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혀가 크게 부어 호흡곤란까지 겪은 80대 여성의 사례가 보고됐다. 혀 안쪽에서 대량 출혈이 일어나서였다.
모로코 이븐시나병원 심장내과와 모하메드5세대 의대 의료진에 따르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약을 먹던 82세 여성의 혀가 하루 사이 점점 붓기 시작했다. 목 양쪽도 함께 부었다. 이후 목과 몸통, 팔에 멍이 생겼다. 혀는 입을 다물기 힘들 정도로 커졌고 목소리도 변했다. 숨까지 차기 시작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 거친 소리가 나는 '협착음'도 나타났다.
여성은 심방세동(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 때문에 '와파린'을 복용하고 있었다. 와파린은 혈액이 굳는 과정을 억제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 항응고제다.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등에 사용한다. 하지만 약효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몸 곳곳에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검사 결과 여성의 INR은 7이었다. INR은 혈액이 얼마나 빨리 굳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항응고제를 먹지 않는 사람은 보통 0.8~1.2 정도다. 심방세동 때문에 와파린을 복용하는 환자는 대개 2~3 정도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7은 치료 목표치를 크게 넘어선 수치다. 피가 잘 멎지 않아 심한 출혈 위험이 높아진 상태다.
의료진은 와파린의 효과가 지나치게 강해져 혀와 혀 아래에 '혈종(피가 조직 안에 고여 덩어리처럼 된 것)'이 생긴 것으로 진단했다. 잇몸에서도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혀 안에 피 고이면 빠르게 부풀어…숨길까지 막기도
혀 혈종은 와파린 복용 중 나타날 수 있는 매우 드문 출혈이다. 논문 연구진이 기존 문헌을 확인한 결과, 와파린과 관련된 혀 혈종 사례는 지금까지 9건만 보고됐다.
의료진은 "혀 혈종은 비타민K 길항제와 관련된 출혈에서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비타민K 길항제는 와파린처럼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약을 말한다.
혀에서 출혈이 생기면 특히 위험하다. 혀에는 혈관이 많기 때문이다. 부푼 혀가 목 안쪽을 압박하면 공기가 지나는 길까지 막을 수 있다. 의료진은 "혀는 혈관이 매우 풍부해 근육 안 출혈이 빠르게 커질 수 있으며, 갑작스러운 기도 폐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고령인 데다 만성콩팥병도 있었다. 의료진은 이 같은 요인도 출혈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비타민K 투여 후 혈액응고 정상화…수술 없이 회복
의료진은 곧바로 와파린의 효과를 되돌리는 치료를 시작했다. 혈액이 다시 굳을 수 있도록 4인자 프로트롬빈복합체농축액과 비타민K를 정맥으로 투여했다. 미국심장학회(ACC) 역시 와파린 복용 중 생명을 위협하는 큰 출혈이 발생하면 비타민K와 4인자 프로트롬빈복합체농축액을 이용해 항응고 효과를 빠르게 되돌리도록 권고한다.
치료 후 여성의 INR은 1.3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호흡 상태도 안정적으로 유지돼 기관삽관이나 기관절개술은 필요하지 않았다. 혀와 목의 혈종도 서서히 줄었다.
5일 뒤 의료진은 항응고제를 와파린에서 아픽사반으로 변경했다. 이후 여성은 정상적으로 말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회복했다. 다만 연구진은 모든 고령 환자에게 와파린 대신 다른 항응고제가 더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나이와 콩팥 기능, 출혈 위험 등을 따져 약을 개별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와파린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갑자기 혀나 목이 붓거나, 목소리가 변하거나, 침을 삼키기 어렵고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단순한 부종이 아니라 기도를 위협하는 출혈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