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약 3시간 동안 서핑을 한 24세 한국 여성이 갑자기 양쪽 다리에 힘이 빠지고 소변도 보지 못해 병원을 찾은 사례가 보고됐다. 의료진은 서핑할 때 허리를 오랫동안 뒤로 젖히는 자세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퍼 척수병증’을 진단했다.
인도네시아 펠리타하라판대 연구진이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이 여성은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이날 오전 약 3시간 동안 서핑을 했다. 그런데 서핑을 마칠 무렵 갑자기 허리 아래쪽에 통증이 생겼다. 이후 양쪽 다리에 점점 힘이 빠졌고, 스스로 소변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증상이 시작된 지 약 15시간 뒤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오른쪽 다리 근력은 정상의 약간 아래인 4단계, 왼쪽은 3단계까지 떨어져 있었다. 가슴 아래쪽부터 감각도 둔해졌다. 소변이 나오지 않아 소변줄을 넣어야 했다. 증상 발생 약 18시간 뒤 촬영한 MRI에서는 등 쪽 척수 일부에 이상 신호가 확인됐다. 의료진은 이를 ‘서퍼 척수병증’으로 판단했다. 여성은 정맥으로 스테로이드 치료 등을 받았고, 7일 뒤 다리 기능이 일부 회복된 상태로 퇴원했다.
이번 논문에는 이 여성 외에도 20세 중국 여성과 25세 백인 여성의 사례가 함께 실렸다. 세 사람 모두 서핑 뒤 허리 통증이 생겼고, 이후 양쪽 다리 근력 저하와 소변이 나오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허리 오래 뒤로 젖히면 척수로 가는 혈액 줄어들 수 있어
서퍼 척수병증은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사고 없이 생기는 드문 척수 손상이다. 척수는 뇌와 몸을 연결해 움직임과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 다발이다.
서핑을 할 때는 보드 위에 엎드려 파도를 기다리거나 팔로 물을 저으면서 허리를 뒤로 젖힌 자세를 오래 유지하게 된다. 연구진은 이런 자세가 척수 주변 혈관을 눌러 피가 잘 흐르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척수에 혈액과 산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허혈’이 생기면서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 다만 정확한 발생 원리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서핑 뒤 외상 없이 갑자기 양쪽 다리에 힘이 빠지고 배뇨 장애가 나타난 젊은 환자라면 서퍼 척수병증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질환이 특히 젊고 서핑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 많이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2004년 처음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사례는 100건이 채 되지 않는다.
서핑 중 허리 통증·저림 시작되면 물에서 나와야
대표적인 증상은 갑자기 생기는 허리 통증이다. 이후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질 수 있다. 심하면 걷기 어려워질 수 있다.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반대로 참기 어려운 배뇨 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서퍼 척수병증에 대한 표준 치료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보통 척수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도록 혈압과 수분 상태를 관리하고, 상태에 따라 재활치료 등을 시행한다. 스테로이드를 쓰는 사례도 있지만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진 않았다.
예방이 중요하다. 논문에 소개된 안전수칙에 따르면 서핑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파도를 기다릴 때 계속 허리를 젖힌 채 엎드려 있기보다 보드 위에 앉아서 쉬는 것이 좋다. 물속에 있는 시간을 적절히 나누고, 경험이 있는 강사에게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서핑 중 허리 통증이나 저림, 다리 힘 빠짐이 나타나면 즉시 물에서 나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연구진은 “발리처럼 서핑을 많이 하는 지역에서는 서퍼와 강사, 의료진 모두 이 질환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례는 최근 국제 학술지 《중국신경외과학저널(Chinese Neurosurgical Journal)》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