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7일 (월)

“술 안 마시는데 간이 딱딱하게”…키 128cm 할아버지의 76년 만의 반전

간경변 원인 찾다 FBN1 유전자 변이 확인…키 127cm인 딸에게서도 같은 변이 발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저신장을 보이는 남성의 전신(A), 전형적인 단지증을 보이는 환자의 손(B), 환자 딸의 손(C), 환자 딸의 손 엑스레이 사진으로 손가락뼈가 단축돼 있음(D), 환자의 간 MRI 사진으로 불규칙한 간 표면과 비장 비대가 보임(E), 환자의 간 MRI 사진으로 식도위정맥류가 보임(F). 사진=프런티어스 인 엔도크리놀로지(Frontiers in Endocrinology)

평생 키 128cm로 살면서도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던 70대 남성이 간경변 검사를 받다가 초희귀 유전질환을 진단받았다.

정밀 유전자 검사 결과 ‘젤레오피직 이형성증(Geleophysic dysplasia)’으로 확인됐다.

젤레오피직 이형성증은 FBN1 등의 유전자 이상으로 키가 매우 작고 손발가락이 짧아지는 매우 드문 유전질환이다. 관절이나 심장 판막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간경변 원인 찾다 발견된 ‘젤레오피직 이형성증

중국의대 제1병원 내분비·대사과 의료진에 따르면 76세 중국인 남성이 약 1년 동안 배가 간헐적으로 부푸는 증상을 겪었다. 이후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간경변을 발견했다. 간경변은 간에 흉터가 쌓이면서 조직이 딱딱하게 굳고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의외의 사실은 남성에게서 일반적으로 간경변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이 전혀 없었다는 것. 평소 술을 마시지 않았고 바이러스성 간염이나 대사증후군도 없었다. 메스꺼움이나 위장관 출혈 같은 증상도 없었다. 의료진은 남성의 특이한 체형에 주목했다. 남성은 키 128cm, 몸무게 36kg에 팔다리와 손가락이 눈에 띄게 짧았다.

문맥고혈압도 확인됐다. 문맥고혈압은 장에서 간으로 가는 큰 혈관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증상이다. MRI 검사에서는 간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현상, 비장 비대, 복수, 식도와 위 주변 정맥이 부풀어 오른 모습이 관찰됐다. 간 효소 수치는 정상이었지만 간경변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 등 일반적인 저신장 원인 검사에서는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몸속 유전 정보를 폭넓게 살펴보는 전장 유전체 검사를 시행했고, FBN1 유전자에서 이상 변이가 발견됐다. 최종적으로 희귀질환 젤레오피직 이형성증을 진단받았다.

젤레오피직 이형성증은 유병률이 100만 명당 1명 미만으로 추정되는 극희귀 유전질환이다. 정확한 발생률은 알려지지 않았고,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00명의 환자가 의학 문헌에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지만 정확한 국내 유병률은 알려지지 않았다.

딸에게도 같은 유전자 변이…“고령 환자 관찰 필요

가족을 조사하면서 유전질환 가능성이 더 분명해졌다. 남성의 39세 딸 역시 키가 127cm로 작았다. 손가락도 짧았다. 딸은 36세에 심장 판막 교체 수술을 받은 적 있었다. 더불어 유전자 검사에서 아버지와 똑같은 FBN1 변이가 확인됐다.

의료진은 “우리가 아는 한 FBN1 관련 젤레오피직 이형성증 환자 중 고령에서 간경변과 문맥고혈압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운 노년기 간경변 환자가 심한 저신장이나 뼈 기형을 함께 가졌다면 FBN1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남성은 소금 섭취를 줄이고 복수 변화를 관찰하는 치료를 받았다. 간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6개월마다 초음파와 혈액검사도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 6개월 동안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사례는 최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엔도크리놀로지(Frontiers in Endocrin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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