식이다. 미국영양학회는 이미 몇 년 전에 가공식품에 당류 경고문구를 표기해야 한다고 미국 중앙 정부에 권고했다.
정책이나 법·제도·규정의 변경은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보다 전향적 자세로 국민건강권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건당국은 가져야 한다. 당류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 당뇨병 등 만성 질환들이 크게 늘고 있고,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강력한 당류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