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환자 4명 중 1명은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영향을 줄 정도의 청력 손실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60세 미만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 환자가 아닌 사람보다 청력 손실 위험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당뇨병 관리 과정에 정기적인 청력 검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 퀸즐랜드대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은 당뇨병과 당뇨병 전단계인 성인의 청력 손실을 다룬 기존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한 청력 손실 유병률이 2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된 관찰 연구 가운데 청력검사를 통해 청력 역치를 측정한 29개 연구를 검토했다. 연구 대부분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당뇨병 전단계 환자를 포함한 연구는 1건이었다.
당뇨병 환자 청력 손실 가능성 2.4배 높아
이 가운데 23개 연구, 5221명의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의 중등도 이상 청력 손실 유병률은 24%였다. 연구에서는 청력 역치가 40데시벨 수준(dB HL) 이상인 경우를 중등도 이상 청력 손실로 정의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3000만 명의 당뇨병 환자가 심각한 청력 손실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도 차이가 뚜렷했다. 11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가 중등도 이상 청력 손실을 겪을 가능성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약 2.4배 높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60세 미만 당뇨병 환자의 청력 손실 위험은 당뇨병이 없는 대조군보다 약 3배 높았다.
연구를 이끈 메위시 니사르 박사는 “당뇨병 환자의 청력 손실은 단순히 조금 불편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에서 나타나 일상적인 대화를 어렵게 하고,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며, 인지 기능 저하를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은 미세혈관과 신경을 손상시켜 청각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신장병증, 신경병증은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널리 알려져 정기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청력 손실은 당뇨병과의 연관성이 확인됐음에도 주요 합병증으로 충분히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연구진의 지적이다.
니사르 박사는 “당뇨병이 눈과 신장, 신경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심각한 청력 손실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숨겨진 위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60세 미만서 두드러져…당뇨병 10년 안 돼도 2.7배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비교적 짧은 환자도 청력 손실 위험이 높았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10년 미만인 환자 역시 당뇨병 환자가 아닌 이들보다 중등도 청력 손실 가능성이 약 2.7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청각 손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될 수 있다”며 “장기간 당뇨병을 앓는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합병증이 상당히 진행된 뒤 청력을 검사하는 것은 너무 늦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청력 손실 가능성이 대조군보다 약 4.5배 높았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약 1.8배였다.
서서히 나빠져 알아차리기 어려워…당뇨 관리에 청력검사 포함해야
문제는 청력 손실이 서서히 진행돼 환자 스스로 이상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청력 저하가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 등의 불편을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청력 손실은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 부담이 적은 청력검사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기에 청력 저하를 발견하면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돕고 사회적 고립을 줄일 수 있다. 혈당을 보다 철저히 관리해 청력 저하가 더 악화되는 것을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니사르 박사는 “이번 분석에서 확인된 2배 이상의 청력 손실 위험은 정기적인 청력 검사를 표준 당뇨병 관리에 포함해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며 “특히 젊은 성인 환자에 대한 검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연관성이 확인됐음에도 청력 검사는 아직 당뇨병 관리 지침에 체계적으로 포함되지 않고 있다”며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합병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면 청력 문제를 더 일찍 발견하고 수백만 명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당뇨병/대사연구리뷰(Diabetes/Metabolism Research and Reviews)》에 ‘Hearing Loss in Adults With Diabetes and Prediabet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한편,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500만 명을 넘어선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한 ‘당뇨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2019~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533만 명이다. 30세 이상 성인의 16%, 약 7명 중 1명꼴이다. 65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29%로, 10명 중 3명가량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주 묻는 질문]
Q1. 당뇨병이 있으면 청력 손실 위험이 얼마나 높아지나요?
A. 이번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가 중등도 이상 청력 손실을 겪을 가능성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약 2.4배 높았습니다. 특히 60세 미만에서는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2. 당뇨병을 오래 앓아야 청력 손실이 생기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 결과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10년 미만인 환자도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중등도 이상 청력 손실 가능성이 약 2.7배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청각 손상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Q3. 당뇨병 환자는 청력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 연구진은 정기적인 청력검사를 표준 당뇨병 관리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청력 손실은 서서히 진행돼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반면,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 부담이 적은 청력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