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 증상이 있는 한국 젊은 성인은 지방간 위험이 2배가량 높으며, 우울 증상이 심할수록 지방간 위험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에 발표됐다. 우리나라 젊은 성인을 대표하는 표본을 대상으로 우울 증상과 지방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첫 연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허연 교수·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상훈 교수·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 연구팀은 2014~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에 참여한 19~44세 성인 1만955명 중 B형 또는 C형 간염 양성 판정을 받았거나 중등도 이상의 음주를 하는 사람을 제외한 7831명을 대상으로 우울 증상과 지방간의 상관 관계를 분석했다고 28일 밝혔다. 우울 증상은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선별도구인 PHQ-9 설문을 통해, 지방간은 지방간 지수(HSI)를 활용해 정의했다.
분석 결과, 우울 증상이 있는 군(PHQ-9 10점 이상)에서는 지방간 유병률이 33.9%로, 우울 증상이 없는 군(23.8%)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의 사회경제적 요인과 생활습관, 동반질환 등을 반영한 후에도 우울 증상이 있는 사람은 지방간 위험이 약 2배 높았다.
우울 증상이 심해질수록 지방간 위험도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연구에 따르면, 최소 수준의 우울 증상군(PHQ-9 0~4점)에 비해 중등도 우울 증상군(PHQ-9 10~14점)은 지방간 위험이 약 1.95배, 중증 우울 증상군(PHQ-9 15점 이상)은 약 2.41배 높았다. 또한 비만이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청년층에서는 우울 증상과 지방간의 연관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대사적으로 취약한 청년일수록 우울 증상이 지방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우울 증상과 지방간과의 상관 관계를 다룬 연구는 대부분 중·장년층과 서양인, 특정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측면이 있다. 연구팀은 “그간 대사 이상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나타나고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회복 가능성이 높은 젊은 아시아인 대상의 연구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연구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 젊은 성인을 대표하는 표본을 대상으로 우울 증상과 지방간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최초 연구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연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울 증상이 단순한 정신건강 문제를 넘어 지방간과 같은 대사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 결과”라며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청년은 정신건강 평가뿐 아니라 체중·혈당·지질 수치·간 건강 등 대사 건강을 함께 살펴보는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7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간염의 날’이다. B형·C형 간염을 비롯한 바이러스 간염의 위험을 알리고 검사와 예방, 치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각종 장벽을 낮춰 2030년까지 바이러스 간염을 공중보건의 위협에서 퇴치하는 데 속도를 내자는 메시지를 내걸었다. 지방간은 바이러스 간염과 원인은 다르지만, 악화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날을 계기로 간 건강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로, 간세포의 5% 이상에 지방이 쌓이면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전 세계 성인의 약 30%, 국내 성인의 약 30~40%에서 나타날 정도로 매우 흔한 만성 간질환이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생활습관 개선과 체중 감량으로 호전될 수 있으나, 악화되면 지방간염이나 간섬유화·간경변·간암 등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