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캠페인 논란

헬리코박터 감염실태 강조, 불안감 높아질 수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한국야쿠르트와 공동으로 하고 있는 ‘위 사랑 캠페인’에

대해 일부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대한내과학회가 “캠페인 광고 내용이 괜한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 논란이 일었다.

의협은 한국야쿠르트의 후원으로 지난 9월 10일부터 공중파 방송을 통해 ‘위

사랑 캠페인’ 공익광고를 내보냈다. 그런데 지난 22~23일 열린 ‘대한내과학회 제61차

추계학술대회’에서 일부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이 이 공익 광고에 나온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즉, 광고 내용 중 “성인의 60~70%가 위암의 주요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감염돼 있다”면서 내시경검사와 정기적인 검진의 중요성을 말하는 대목이다.

대한내과학회와 전문의들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은 성인의 60~70%가 감염돼

있지만 모두가 위암 예방을 위해 치료할 필요도 없고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설명이다.

대한내과학회 송인성 이사장은 “이 균에 감염된 후 20~30년이 지난 40~50대 이상의

성인은 이미 정상 조직에서 암이 발생하기까지의 중간 단계로 이른 것으로 균을 없애는

것은 위암 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히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치료하는 것은 항생제 부작용과 내성 발현균이 출현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상인 교수도 “세계보건기구(WHO)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1급 위암 유발인자로 발표한 것은 맞지만 강력한 2개의 항생제로도

균을 없애는 비율이 80%에 못 미친다”며 “또 균을 없앤다 해서 위암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협은 학회가 지적하는 내용에 충분히 수긍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전문 학회는 학술적인 입장에서 말한 것이고 우리는 대국민 공익사업에 메시지를

만들면서 약간의 시각 차이가 생긴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즉 TV광고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표현하려다보니 이렇게 전달됐을 뿐 따로 배포하는 팜플렛 등에는 이런

내용이 모두 담겨있다는 것이다.

의협관계자는 또 “이번 캠페인의 주목적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치료하자는

것이 아니라 위암의 조기검진과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라며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을 도울 길을 캠페인을 통해 찾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의협의 캠페인 활동에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시각도 있다. 의협이

캠페인 파트너로 정한 한국야쿠르트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국내의 대표적인 유산균

제품 생산 기업이다. 마치 유산균이 든 제품을 많이 먹으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인상을 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황은 마치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롯데 껌 ‘자일리톨’이 충치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인증을 한 뒤 많은 새로운 소비가 창출된 것과 비슷한 것. 자일리톨 껌의

충치예방 효과에 대한 의견은 아직까지 분분하다. 치협의 인증으로 자일리톨 껌이

매출에 재미를 본 건 사실이다.

의협 관계자도 “파트너인 한국야쿠르트는 많은 공익사업에 참여해왔다”면서

“이번 캠페인 역시 한국인의 위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에 공감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과연 유산균이 든 음식을 많이 먹으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은 전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상인 박사는 “강력한 항생제로도

죽이기 힘든 균이 유산균 음료를 먹었다고 없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면서 “유산균

제품이 예방 효과나 균 증식 억제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다”고 말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오히려 이런 캠페인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되면 국민들

사이에 괜한 공포심을 심지 않을까 걱정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감염되었다고

전부 위암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치료를 할 필요도 없는데 이 균에 감염된 다수를

막연히 걱정에 빠뜨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의도가 물을 것 없이 착하다 해도 왜곡된 메시지를 퍼뜨리면 그 순수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국민 건강을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어도 잘못된 정보 전달은 괜한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생성할 때는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말끔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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