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4일 (화)

눈 사진으로 심혈관 위험, 뇌 영상으로 뇌경색 측정…'의료 AI' 병원 진입 빨라진다

허가 뒤 임상 근거·보험 수가 장벽…정부, 6개 의료 AI 상용화 지원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선정된 시너지에이아이와 프리베노틱스 컨소시엄 개요 사진=보건복지부

눈 안쪽을 촬영한 영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늠하고, 뇌 영상으로 뇌경색 부위와 크기를 측정하는 인공지능(AI) 의료기기가 여러 병원에서 효과를 검증받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도 임상 근거 확보와 건강보험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의료 AI의 병원 진입이 빨라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4일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AX-Sprint)’ 디지털 의료기기 분야 착수보고회와 협약 체결식을 갖고 6개 운영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

이번 사업은 제품 개발이나 인허가보다 그 이후의 시장 진입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기업과 의료기관이 제품을 진료 현장에서 사용하며 실사용 데이터를 쌓고, 신의료기술평가와 보험등재에 필요한 임상 근거를 마련하도록 지원한다. 병원 도입과 사용 확대를 위한 학회·전시회 연계 홍보와 마케팅도 돕는다.

허가 이후 필요한 ‘실제 환자 근거’

의료 AI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고 곧바로 병원에서 널리 쓰이는 것은 아니다. 실제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안전성과 효과가 있는지, 기존 진료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등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건강보험 수가가 없으면 병원이나 환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해 사용을 늘리기도 어렵다. 다기관 임상과 실사용 자료 확보, 신의료기술평가·보험등재 준비에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개별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시장 진입 장벽이다.

지원 대상은 식약처 제조업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 기업과 인허가를 마치고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AI 제품이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와 혁신의료기술, 즉시진입제도 등 정식 평가 전 일정한 조건 아래 진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선진입제도 지정 제품도 포함된다.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이다. 공고상 정부지원금은 컨소시엄당 최대 총 19억원 내외이며, 최종 지원액은 과제마다 다르다. 주관기업은 의료기관 두 곳 이상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막힌 뇌혈관부터 위내시경 병변까지

뇌질환 분야에서는 제이엘케이와 휴런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제이엘케이는 한림대성심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등 22개 의료기관에 뇌졸중 분석 AI를 도입한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 뇌 조직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질환이다. 어떤 치료를 얼마나 빨리 시행하느냐가 환자의 예후를 좌우한다.

제이엘케이 제품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을 분석해 뇌혈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확산강조영상(DWI)에서는 급성 뇌경색 부위를 찾아 크기를 수치화하고, 병변의 양상을 분석해 뇌졸중 원인 유형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컨소시엄은 AI 도입이 환자 예후와 진료 비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검증한다.

휴런은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3개 의료기관에서 파킨슨병 진단 보조 AI ‘Heuron IPD’를 검증한다. 이 제품은 뇌 자기공명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나이그로좀의 퇴행 여부를 판독한다.

나이그로좀은 운동 조절에 관여하는 중뇌 흑질 안의 구조다. 이 부위의 퇴행 여부는 파킨슨증을 판단하는 영상 단서 가운데 하나다. 컨소시엄은 AI가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를 줄일 수 있는지 살핀다.

암 진단 분야에는 루닛과 프리베노틱스가 참여한다.

루닛은 서울대병원과 강북삼성병원, 건국대병원 등 10개 의료기관에서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술 분석 AI를 사용한다. 약 25만건의 실사용 데이터를 쌓고 건강보험 수가체계 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Lunit INSIGHT CXR’는 흉부 엑스레이에서 폐결절과 기흉 등 10가지 비정상 소견의 위치를 표시하고 병변이 있을 가능성을 점수로 보여준다. ‘Lunit INSIGHT MMG’는 유방촬영술에서 유방암 의심 부위를 찾고 암일 가능성을 수치로 제시해 의료진의 판독을 돕는다.

프리베노틱스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7개 의료기관 소화기내과에 위내시경 AI ‘Prevenotics-G Pro’를 도입한다. 이 제품은 내시경 장비에서 들어오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병변의 위치와 유형을 화면에 표시한다. 내시경 시스템과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 연동돼 의료진이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검사 중 자동으로 작동한다.

컨소시엄은 위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구병변을 더 정확히 찾아내고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일 수 있는지 검증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보건복지부

생체신호와 망막혈관에서 위험 신호 포착

심혈관 분야에서는 시너지에이아이와 메디웨일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시너지에이아이는 서울성모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 등 15개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등에 생체신호 분석 AI ‘SYNERGY Mac’AI’를 도입한다. 이 제품은 환자의 생체신호를 분석해 의료진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는 중요 부정맥의 발생 위험도를 표시한다.

의료진은 이를 바탕으로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먼저 가려내고 추가 검사나 집중 관찰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 컨소시엄은 여러 병원에서 실제 환자에게 제품을 사용하며 부정맥 위험 예측의 유효성을 확인한다.

메디웨일은 신촌세브란스병원과 한양대구리병원 등 4개 의료기관에서 ‘DrNoon for CVD’를 검증한다. 안저카메라로 찍은 눈 안쪽 영상을 AI가 분석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평가하는 제품이다.

안저 영상에는 망막의 미세혈관이 드러난다. 컨소시엄은 이를 활용해 만성질환자와 수술을 앞둔 환자의 심혈관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지 살핀다.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 관련 건강보험 수가 등재도 추진한다.

이번에 선정된 제품은 질병을 스스로 확진하거나 치료 방침을 정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영상과 생체신호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해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 진단·예측 보조 도구다.

복지부와 보산진은 임상실증과 제도 진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이번 사업에서 쌓은 자료와 시장 진입 경험이 의료 AI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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