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담배를 피운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담배를 피우는 행위 자체가 외로움을 심화시킬 수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국립심장폐연구소는 5일(현지시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호흡기학회 연례학술대회(ERS 2026)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주관적인 외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더 컸다.
흡연자의 우울감이 더 크다?
연구팀은 유럽 15개국에서 5만 명 이상의 우울감을 조사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67세였고, 연구 시작 시점에 22%가 흡연자였다.
연구팀은 조사 시작 시점에 한 번, 조사 시작 2년 후에 한 번 참가자들의 외로움 지수를 측정했다. 측정 문항에는 △함께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다른 사람들에게서 소외됐다고 느끼는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단절이나 고립됐다고 느끼는지 등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연구 시작 시점과 2년 후 시점 모두 흡연자들의 평균적인 외로움 수준이 비흡연자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이나 성별, 기본적인 정신건강 상태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소를 보정한 뒤에도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만 연구팀은 두 집단 간 외로움 지수 차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2년간 흡연을 유지한 사람의 외로움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등의 구체적인 변화 수준은 밝히지 않았다.
흡연자들, 금연 트렌드·호흡기질환 등으로 위축
영국 국립심장폐연구소의 키어 필립 박사는 해당 결과가 나타난 이유로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흡연이 가져온 질병과 신체활동의 감소였다. 오랜 흡연으로 폐나 심혈관에 질병이 생기면 일상 생활 중에도 숨이 차거나 이동 능력이 떨어지면서,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금연’을 둘러싼 사회환경의 변화다. 공공장소, 실내, 가정 등에서 금연이 보편화되면서 흡연자가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것이 장기화되면 흡연자가 비흡연자와 교류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필립 박사는 “인과관계를 확정하기는 이르지만, 흡연이 노년기 정신건강 악화나 외로움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럽호흡기학회 데스 콕스 위원(아일랜드 더블린대 임상교수)은 “흡연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지 않으면서도 이들이 금연하도록 돕는 것은 현 시대의 주요 공중보건 과제”라며 “개인 의식부터 정책적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