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기업 GSK가 미국 바이오기업 알렉터(Alector)와 맺었던 신경퇴행질환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종료했다. 계약에 포함된 두 후보물질이 전두측두엽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임상에서 잇따라 실패하면서, 뇌 면역 조절 단백질인 프로그라눌린을 높이는 계열의 후속 후보물질 개발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GSK는 알렉터에 신경퇴행질환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계약은 2021년 체결된 것으로, 당시 GSK는 알렉터에 선급금 7억 달러, 약 1조500억 원을 지급했다.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을 포함한 전체 잠재 계약 규모는 22억 달러, 약 3조3000억 원이었다.
계약 대상은 라토지네맙(latozinemab)과 니비스네바트(nivisnebart) 두 항체 후보물질이었다. 두 약물은 모두 뇌 속 단백질인 프로그라눌린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프로그라눌린은 뇌의 면역활동을 조절하고 신경세포 기능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일부 신경퇴행질환에서는 프로그라눌린 부족이나 관련 유전자 이상이 질병 진행과 연결될 수 있어 치료 표적으로 연구돼 왔다.
두 후보물질은 공통적으로 소틸린(sortilin)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소틸린은 프로그라눌린의 분해와 제거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이를 막으면 프로그라눌린 농도를 높여 신경세포와 뇌 면역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에 기반한 접근이다.
하지만 임상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라토지네맙은 GRN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질병 진행을 늦추는 데 실패했다. 알렉터는 이후 라토지네맙 개발을 중단하고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올해 4월에는 니비스네바트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2상 임상 PROGRESS-AD도 중단됐다. 독립 데이터 모니터링위원회가 중간분석에서 이 연구가 질병 진행 지연이라는 주요 평가변수를 달성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후보물질이 모두 임상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GSK와 알렉터의 협력도 동력을 잃게 됐다.
알렉터, 혈액뇌장벽 기술로 후속 전략 전환
이번 계약 종료로 알렉터는 이미 받은 선급금 외에 최대 15억 달러, 약 2조2600억 원 규모의 추가 마일스톤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GSK 역시 1조 원 이상을 선급금으로 지급한 신경퇴행질환 투자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알렉터는 후속 개발 전략을 혈액뇌장벽(BBB) 통과 기술로 돌리고 있다. 혈액뇌장벽은 혈액 속 물질이 뇌로 무분별하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보호막이다. 신경질환 치료제 개발에서는 약물이 뇌 안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점이 큰 한계로 꼽힌다. 알렉터는 이 기술을 적용한 항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후보를 내년 1분기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진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GSK도 최근 인수·제휴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새 최고경영자 루크 미엘스 체제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뚜렷한 개선 가능성을 보이는 후보물질에 집중하는 흐름이다.
다만 GSK가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질환 연구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 회사는 올해 2월 잭슨연구소·뉴욕줄기세포재단 협력체와 5년간 협력해 신경퇴행질환의 인간 세포 모델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대규모 후보물질 협력은 접었지만, 질병 원인을 더 정밀하게 이해하기 위한 기반 연구는 이어가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