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3일 (일)

생애 첫 1000일 설탕 덜 먹었더니⋯5가지 암 위험 낮아졌다

영국인 6만 4761명 분석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생애 첫 1000일 동안 설탕에 덜 노출된 사람은 수십 년 뒤 여러 암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애 첫 1000일 동안 설탕에 덜 노출된 사람은 수십 년 뒤 여러 암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애 초기 설탕 섭취는 세포 노화뿐 아니라 성인이 된 뒤의 식습관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농업대 천 주 연구원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웨이룽 장 부교수는 영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행됐던 설탕 배급제를 자연실험으로 활용해 생애 초기 설탕 노출과 장기적인 건강의 관계를 분석했다.

설탕 배급제가 시행되던 당시 설탕 섭취량은 하루 약 40g 수준이었지만, 1953년 9월 배급제가 끝난 뒤에는 약 80g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불과 몇 달 차이로 태어난 사람들이 태아기와 영유아기에 경험한 설탕 섭취 환경에 상당한 차이가 생겼다.

연구진은 이러한 정책 변화를 활용해 임신부터 두 번째 생일까지 약 1000일 동안 설탕 배급제에 노출된 기간이 이후 암 발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다.

연구진에 따르면 생애 첫 1000일은 장기와 대사 체계, 면역계 등이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다. 이 시기의 영양 환경은 성장 과정뿐 아니라 이후 건강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시기는 음식의 맛에 대한 선호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간암 위험 69% 낮아...유방암·전립선암·폐암에서도 차이 확인

이번 연구는 1951년에서 1956년 사이 영국에서 태어난 6만 40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암 진단에 관한 정보는 UK 바이오뱅크(UK Biobank) 자료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생애 첫 1000일 중 설탕 배급제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성인이 된 뒤 여러 암의 발생 위험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태아기부터 만 2세까지 설탕 배급에 가장 오래 노출된 집단은 배급을 경험하지 않은 집단보다 간암 발생 위험이 69% 낮았다. 직장암은 40%, 폐암은 41%, 전립선암은 52%, 유방암은 36% 낮았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차이가 설탕 배급제가 끝난 직후가 아니라 수십 년이 지난 뒤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생애 초기 비교적 짧은 영양 환경의 차이가 장기간에 걸쳐 건강과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텔로미어 더 길고, 면역 노화 지표도 낮아

생애 초기 설탕 노출은 생물학적 노화와도 관련이 있었다. 설탕 배급제에 더 오랜 기간 노출된 사람들은 텔로미어 길이가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하는 구조로, 일반적으로 세포가 분열하고 노화하면서 점차 짧아진다. 연구진은 이러한 텔로미어 길이의 차이가 생물학적 노화가 약 2.2년 덜 진행된 것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또한 혈액 속 그랜자임 B(granzyme B) 수치도 낮았다. 그랜자임 B는 면역세포가 사용하는 단백질 분해효소로, 만성적인 면역 활성 및 노화와 관련해 연구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연구진은 텔로미어와 그랜자임 B 결과를 종합해, 생애 초기 설탕 제한이 상대적으로 느린 세포 노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 형성된 단맛 선호, 50년 뒤 식습관과도 관련

초기 설탕 노출 차이는 식습관에서도 나타났다. 설탕 배급제에 노출됐던 사람들은 중년이 된 뒤에도 설탕을 상대적으로 적게 섭취했다. 전체적인 음식 섭취량도 적었으며, 식단이 더 건강하고 다양한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경로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생물학적 영향으로, 생애 초기의 영양 상태가 대사와 장기, 면역계 발달에 장기적인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행동적인 측면으로, 어린 시절 경험한 단맛의 정도가 이후의 음식 선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어릴 때부터 강한 단맛에 덜 노출되면 이후에도 덜 단 음식을 선호하게 되고, 이러한 식습관이 수십 년 동안 이어지면서 장기적인 건강 차이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영국의 설탕 배급제 종료를 자연실험으로 활용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됐다. 생애 초기 설탕 제한을 경험한 사람은 이후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 위험이 낮았으며, 최근에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다만 이번 결과가 영유아에게 설탕을 전혀 먹이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 역시 전후의 식량 배급 정책 자체를 바람직한 영양 정책으로 제안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시 설탕 배급제는 설탕뿐 아니라 전반적인 식생활 환경과 사회경제적 조건에도 영향을 미쳤던 상황인 만큼 결과를 해석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태아기부터 두 돌까지 신체가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의 영양 환경이 수십 년 뒤의 건강 및 식습관에도 여전히 영향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Early-life sugar restriction causally reduces adult cancer incidence and slows biological aging’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생애 초기 설탕을 덜 먹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생애 첫 1000일 동안 설탕 배급에 더 오래 노출된 사람들이 성인이 된 뒤 간암·간내담관암, 직장암,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개인의 암 위험은 유전, 흡연, 음주, 체중, 식습관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설탕 섭취만으로 암 예방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Q2. 어릴 때 설탕 섭취가 성인이 된 뒤 식습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생애 초기 설탕 배급을 더 오래 경험한 사람들이 약 50년 뒤에도 설탕을 적게 섭취하고, 더 건강하고 다양한 식단을 유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어린 시절 형성된 단맛에 대한 선호가 장기간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Q3. 설탕 섭취와 생물학적 노화는 어떤 관련이 있었나요?
A. 생애 초기 설탕 배급에 더 오래 노출된 사람들은 백혈구의 텔로미어가 더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생물학적 노화가 약 2.2년 덜 진행된 것에 해당한다고 추정했습니다. 다만 텔로미어 길이만으로 개인의 전반적인 노화 정도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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