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중 움직이는 시간을 줄이고 앉아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면 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앉아 있거나 자는 시간 일부를 움직이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암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호주 시드니대, 모나시대 공동 연구진은 하루 24시간 동안의 수면 시간과 앉아서 보내는 시간, 신체활동의 비율이 암 발생 위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국의 대규모 건강 데이터베이스인 UK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가자 5만 9218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61.7세였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손목에 착용한 가속도계 자료를 이용해 하루 동안 얼마나 자고, 앉아 있고, 서 있고, 움직였는지를 분석했다. 신체활동은 다시 가벼운 활동과 중강도 활동, 고강도 활동으로 구분했다.
참가자들을 중앙값 기준 약 8년간 추적하는 동안 2385명이 새롭게 암 진단을 받았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 대상이 된 암은 기존 연구에서 신체활동과 관련성이 보고된 13개 암이다. 여기에는 방광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위 분문암(gastric cardia cancer), 두경부암, 신장암, 간암, 유방암, 폐암, 직장암, 다발성골수종, 식도 선암, 골수성백혈병 등이 포함됐다.
움직이는 시간 30분 줄이고 앉아 있으면 암 위험 8% 높아
분석 결과, 하루 중 움직이는 시간이 많고 앉아 있는 시간이 적을수록 암 발생 위험이 낮은 경향이 확인됐다. 통계 모델에서 수면 또는 앉아 있는 시간 15분을 같은 시간 동안 움직이는 활동으로 대체했을 경우 암 위험은 2% 낮게 나타났다.
반대로 하루 30분의 움직이는 시간을 같은 시간 동안 앉아서 보내는 행동으로 대체했을 때, 암 발생 위험은 약 8% 높게 나타났다. 움직이는 시간을 30분 줄이고 수면 시간을 동일한 시간만큼 늘린 경우에도 위험은 약 7% 높았다.
단 3분의 격렬한 활동도 암 위험 감소와 연관
연구진은 신체활동의 강도에 대해서도 분석을 실시했다. 하루 활동을 강도에 따라 분석한 결과, 중·고강도 신체활동을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을수록 암 위험이 낮아지는 연관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고강도 신체활동이 이러한 연관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면 시간이나 앉아 있는 시간, 가벼운 또는 중강도 활동 가운데 단 3분을 같은 시간의 고강도 신체활동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암 위험은 약 4%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서 말하는 고강도 신체활동은 꼭 별도로 시간을 확보해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버스를 타기 위해 뛰는 등 일상생활 중 숨이 차고 심박수가 크게 올라가는 강도의 움직임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이미 암이 진행되고 있어 활동량이 줄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추적 초기 2년 동안 발생한 암 사례를 제외하고 다시 분석하자, 고강도 신체활동과 암 위험 감소의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중강도와 고강도 신체활동을 합친 전체 활동량과 암 위험 감소의 연관성은 유지됐다.
앉아 있는 시간 줄이고 일상에서 더 움직이는 것이 중요
연구를 이끈 존 미첼 박사는 “이번 연구는 많은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사람에서 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또한 활동적인 삶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신체활동을 줄였을 때 암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기준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이나 75분 이상의 고강도 신체활동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가능한 한 신체활동으로 대체할 것을 권한다.
이번 연구 역시 반드시 정해진 시간 동안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만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보다는, 하루 동안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자주 움직이는 생활습관이 중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특히 이미 활동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면서 신체활동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이므로 신체활동 감소가 암을 직접적으로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암은 종류에 따라 원인과 위험요인이 크게 다르며, 개별 암을 분석했을 때 연관성의 정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신체활동이 암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는 이번 연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존 여러 연구에서도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대장암과 유방암, 자궁내막암을 비롯한 여러 암의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신체활동은 체중 조절뿐 아니라 인슐린과 성호르몬 조절, 염증 감소 등 암 발생과 관련된 여러 생물학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Medicine(BMC 메디슨)》에 ‘Device-measured movement behaviours and cancer incidence in a population sample of UK adults: Dual 24-hour analyses of postural and intensity composition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하루 30분 덜 움직이면 실제로 암 위험이 8% 높아지나요?
이번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실제로 운동량을 30분 줄인 것은 아니다. 하루 24시간의 활동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움직이는 시간 30분을 같은 시간의 좌식행동으로 대체했을 때 암 위험이 약 8%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직접적인 인과관계보다는 신체활동이 적고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생활패턴과 암 위험의 연관성을 보여준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Q2. 하루에 3분만 격렬하게 운동해도 암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수면이나 좌식행동, 가벼운 또는 중강도 활동 3분을 고강도 신체활동으로 대체했을 때 암 위험이 약 4% 낮게 나타났다. 다만 초기 2년간 발생한 암을 제외한 추가 분석에서는 고강도 활동 단독의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하루 3분 운동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Q3. 암 위험을 낮추려면 하루에 얼마나 운동해야 하나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이나 75~150분의 고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권고한다. 운동시간을 따로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일상에서 자주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