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단독] “응급의료법 개정안, 응급실 뺑뺑이 악화시킬 것” 변협, 대통령·국회에 의견서 제출

“무조건적인 형사처벌 면제, 국민 권리 침해⋯신중한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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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10차 본회의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산하 의료인권소위원회는 정부와 국회에 이번 개정안에 대한 재검토 의견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명 ‘응급실 뺑뺑이’ 방지를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 이어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변호사단체가 법안의 신중한 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응급의료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었을 때 의료인의 형사책임을 의무적으로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한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의료기관이 형사책임을 피하려고 응급환자 수용을 미루면서 오히려 ‘응급실 뺑뺑이’가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1일 코메디닷컴 취재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산하 의료인권소위원회는 대통령실과 국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등에 ‘사망·중상해 관련 필요적 형사책임 면제 특례를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 추진에 대한 신중한 검토 촉구’ 의견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의료인권소위는 당초 국회 본회의 통과 전에 의견을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내부 논의가 길어지면서 법안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 시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에 문제점을 알리고 법안의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적 공감 얻은 것 맞나⋯객관적 근거와 여론 수렴 필요”

의견서의 핵심은 개정안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고 기존 사법체계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변협 의료인권소위는 응급의료기관 종사자의 업무상 과실로 환자가 중상해를 입거나 사망하더라도 형사책임을 의무적으로 면제하는 규정은 다른 분야에서 유사한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되돌릴 수 없는 피해에 대해서까지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변협 의료인권소위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일반 국민이 야기한 것이라 할 수 없고 의료인력 편중 문제와 국가의 체계적인 대응 정책 미비, 관리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며 “객관적 근거 없이 의료계의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형사책임을 아예 배제하겠다는 법률안은 신중하게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공식 발간한 용역결과 보고서에서도 응급의학과 영역의 형사기소 건수가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국회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 수렴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더 악화될 것이라 예측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형사책임 피하려 환자 수용 미룰 수도⋯응급실 뺑뺑이 악화 우려”

변협 의료인권소위는 개정안의 형사책임 면제 방식이 응급환자 수용을 지연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필요에 따라 감면 또는 면제’할 수 있다. 반면 개정안에 따르면 적정한 응급의료기관이 정해지지 않을 때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수용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한 병원의 의료사고는 형사처벌을 ‘면제’한다.

변협 의료인권소위는 이 같은 차이가 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행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안 구조를 보면 의료기관이 형사책임을 피하기 위해 응급환자 진료를 최대한 미루다가 '수용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이후에애환자를 받아들이는 관행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의견서에는 “입법자가 이를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법안의 구조를 보면 이 같은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변협 의료인권소위는 법률 전문가의 충분한 검토를 거쳐 피해자 보호 정책을 함께 고려한 뒤에 사법체계에서 예외를 부여하는 형사특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시된 개정안은 시민단체와 의료계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5월 공포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 5월 27일부터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손해배상금 대불제도가 폐지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변협 의료인권소위는 배상 능력이 부족한 의료기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고 봤다.

변협 의료인권소위는 “이번 개정안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피해자 보호를 훼손하지 않도록 국회가 법조계나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성숙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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