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첫 방송된 SBS 의학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의 주인공 계수정(배우 김지원 역)은 특정 병원에 소속되지 않고 일하는 프리랜서 외과 의사다. 뛰어난 수술 실력을 갖춘 그는 병원 내 권위주의와 관행을 거부하고 환자를 살리는 일에 집중한다. 회식이나 교수의 논문 대필 등 진료와 무관한 업무는 일절 거부한다.
‘닥터X’는 병원 내 부조리에 맞서는 계수정의 활약을 그리며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쇼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만 극적 재미를 위해 설정된 일부 장면이 실제 의료 현장과 의료인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드라마 속 계수정처럼 특정 병원에 소속되지 않고 활동하는 이른바 ‘용병 의사’가 현실에서도 존재하는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프리랜서 의사는 실제로 흔한 케이스일까. 계수정에게 빚을 독촉하는 장희숙(배우 이정은 역)이 운영하는 ‘의사 용역 소개소’ 같은 의료인 중개업체도 실제로 있을까. 코메디닷컴이 국내 의료 현장의 근무 형태와 관련 법규를 살펴봤다.

병원과 단기·시간제 계약 맺는 ‘프리랜서 의사’ 실제 존재
드라마 속 계수정처럼 특정 의료기관에 상근하지 않고 여러 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는 실제로 존재한다.
‘프리랜서 의사’는 법률에 별도로 정의된 직업이나 고용 형태가 아니라 의료기관과 개별 계약을 맺고 단기·시간제 등으로 일하는 의사를 가리키는 통상적인 표현이다. 계약에 따라 특정 수술이나 진료 업무를 맡고 보수를 받는 경우도 있다.
법무법인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한국의료법학회 고문)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병원마다 프리랜서 의사 수요가 상당한 편”이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의사가 갑자기 아프거나 해외 연수를 가는 등 자리를 비울 때, 응급실처럼 24시간 진료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곳에서도 야간 당직을 맡을 의사를 단기적으로 고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도 계수정은 구서대 서남병원이 부족한 외과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급히 섭외한 의사로 등장한다. 현실에서도 외과를 비롯해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에서 단기 근무나 대체 인력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
지방에서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필수의료 전문병원의 A 병원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야간 당직을 맡을 의사를 구할 때 높은 보수를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여러 명씩 팀을 이뤄 날짜별로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사례도 있다”며 “프리랜서 의사들이 단체를 구성해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의사 채용 알선은 가능⋯알선 업체가 의사를 고용한 뒤 파견하는 형태는 불법

그렇다면 장희숙이 운영하는 ‘의사 용역 소개소’와 유사한 형태의 업체가 현실에 있을까.
의사와 병원을 연결하는 채용 플랫폼과 전문 헤드헌팅 서비스는 실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병원의 구인 조건과 의사의 희망 근무 형태를 확인하고, 적합한 인력을 추천하거나 채용 절차를 지원한다.
이처럼 의료기관과 의사 사이의 채용을 알선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직업안정법」에 따라 필요한 등록 등 법적 요건을 갖춘 유료직업소개사업자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소개요금을 받을 수 있다.
장희숙처럼 의사의 보수나 계약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도 그 자체로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업체가 어떤 자격으로 계약에 관여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돈을 받는지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진다.
특히 수술 건수나 수술비에 연동해 수수료를 받는 구조라면 계약 내용을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단순한 의사 채용 알선의 대가인지, 사실상 의사를 고용해 병원에 공급하는 대가인지 등에 따라 적용 법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행위가 무조건 합법이거나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의사 채용 알선과 달리, 업체가 의사를 직접 고용한 뒤 다른 병원에 보내 진료하게 하는 방식에는 법적 제약이 있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은 의료인의 업무를 근로자파견 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 용역업체가 계수정을 직원으로 고용한 뒤 병원에 보내고, 계수정이 해당 병원의 지휘·명령에 따라 수술했다면 불법 근로자파견에 해당할 수 있다.
신 변호사는 “프리랜서 의사가 의료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 근무하거나, 법적 요건을 갖춘 업체가 병원과 의사 사이의 채용을 알선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반면 파견업체가 의사를 고용한 채 병원에 보내 진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은 파견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는 장희숙이 계수정의 빚을 독촉하고 병원과의 계약에 관여하는 모습만 그려질 뿐, 계수정이 장희숙의 업체에 고용된 근로자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드라마 속 계약이 불법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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