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에서 꿀을 집어 들었다가 ‘사양벌꿀’이라는 낯선 표시를 보고 멈칫할 때가 있다. 벌이 만들었으니 다 같아 보이지만, 꿀벌이 먹은 원료부터 영양성분까지 차이가 있다. 가격만 보지 말고 어떤 꿀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꽃꿀 대신 설탕물 먹은 벌이 만든 ‘사양벌꿀’
천연벌꿀은 꿀벌이 꽃의 꿀이나 식물 분비물을 모아 벌집에 저장하고 숙성시킨 것이다. 반면 사양벌꿀은 꿀벌에게 설탕을 먹여 생산한다. 벌이 먹고 효소로 분해해 벌집에 저장하므로 사람이 설탕시럽을 꿀에 섞은 제품과는 제조 과정이 다르다.
꽃이 부족한 시기에는 벌집을 유지하기 위해 설탕물을 먹이기도 한다. 이때 생산된 꿀을 별도의 식품 유형으로 구분한 것이 사양벌꿀이다. 정식 기준에 맞춰 유통되는 식품이지만 자연의 꽃꿀을 원료로 하는 천연벌꿀과 동일한 제품은 아니다.
주성분은 둘 다 포도당·과당⋯단맛과 열량은 비슷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의 대부분은 과당과 포도당 같은 단순당이다. 두 제품 모두 빠르게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쓰이며, 단맛과 열량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사양벌꿀이라고 해서 설탕보다 열량이 크게 낮거나 혈당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니다.
국내 비교 연구에서도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의 총단백질과 지방 함량은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사양벌꿀 일부에서는 천연벌꿀에서 검출되지 않은 자당과 맥아당이 확인됐다. 꿀벌에게 제공한 당의 종류와 생산 방식이 당 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비타민·무기질·아미노산은 천연벌꿀이 더 풍부
두 꿀의 차이는 당 이외의 미량성분에서 두드러진다. 꽃꿀과 꽃가루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유리아미노산, 유기산 등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다. 국내 연구에서는 천연 아카시아꿀과 밤꿀이 사양벌꿀보다 비타민·무기질·유리아미노산 함량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밤꿀은 단백질과 회분, 일부 미량 영양성분이 풍부한 편이었다. 다만 천연벌꿀도 밀원 식물과 생산 시기, 저장 조건에 따라 성분 차이가 크다. ‘천연’이라는 표시만 보기보다 아카시아꿀·밤꿀·잡화꿀처럼 어떤 꽃에서 얻은 꿀인지 함께 확인하면 특징을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항산화 성분도 차이⋯진한 밤꿀이 높은 편
벌꿀의 건강상 특징을 만드는 성분으로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꼽힌다. 이들 성분은 체내에서 과도하게 생성된 활성산소를 줄이는 항산화 작용에 관여한다. 꽃과 꽃가루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사양벌꿀보다 천연벌꿀에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국내에서 유통된 벌꿀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밤꿀의 총폴리페놀 함량과 항산화 활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꿀의 색이 진할수록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경향도 관찰됐다. 하지만 색만으로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을 정확히 구별할 수는 없으므로 제품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구매 전 앞면의 ‘사양벌꿀’ 표시부터 확인
포장 앞면에서 ‘사양벌꿀’ 또는 ‘사양벌집꿀’이라는 문구를 먼저 확인하고, 원재료명과 식품 유형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벌이 만든 꿀’이나 ‘국산’이라는 표현만으로 천연벌꿀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꿀이 굳거나 결정이 생겼다고 가짜인 것도 아니다. 포도당 비율과 보관 온도에 따라 천연벌꿀도 하얗게 굳을 수 있다. 꿀물이나 요리에 단맛을 내는 용도라면 사양벌꿀도 활용할 수 있지만, 다양한 미량성분과 항산화 성분까지 고려한다면 밀원이 표시된 천연벌꿀이 더 알맞다. 단, 꿀은 돌 이전의 영아에게는 종류와 관계없이 먹이지 않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