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2일 (일)

3D 직업 외과의사

외과의사들은

수술 도중 칼이나 바늘에 찔리는 일이 많다. 특히 피가 튀어 눈에 들어가면 기분이

굉장히 찝찝하다. 혈관으로 직접 피가 들어간 것과 같기 때문이다.

15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로 유학간 첫 달, 척추기형 수술에서 조수를 서던 중

피가 튀면서 눈으로 들어갔다. 순간 당황했지만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 웬만한

수술 전 검사는 다 했겠지’ 생각하면서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수술 조수를 계속했다.

수술을 마치고 동료 미국의사에게 눈에 피가 들어갔다고 얘기하였더니 화들짝

놀라며 교수에게 긴급 사안으로 보고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어리둥절해하는 필자에게

교수가 직접 와서 환자의 피 검사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미국에서는 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수술 전 AIDS 검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수술했던 환자가 AIDS인지 아닌지 잘 모르니 필자가 원하면

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피검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피검사를 해서

그 환자가 AIDS로 나오면 나더러 어쩌라고’ 피검사 필요 없다고 대범한 척 거절했지만

눈 앞이 캄캄했다.

그날부터 혼자서 끙끙 고민을 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집에서 이야기도 못

하고 남(식구들) 몰래 수저, 식기 등을 따로 사용하는 등 미국 연수 기간 내내 ‘먼

미국에 공부하러 왔다가 재수없게 AIDS 걸리는 것 아닌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몇 년 후 텍사스의 한 병원에서 다시 연수할 기회가 있었다. 보고 싶던 고난도의

수술이 예정되었던 환자가 AIDS로 판명되어 수술이 취소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수술 전에 AIDS 검사를 할 수 있나’ 어리둥절해졌다.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내 이야기를 들은 텍사스 의사들은 캘리포니아 놈들 웃긴다고

마구 비웃는다. 텍사스는 캘리포니아와는 달리 수술 전 AIDS검사를 한단다. 미국이라는

나라, 정말 황당 그 자체였다. 외과의사라는 직업이 겉으로는 멋져 보이지만 실제로는

3D 직업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다. 의대 졸업생들이 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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