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맞기 전에 유전자검사를 하면 얼마나 살이 빠질지,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큰지 미리 알 수 있을까.
유전자에 따라 GLP-1 기반 비만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특정 환자에게 어떤 약이 더 잘 맞을지 결정할 정도로 유전자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이 확립된 단계는 아니다.
엔젠바이오는 위고비·마운자로 등을 처방하기 전 치료반응과 이상반응 관련 유전적 특성을 살펴보는 ‘GLP-1 맞춤치료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회사는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엔젠바이오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이용해 암 관련 유전자 변이를 검사하는 정밀진단 기업이다. 유방암·난소암의 BRCA 유전자 검사와 고형암·혈액암 정밀진단 제품, 분석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공급해왔다. 202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번 검사는 혈액에서 GLP1R과 GIPR 등 약물 작용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분석한다. 결과는 의료진이 비만치료 전략을 검토할 때 참고자료로 제공하며, 회사는 우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검사로 공급할 계획이다.
위고비의 성분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한다. 마운자로의 성분 터제파타이드는 GIP와 GLP-1 두 수용체에 함께 작용한다.
유전자 따라 체중감량 차이⋯《네이처》 연구는 있었다
검사의 바탕이 되는 유전적 연관성은 실제 연구에서 확인됐다.
미국 23andMe 연구소의 쑤차오쥐안 제인(Qiaojuan Jane Su) 연구팀은 지난 4월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자의 유전적 특성과 체중감량·부작용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전체 조사에는 GLP-1 기반 약물을 사용했다고 응답한 2만7885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체중감량에 대한 핵심 유전체 분석은 유럽계 참가자 1만523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GLP1R의 특정 변이(rs10305420)를 한 사본 가질 때 평균 약 0.76kg의 추가 체중감량과 연관됐다.
GLP1R의 변이는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부작용과도 관련이 있었다. 터제파타이드 사용자에서는 GIPR의 특정 변이와 구토 위험 사이의 연관성도 나타났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전체 조사 참가자의 82.4%가 여성이고 78.3%가 유럽계였으며, 체중 변화와 부작용은 주로 참가자가 직접 보고한 자료였다.
연구진이 유전자뿐 아니라 사용 약물, 투약기간, 임상적 특성 등을 함께 넣어 만든 체중감량 예측모델은 개인차의 약 25%를 설명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유전자가 아닌 다른 요인이 설명했다.
“개인 유전자검사 근거로는 아직 이르다”
최근 전문가들의 평가는 신중한 편이다.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당뇨병·비만·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에 발표된 서술형 검토논문도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연구진은 최근 보고된 GLP1R·GIPR 유전자 변이와 약물반응의 연관성이 자기보고 자료를 이용한 단일 환자집단에서 나온 데다 아직 다른 집단에서 재현되지 않았다며, 개인별 유전자검사의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현재 환자별 치료반응을 판단하는 데 가장 활용하기 쉬운 정보는 유전자검사보다 약을 투여한 뒤 실제로 나타나는 초기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당뇨병학회(ADA)의 2026년 당뇨병 진료지침도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를 사용할 때 효과와 내약성을 살펴 용량과 증량 속도를 개인별로 조절하도록 권고한다. GLP1R이나 GIPR 유전자검사를 투약 전 검사나 약물 선택 기준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검사 먼저 출시⋯한국인 임상 검증은 이제 시작
엔젠바이오는 지난 8월 21일 GLP-1 기반 치료제의 반응과 부작용을 살펴보는 유전자·혈액검사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8월 26일 인천세종병원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실제 한국인 환자의 유전정보와 혈액검사 결과, 처방 약제, 체중 변화, 치료반응과 이상반응 등을 함께 분석해 해외에서 보고된 GLP1R·GIPR 후보 바이오마커의 유효성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인 특성을 반영한 추가 바이오마커도 찾기로 했다.
이번에는 이 가운데 투약 전 유전자검사를 먼저 서비스로 내놓은 것이다.
다만 회사가 10일 배포한 자료에는 검사하는 구체적인 유전자 변이 목록과 각 변이가 치료반응·부작용 위험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구분하는지 보여주는 임상 성능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현 단계에서는 이 검사를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효과와 부작용을 미리 확정하는 검사로 보기 어렵다. 유전정보를 치료 판단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을 살펴보면서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해가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