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 여성 사망 1위' 유방암 생존율 높이려면?...

"엔허투 등 신약 급여화 절실"... 종양내과학회·항암요법연구회, 국회 정책제안 나서

우리나라 40~50대 여성 사망률 1위인 유방암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선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40~50대 여성 사망률 1위인 유방암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선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1년 40~50대 여성 사망자 1만 865명 중 유방암 단일 질환이 원인이었던 비중은 11%(1212명)에 달한다.

유방암 환자 전체의 5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다. 조기 검진으로 초기에 유방암을 발견한 환자는 치료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내 유방암 환자 중 다수는 전이성 유방암을 앓고 있어 재발과 전이가 잦고 말기인 4기로 진행되는 경우도 흔하다. 4기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34%로 급감한다.

최근 엔허투 등을 필두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승인되는 추세다. 국내에도 2019년 이후 7개의 신약 제품이 허가를 받았다. 다만, 의학계와 환자단체 등의 요청과 높은 국민적 관심에도 아직까지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 전이성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으로 질환이 진행돼 높은 재발률을 진행을 보이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조차 앞서 급여 등재 소요 평균 기간이 3년 이상(1233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최근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전문의약품임에도 '엔허투'라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의 승인과 급여에 대한 국민청원이 두 번이나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면서 "그만큼 이 약이 필요한 환자들이 한 가정의 아내이자 어머니이기 때문에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40~50대 여성들의 사망은 가정의 안녕과 직결되기에 이들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신약을 빠르고 폭넓게 도입해 질환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가정의 안녕을 지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간사인 강기윤 의원과 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의 정책 제안 면담 모습. 왼쪽부터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위원회 이경훈 위원(서울대병원)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재련 보험정책위원장(서울아산병원), 강기윤 의원,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손주혁 유방암분과위원장(연세암병원), 대한항암요법연구회 박연희 전임 유방암분과위원장(삼성서울병원). [사진=대한종양내과학회·대한항암요법연구회]
'신약 보장성 확보' 핵심 과제, 약제 평가의 '유연화'와 '효율화'

이에 따라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간사인 강기윤 의원을 찾아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신약 접근성과 국민건강보험 급여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재련 보험정책위원장(서울아산병원)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위원회 손주혁 위원장(연세암병원), 박연희 전임 위원장(삼성서울병원), 이경훈 위원(서울대병원)이 참석했다.

이들 학회는 유방암 신약 급여 평가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신약 경제성 평가의 유연화 △신약 평가 단계의 효율화 △환자 본인부담율 다양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새롭게 등장하는 신약들의 특징과 사회경제적 영향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경제성 평가의 유연한 운영을 주문했다. 두 학회는 최근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약들이 오히려 급여가 지연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례로 ‘엔허투’의 경우 기존 치료제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mPFS)을 22개월 이상 연장시켰지만 그 만큼 길어진 투약 기간으로 인해 경제성 평가 심의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성 평가의 유연화 방안으론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근거한 ICER 임계값 설정, 비용효과성과 더불어 질병의 위중도, 신약 치료에 따른 사회적 이익 등을 함께 평가하는 ‘다기준 의사 결정 분석(MCDA)’ 도입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선진국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아 급여가 되거나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약제들에 대한 급여 절차의 효율화를 당부했다. 유방암이 한국 사회에서 야기하는 경제적 영향과 손실을 고려해 유방암에 대한 급여 우선 순위를 유지하고 약제 급여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검토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외에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환자 본인부담율 다양화를 제안했다. 건강보험의 한정된 재원을 감안해 현행 산정특례 제도 외에도 장기적인 약제비 관리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재련 보험정책위원장은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재발과 전이를 겪으며 4기로 진행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이 환자들의 효과적인 약물 치료는 유방암 생존율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전이성 유방암 신약의 접근성 확보는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정책 과제"라고 지적했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손주혁 유방암분과위원장은 "전이성 유방암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한국 환자들과 의료진은 국제적으로도 큰 비중에서 기여했으나, 정작 개발 후에는 제도적 절차로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외국과의 치료 격차를 해소하고 형평성 있게 의료 자원을 분배하는 차원에서라도 해당 신약의 치료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윤 의원은 "엄마의 건강을 챙긴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치료환경 조성에 앞장서 나가겠다"면서 "학계 전문가, 건강보험 당국 등과 함께 유방암 환우와 가족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코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사진=다이이찌산코·아스트라제네카]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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