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마다 왼쪽 윗배와 명치 부근이 쥐어짜듯 아파 힘들었던 24세 남성이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최근 3개월 동안 극심한 통증이 되풀이됐고 속이 메스껍고 구토도 잦았다.
환자에 대한 가슴 청진과 촉진 결과, 심장의 맨 아래 끝부분(심첨부)의 박동이 왼쪽이 아닌 오른쪽 가슴(우측 제5 늑간)에서 느껴졌다.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현상이 의심됐다.
이어 진행된 정밀 검사에서 뜻밖의 신체 구조가 확인됐다. 흉부 엑스레이(X-ray)와 12유도 심전도 검사에서 심장이 오른쪽에 위치해 있음이 명확히 드러났다. 복부 초음파 및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는 흉부와 복부의 모든 장기가 거울에 비친 것처럼 좌우가 뒤바뀌어 있었다.
정상인이라면 오른쪽에 있어야 할 간과 담낭(쓸개)이 왼쪽 상복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왼쪽에 있어야 할 위와 비장(지라), 췌장(이자) 꼬리 부분은 오른쪽에 있었다. 또한 왼쪽 윗배에 자리한 담낭 내부에서는 최대 12mm 크기의 담석(결석)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환자에게 ‘전신 내장 반전증’과 담석증 진단을 내렸다.
담석으로 인한 통증은 오른쪽 윗배에 나타나는 것이 상식이다. 이 환자의 통증은 정반대인 왼쪽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갈비뼈 아래를 누를 때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통증으로 숨을 멈추게 되는 징후(머피 징후)도 오른쪽이 아닌 왼쪽 갈비뼈 아래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황달이나 열, 체중 감소 등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환자는 복부 수술을 받은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돌이 들어 있는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뒤집힌 해부학적 구조와 환자의 여건을 감안해 왼쪽 갈비뼈 아래를 절개하는 개복 수술을 했다. 3차원 영상으로 좌우가 바뀐 담도와 혈관 구조를 사전에 정밀 분석한 뒤 수술에 들어갔다. 쓸개관과 담낭동맥의 분리에 앞서 두 구조물만 담낭으로 들어가는지 철저히 확인했다.
담낭을 잘라내는 수술은 75분 만에 큰 출혈 없이 안전하게 끝났다. 환자는 수술 다음 날부터 물과 음식을 섭취했고, 사흘 째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수술 2주 뒤 추적 관찰에서도 상처 부위 감염이나 통증 없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를 보였다.
국제 공동 연구팀(파키스탄 쉬파 국제병원, 네팔 의대 교육병원 등)의 이 연구 결과(Open Cholecystectomy in a Patient With Situs Inversus Totalis and Symptomatic Cholelithiasis: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임상 증례 보고(Clinical Case Reports)》에 실렸다.
쓸개 등 장기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뀐 희귀병 환자도 철저한 사전 영상 진단과 엄격한 수술 안전 원칙을 적용하면, 일반 환자와 다름없이 완치될 수 있음을 이 사례는 보여준다. 전신 내장 반전증은 수정란이 태아로 발달하는 초기 배아 단계에서 좌우를 결정하는 유전적 신호 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6000~2만명 가운데 1명에 나타난다.
장기의 배치만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대칭으로 뒤바뀌었을 뿐 장기 간의 연결 구조와 기능 자체는 정상인 경우가 많다.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이나 불편을 느끼지 못하다가 종합건강검진이나 다른 병으로 검사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전신 내장 반전증은 함께 나타나는 병이나 해부학적 특수성에 따라 독특한 임상적 특징을 보인다. 전체 환자의 약 20~25%는 호흡기 세포 표면의 미세한 털인 섬모 운동에 선천적 결함이 있는 ‘원발성 섬모 이상증’을 동반한다. 이를 ‘카르타게너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증후군 환자는 기관지 내 섬모가 노폐물을 배출하지 못해 만성 축농증(부비동염), 기관지확장증, 만성 기침·가래에 시달린다. 정자나 나팔관의 섬모 운동이 느려져 난임이나 불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반인에 비해 심실·심방 중격 결손 등 선천성 심장 기형을 동반할 위험도 약 5~10%로 높은 편이다.
전신 내장 반전증 환자에게 급성 복통이 발생하면 진단에 큰 혼선을 초래한다. 이 환자는 맹장염(충수염)에 걸리면 왼쪽 아랫배가, 담석증·담낭염에 걸리면 왼쪽 윗배나 명치가 아프다. 특히 말초 신경계의 통증 전달 경로가 장기처럼 완벽하게 좌우 대칭으로 재배치돼 있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 쓸개는 왼쪽에 있는데도 관련 통증은 엉뚱하게 오른쪽으로 느끼는 환자가 약 10%나 된다. 이런 통증의 이질성은 췌장염, 위궤양, 비장 질환 등으로 오인돼 치료 시기를 놓치는 큰 원인이 된다.
전신 내장 반전증 환자의 담석증 발생률은 일반 인구와 별 차이가 없다.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10~20%가 담석을 갖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을 보면 한국인의 약 2%가 건강검진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 담석증 진단을 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담석증 환자는 2018년 약 19만 3000명에서 2023년 약 27만 2000명으로 5년간 40% 이상 급증했다. 식습관의 서구화와 고지방·고콜레스테롤 섭취 증가 등 때문이다.
이 사례는 일반인과 의료진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이 지속되거나 기름진 음식을 섭취한 뒤 반복적으로 소화불량 및 상복부 통증이 나타나면 정확한 신체 진찰과 복부 초음파 등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통증 위치가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관계없다. 통증이 나타나는 담석증을 방치하면 급성 담낭염이나 담관염, 담석 췌장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찍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는 까닭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담낭(쓸개)을 절제하고 나면 소화 기능에 영구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나요?
A1.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소화액)을 농축해 보관했다가 음식이 들어올 때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수술로 담낭을 떼 내더라도 담즙은 간에서 정상적으로 계속 만들어져 십이지장으로 분비됩니다. 수술 후 초기 몇 주 동안에는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 묽은 변을 보거나 소화가 더디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담관이 담낭의 저장 역할을 일부 대신합니다. 인체가 상황에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식사와 생활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Q2.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 무증상 담석도 무조건 수술로 제거해야 하나요?
A2. 증상이 없는 단순 담낭 담석은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로 크기 변화나 이상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담석의 크기가 3cm 이상으로 매우 크거나, 담낭벽이 두꺼워져 있는 경우, 담낭 용종이 함께 동반된 경우, 석회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예방적 담낭절제술이 권고됩니다. 담낭암이나 급성 합병증의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Q3. 담석증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으려면 어떤 식습관을 가져야 하나요?
A3. 콜레스테롤 담석의 주된 위험 요인은 비만, 고지방·고칼로리 식사,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급격한 다이어트 및 장기 금식입니다. 담석증을 예방하려면 끼니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해야 합니다.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인 기름진 육류, 튀김류, 내장류 등의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통곡물 등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