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세 미국 여성은 2년 전 특정 비만대사수술(루와이 위우회술)을 받은 뒤 비타민 C, 비타민 D, 아연 보충제를 잘 챙겨 먹으며 건강을 꾸준히 관리해 왔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열이 나는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
당시 이 환자는 체내 세균을 방어하는 백혈구 수치가 바닥을 치면서 온몸에 높은 열이 났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섬망 증세까지 보였다. 발열성 호중구 감소증이었다. 의료진은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곰팡이균이 온몸에 퍼지는 파종성 진균 감염을 강력히 의심했다.
항생제와 항진균제를 투여하고 골수 검사까지 진행했으나 진균의 실체는 명확히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환자는 치료 도중 약물 부작용으로 피부 발진까지 겪으며 고통받았다.
정밀 검사 결과, 환자의 몸 상태를 무너뜨린 진짜 원인은 엉뚱한 곳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내 비타민 B12나 엽산 등 수치는 정상이었지만 구리 수치가 정상 범위에 크게 못 미치는 51 mcg/dL로 뚝 떨어져 있었다.
의료진은 아연 보충제의 복용을 즉시 중단시키고 정맥주사와 경구 요법으로 구리를 보충했다. 이후 환자는 며칠 만에 호중구 수치를 회복했고 고열이 가라앉고 간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환자는 무사히 퇴원해 일상생활에 정상적으로 복귀했다.
이 사례(증례) 연구 결과(Neutropenia Secondary to Copper Deficiency in a Previously Bariatric Surgery Patient)는 최근 국제학술지 《내과학 연보: 임상증례(Annals of Internal Medicine: Clinical Cases)》에 실렸다.
비만대사수술에는 가장 많이 시행하는 위소매절제술을 비롯해 루와이 위우회술, 십이지장우회술, 조절형 위밴드술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사례 속 환자가 받은 루와이 위우회술은 음식물이 위와 십이지장 상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장으로 넘어가도록 소화기 구조를 바꾸는 수술이다. 이 때문에 철분이나 비타민뿐만 아니라 구리와 같은 필수 미네랄 흡수 장애가 쉽게 발생한다. 특히 환자가 면역력을 높이려 복용했던 아연 보충제도 장에서 구리의 흡수를 방해해 구리 결핍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분석됐다.
구리가 심하게 부족하면 골수의 혈액 세포 생성 기능이 저하되는 조혈 기능 이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백혈구와 호중구가 급감하면서 심각한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세균 감염으로 인한 고열과 신경계 이상까지 나타난다. 이 사례에서 의료진은 진균 감염을 의심해 다방면의 치료에 나섰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진균이 아니라 심각한 구리 결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 비만대사수술을 받는 환자는 연간 2000~2400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젊은 층인 2030세대이며 남성에 비해 여성 환자의 비율이 약 3배 더 많다. 전체 수술 방법 중에서는 기술적으로 비교적 부담이 적은 위소매절제술이 전체의 약 77%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건당국의 건강보험 기준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35kg/m²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나 체질량지수 30kg/m² 이상이면서 고혈압, 제2형당뇨병, 수면무호흡증,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 비만 관련 합병증이 한 가지 이상 동반된 환자는 전체 수술비의 20%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8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받는다. 이와 함께 체질량지수가 27.5kg/m² 이상 30kg/m² 미만이면서 내과적 치료나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제2형당뇨병 환자는 전체 수술비의 80%를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2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받게 된다.
비만대사수술의 공통적인 필수 조건으로는 만 18세 이상이거나 뼈 성장이 완전히 끝났어야 하며 식단 조절과 운동 등 비수술적 치료를 일정 기간 성실히 시행했는데도 체중 감량 효과를 얻지 못한 경우여야 한다.
한편 비만치료제의 처방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 기준으로 체질량지수가 30kg/m² 이상인 비만 환자이거나 체질량지수가 27kg/m²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비만과 관련된 병이 한 가지 이상 있는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대다수의 비만 치료제는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펜터민 등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의존성 및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통상 4주 이내의 단기 처방이 원칙이다.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번 사례는 비만대사수술 후 관리의 허점을 명백히 보여준다. 수술 후 비타민 D나 철분 수치는 비교적 잘 챙기지만 구리는 덜 중요하게 여겨 정기 검사에서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수술 후 1년에서 2년이 지나면 영양 결핍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이번 사례처럼 한계에 도달해 응급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는 철저한 식단 관리와 구리 수치의 주기적인 모니터링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비만대사수술 후 구리 결핍이 발생하면 왜 고열과 의식 저하가 나타납니까?
A1. 구리가 심하게 부족해지면 백혈구를 생성하는 골수의 조혈 기능이 떨어져 호중구 감소증이 발생합니다. 백혈구 수치가 바닥을 치면서 방어력이 크게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지고, 세균 감염으로 인한 고열과 함께 극심한 영양 불균형이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섬망 증세까지 동반하게 됩니다.
Q2. 면역력을 높이려고 먹은 아연 보충제가 왜 구리 결핍을 부르죠?
A2. 아연과 구리는 몸 안에서 흡수될 때 서로 경쟁하는 작용(길항 작용)을 합니다. 면역력 향상을 목적으로 아연을 과도하게 장기 복용하면 장에서 구리가 흡수되는 경로가 차단돼 체내 구리 부족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Q3. 국내에서 비만대사수술을 받을 때 건강보험 혜택은 어떻게 적용됩니까?
A3. 체질량지수 35kg/m² 이상이거나 합병증이 동반된 30kg/m²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는 전체 수술비의 20%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8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받습니다. 또한 체질량지수 27.5kg/m² 이상 30kg/m² 미만이면서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제2형당뇨병 환자도 전체 수술비의 80%를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2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