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6일 (일)

CT엔 암 진행 없는데 피검사서 ‘내성 변이’⋯FDA, 치료 먼저 바꾸는 유방암약 승인

아스트라제네카 ‘엣카마’ 가속승인 받아⋯영상검사서 암 진행 확인되기 전 ESR1 변이 찾아 약제 전환, 무진행생존 9.2→16개월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연구개발센터 ‘디스커버리센터(The Discovery Centre·DISC)’ 연구실에서 연구진이 실험하고 있다. 사진=아스트라제네카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검사에서는 암 진행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혈액검사에서는 기존 호르몬치료에 내성을 일으키는 ESR1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그렇다면 영상검사에서 암 진행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약을 먼저 바꾸면 어떨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런 치료 전략을 처음 허용했다.

FDA는 4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엣카마(Etcamah·성분명 카미제스트란트)’를 가속승인했다. 대상은 호르몬수용체(HR) 양성·HER2 음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가운데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CDK4/6 억제제로 치료받던 중 혈액에서 ESR1 돌연변이가 확인된 성인이다.

HR양성은 암세포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등의 신호를 받아 자라는 유형이다. HER2 음성은 암세포 표면의 HER2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늘어난 유형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승인의 의미는 새 치료제가 하나 늘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영상검사에서 암 진행을 확인한 뒤 다음 약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일부 환자에서는 혈액에서 먼저 나타난 유전자 변화를 근거로 치료 시점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ESR1 변이 뭐길래⋯호르몬치료 피하는 암세포 만든다

이번 치료 전략의 열쇠는 ESR1 돌연변이다. ESR1은 암세포가 에스트로겐 신호를 받아들이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알파’를 만드는 유전자다. 일부 암세포에서는 호르몬치료를 받는 동안 ESR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새로 생길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생기면 몸속 에스트로겐을 줄여도 암세포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 같은 기존 호르몬치료에 내성이 생기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FDA도 ESR1 돌연변이를 아로마타제 억제제 치료 중 종양에 생길 수 있는 ‘획득 내성 돌연변이’로 설명했다.

이같은 내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유방암 신약이 엣카마다. 엣카마의 성분인 카미제스트란트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작용을 차단하는 호르몬치료제로, 먹는 약이다. 하루 한 번 75mg을 복용한다.

그렇다고 치료제를 모두 바꾸는 것은 아니다. ESR1 변이가 확인되면 아나스트로졸이나 레트로졸 같은 기존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카미제스트란트로 교체한다. 함께 사용하던 CDK4/6 억제제는 유지한다.

CDK4/6 억제제는 암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 제동을 거는 표적치료제다. 이번 승인에서는 아베마시클립·팔보시클립·리보시클립 가운데 기존에 사용하던 약을 같은 용량으로 이어 쓰도록 했다.

결국 치료 전체를 갈아타는 것이 아니라, 내성과 직접 관련된 호르몬치료 부분만 먼저 바꾸는 방식이다.

3256명 혈액 추적⋯암 진행까지 9.2개월→16개월

승인의 근거가 된 3상 임상시험 ‘SERENA-6’도 이런 치료 전략을 그대로 시험했다.

연구진은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 진행성 유방암 환자 3256명의 혈액을 추적했다. 이들은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CDK4/6 억제제를 1차 치료로 최소 6개월 이상 사용하고 있었으며, 영상검사에서는 암 진행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진이 혈액에서 살핀 것은 순환종양DNA(ctDNA)다.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 속을 떠다니는 작은 DNA 조각이다. 이를 분석하면 영상검사에서 뚜렷한 진행이 보이기 전에 암세포에서 생긴 유전자 변화를 찾아낼 수 있다.

SERENA-6에서는 통상적인 영상검사 시기에 맞춰 2~3개월마다 혈액을 검사했다. 다만 이 간격은 임상시험에서 사용한 방식이다. 모든 환자가 실제 진료에서도 반드시 2~3개월마다 검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추적 과정에서 혈액에는 ESR1 돌연변이가 나타났지만 영상검사에서는 암 진행이 확인되지 않은 환자 315명이 비교시험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157명은 기존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카미제스트란트로 바꿨고, 158명은 기존 치료를 계속했다. 두 집단 모두 CDK4/6 억제제는 쓰던 종류와 용량을 유지했다.

그 결과 암이 진행하거나 사망하기까지 걸린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카미제스트란트군 16.0개월, 기존 치료군 9.2개월이었다. 카미제스트란트로 바꾼 환자에서는 암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56% 낮았다.

다만 56%라는 수치를 환자 100명 가운데 56명의 암 진행을 막았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두 치료군을 추적했을 때 카미제스트란트군에서 진행이나 사망이 발생할 상대적 위험이 56% 낮았다는 의미다.

영국 케임브리지 바이오메디컬캠퍼스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글로벌 연구개발센터 ‘디스커버리센터(The Discovery Centre·DISC)’ 전경. 사진=아스트라제네카

언제 ESR1을 검사할 것인가

임상 현장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카미제스트란트라는 신약 자체만이 아니다. ESR1 변이를 언제, 어떤 환자에서 찾을지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

SERENA-6는 처음 유전자검사를 한 번 하고 끝낸 시험이 아니었다. 기존 치료로 암이 억제되고 있는 동안에도 혈액검사를 반복해 새로 나타나는 ESR1 돌연변이를 찾았다.

FDA는 엣카마 승인과 함께 혈액으로 암의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는 미국 정밀종양학 기업 가던트헬스의 ‘가던트360 CDx’를 동반진단검사로 허가했다. 동반진단은 특정 유전자 변이 등을 확인해 해당 치료제를 사용할 환자를 가려내는 검사다.

이 때문에 실제 진료에서는 새로운 판단이 필요해졌다. 영상검사에서 암이 계속 억제되고 있는 환자에게 ESR1 검사를 반복할지, 누구에게 검사할지, 어느 간격으로 확인할지가 앞으로 논의될 수 있다.

후속 분석에서는 처음 두 치료군으로 나눈 시점부터 다음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암이 진행하거나 사망하기까지의 기간(PFS2)도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조기에 약을 바꾸는 전략의 장기적 이득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FDA 역시 SERENA-6의 시험 설계상 PFS2만으로 조기 치료 전환의 임상적 이득을 확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환자가 실제로 더 오래 사는지를 보는 전체생존기간(OS)은 아직 충분한 자료가 쌓이지 않아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피검사로 유방암 조기 발견?”⋯전혀 다른 이야기

환자와 가족이 가장 주의해야 할 대목이 있다.

이번 승인이 건강한 사람의 유방암 조기 발견을 위한 혈액검사를 허용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치료받고 있는 특정 환자에게서 치료 과정에서 생긴 ESR1 돌연변이를 찾는 검사다.

ESR1 돌연변이가 발견됐다고 가족에게 물려주는 유전성 유방암이라는 뜻도 아니다. 이번 승인의 대상이 되는 ESR1 돌연변이는 치료 과정에서 종양세포가 새로 획득할 수 있는 변화다.

FDA에 따르면 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을 처음 진단받을 때 ESR1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는 5% 미만이다. 반면 아로마타제 억제제 치료 뒤 암이 진행한 환자에서는 거의 40%에서 발견된다.

엣카마가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해당하는 약도 아니다.

미국 허가 대상은 호르몬수용체 양성·HER2 음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가운데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CDK4/6 억제제로 치료받던 중 FDA가 허가한 검사에서 ESR1 돌연변이가 확인된 성인으로 한정된다.

자문위는 3대6 반대⋯FDA도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

그렇다면 ESR1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곧바로 약을 바꾸는 것이 정답일까. 아직 그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FDA 종양약물자문위원회는 지난 4월 30일 영상검사에서 진행하기 전에 ESR1 돌연변이를 찾아 카미제스트란트로 바꾸는 전략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득을 입증했는지를 놓고 표결했다. 결과는 찬성 3명, 반대 6명, 기권 0명이었다.

반대한 위원들도 무진행생존기간이 늘어난 결과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ESR1 돌연변이가 검출되자마자 약을 바꾸는 것이, 영상검사에서 실제 암 진행이 확인된 뒤 치료를 바꾸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더 좋은지는 SERENA-6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FDA가 정식승인이 아닌 가속승인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속승인은 중증 질환에서 유망한 효과가 확인되면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실제 임상적 이득은 후속시험에서 다시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안전성도 살펴야 한다. 엣카마는 심장의 전기적 회복 시간을 나타내는 QTc 간격을 늘리는 특정 약물과 함께 복용할 경우 위험한 부정맥이 생길 수 있어 FDA의 가장 강한 수준의 경고인 ‘박스경고’가 붙었다. 심박수가 지나치게 느려지는 서맥과 태아 위해 가능성도 주의사항에 포함됐다.

이번 승인이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지금까지는 영상검사에서 암 진행이 확인된 뒤 다음 치료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특정 진행성 유방암에서는 피 속 종양 DNA의 변화를 먼저 찾아 치료를 앞당겨 바꿀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

변화를 먼저 발견할 수 있다는 것과 치료를 앞당기는 것이 반드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엣카마의 FDA 승인은 그 가능성을 실제 치료 선택지로 옮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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