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병원 무신경이 신종플루 확산시켜

미국인 강사 여럿 입국시킨 학원 무감각…병원은 “감기” 진단

외국인 강사를 대거 고용하는 외국어 학원의 신종플루에 대한 무감각, 그리고

병원의 소홀한 주의가 국내에 신종플루가 크게 번질 계기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6일 전국에 체인을 갖고 있는 모 어학원이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현지인 강사 65명을 채용했고 이들

중 15명에서 신종플루 감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 강사 65명은 지난 16일 입국했다. 입국시 체온 측정이 있었지만 보균자 상태인

23세 미국인 여성 등은 무사통과했고 이들은 16~23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은 물론

경기도, 대구 등지를 자유롭게 여행했다.

그러다 이들 중 일부가 감기 증세를 보였다. ‘신종플루가 크게 번지고 있는 미국

등지에서 며칠 전 입국한 사람의 감기 증세’라면 바로 비상 상황임을 인지했어야

하지만 학원 측은 그러지 않았다.

어학원 관계자는 “16일 입국한 강사 전원이 18일 검진을 받았으며 이중 발열

증세가 있는 강사를 바로 검진 계약을 맺은 병원에 보냈지만 단순 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강사 중 제일 먼저 신종플루 감염이 확진된 미국인 여강사도 21일 병원에

갔으나 병원 측은 단순 감기라며 감기약만 처방해 줬다”고 26일 말했다. 어학원

측은 그 뒤 증세가 심해진 미국인 여강사를 보건소에 데려갔고 그제서야 신종플루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원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이들을 진료한 한 의사는 26일 “어학원의

일방적인 주장에 당혹스럽다”며 “나를 포함해 의사 3~4명이 어학원 신입 강사들을

진료했으며 내가 본 2명 중 한명의 증세가 의심돼 지난 주 금요일(22일) 보건소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 의사는 곧 다른 의사들의 진료 결과에 대한 내용을 파악해

병원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학원과 병원의 이런 부실한 대응은 결국 강사 중 15명이 집단으로 신종플루에

감염되는 사태를 낳았다. 이들이 일주일 정도 자유롭게 활동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신종플루가 크게 번질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센터장은 26일 “미국은 신종플루 대량 발생 국가인

만큼 어학원 측이 미국인 강사를 국내로 불러올 때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어학원은 일부 강사들이 감기 증세를 보일 때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어학원은 원래 25일 전국 121개 지점에서 여름학기를 개강할 예정이었지만

신종플루 감염 우려 때문에 일주일 미뤄 6월 3일 개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강사를 채용하는 학원, 그리고 이들 강사를 진단하는 병원 등은 사실 그

누구보다도 신종플루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신종플루 방역 대책이 허점투성이라는 사실을 보여 줬다.

한편 미국 뉴욕에서 일본 나리타공항을 거쳐 지난 24일 입국한 여성(28)이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이 추가 확인됐다. 이로써 국내 신종플루 감염자는 멕시코 입국자 관련

3명, 베트남인 환승객 1명, 뉴욕 입국 가족 3명, 외국어 학원 강사 15명까지 모두

23명이 됐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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