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런 멍 없애는데 계란마사지가 최고?
‘NO’… 비타민K 냉온찜질 효과 있어
서울에 사는 여대생 박모(21)씨는 이틀 중 하루는 치마를 못 입는다. 덜렁거리는
성격 때문에 자주 넘어져서 다리 이곳저곳에 파랗게 멍이 들기 때문이다. 박씨는
“짙은 화장으로도 가리기 힘든 멍은 여자에게 ‘살’ 다음으로 미용의 적”이라고
말했다.
멍은 넘어지거나 외부의 충격을 받아 피부 바로 아래에 있는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생긴다. 모세혈관에서 새어나온 피가 피하조직에 고이면서 뭉치게 되는 것. 뭉친
피 속에 있는 붉은색의 적혈구는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검붉은 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외부에서 볼 때는 피부색과 혼합돼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파란색의 멍은 시간이 지나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피하조직에 갇힌 피에서 적혈구가
산소를 얻지 못해 파괴되며 적혈구에 들어있던 황색 색소인 빌리루빈이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터진 혈관이 복구되고 혈액이 정상적으로 흐르면 파괴된 적혈구가 다시
혈관 속으로 흡수되면서 멍이 사라진다.
멍이 유독 잘 드는 사람이나 신체부위가 있는 이유는 혈관이 약하거나 피부와
혈관 사이가 가까워 혈관이 터지기 쉽기 때문이다. 피부의 콜라겐 층이 얇은 눈가나
정강이 등에서 특히 멍이 잘 생긴다. 멍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없어지지만 파랗게
멍든 모습이 싫어서 달걀 마사지 등의 민간요법으로 멍을 빨리 풀려고 한다. 정말
이런 방법이 멍을 빨리 없애는데 효과가 있을까?
△ 달걀로 문지르면 멍이 빨리 없어진다?
그렇지 않다. 고려대안암병원 피부과 서수홍 교수는 “달걀로 문지르는 방법은
멍을 없애는데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달걀에는 멍을 푸는데 효과적인 성분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달걀 마사지를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응고된 피를 풀어줄
수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달걀이 멍을 흡수해서 삶아보면 파랗게 나온다’는 속설도 잘못된 것이다. 달걀은
원래 너무 오래 삶거나 삶은 후 바로 찬물에 담그지 않고 외부에 오래 두면 파란색으로
변한다. 시간이 지나면 흰자 속의 황이 노른자 속의 철과 화합해 황화철이 되면서
푸른색으로 변하는 ‘녹변현상’이 일어나기 때문. 장조림에 담겨있는 달걀도 쪼개보면
녹변현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달걀과 멍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전문가들은 “달걀 마사지는 멍든 곳에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달걀 마사지를 세게 하거나 오래하면 혈관이 계속 열리게 되어서 멍이 더
커지고 오래간다.
다른 민간요법으로 알려진 쇠고기나 무즙을 짜낸 후 얇게 썰어 멍든 곳에 붙이는
방법도 거의 효과가 없고 의학적으로도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 집에서 멍을 빨리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비타민K가 함유된 연고를 적당량 바른다. 비타민K는 혈액응고를 도와주고 모세혈관의
결합조직을 강화시켜 혈관의 벽을 튼튼하게 한다. 혈관 내 노폐물을 제거해 피를
빠르게 흐르게 해서 멍든 피부를 정상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멍이 든 부위에 염증성 부기나 뜨거운 느낌이 사라지기 전(보통 1~2일)까지 가벼운
냉찜질을 하는 것도 좋다. 냉찜질은 혈관을 수축시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고
멍이 넓게 퍼지지 않게 한다.
멍이 들고 나서 보통 3일째부터는 부기나 뜨거운 느낌이 사라진다. 이때부터는
냉찜질 대신 온찜질을 해서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돕는다. 멍든 곳에 영양과
산소가 활발히 공급되고 고여 있는 노폐물도 신속히 제거돼 멍이 빨리 없어진다.
뜨거운 온열치료나 핫팩은 더 붓게 만들 수 있어 피한다.
멍든 부위를 가볍게 마사지해도 멍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서성준 교수는 “가벼운 마사지를 하면 피가 잘 흘러 대식세포의 이동속도가 빨라져
멍이 빨리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는 신체 내 죽어서 쌓여있는
노폐물이나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 이물질 등을 잡아먹는다. 마사지를 하면 혈액이
잘 흘러 대식세포가 멍든 곳으로 잘 이동해 파괴된 적혈구를 먹어 멍이 빨리 빠지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과도한 마사지는 약해져 있는 혈관이 다시 터지게 해서 멍을 더 넓고
오래 남길 수 있으니 반드시 가볍게 마사지한다. 침이나 뜸도 죽은 피를 빼내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멍을 빨리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
△ 다친 곳도 없는데 다리 양쪽에 멍이 든다면?
외상을 당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다리 양쪽에 멍이 든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경우는 혈관에 심한 염증이 나타나 피부조직이 괴사하는 ‘괴사성 혈관염’을
의심할 수 있다. 괴사성 혈관염의 초기 증상이 양쪽 다리에 자줏빛의 멍이 나타나는
것이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병세가 심해지면 다리가
무거워지고 통증이 생겨 오래 서 있거나 걷기가 힘들어진다. 더 악화되면 다리에
멍이 많이 나타나며 궤양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