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9일 (수)

폐가 굳는 병에 폐암까지…양성자 치료 받아도 ‘심한 폐 부작용’ 10명 중 1명 밑으로

삼성서울병원, 특발성 폐섬유증 동반 폐암 환자 전향 연구…3기 환자는 부작용 위험 높아 신중한 선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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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 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사진=삼성서울병원

폐가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는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 폐암까지 생기면 치료 선택지는 크게 좁아진다. 이미 폐 기능이 떨어진 상태이기에 암 치료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 가운데 비교적 이른 단계인 1·2기 비소세포폐암에서는 정상 폐 조직에 닿는 방사선을 줄이는 양성자 치료를 했을 때 심한 폐 부작용이 10명 중 1명 미만에서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폐암이 3기까지 진행한 환자에서는 위험이 크게 높았다.

삼성서울병원은 특발성 폐섬유증을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양성자 치료의 안전성과 치료 성적을 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연구에는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신현주·양경미·노재명·표홍렬 교수와 호흡기내과 유홍석·박혜윤·신선혜 교수 등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방사선종양학(Radiotherapy and Oncology)》에 실렸다.

폐가 이미 굳었는데 방사선까지⋯치료 어려웠던 이유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IPF)은 뚜렷한 원인 없이 폐 조직에 흉터가 쌓이고 점차 딱딱하게 굳는 질환이다. 병이 진행하면 산소를 몸속으로 전달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호흡곤란이 심해질 수 있다.

여기에 폐암까지 생기면 치료가 더 까다로워진다. 특히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는 흉부 방사선치료 뒤 심한 폐 부작용에 취약하다.

폐암에 방사선치료를 하면 암 주변의 정상 폐 조직도 일정량의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 이미 폐섬유증이 있는 사람은 이런 손상에 더 취약해 방사선폐렴이나 기존 폐질환 악화 위험을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주목받는 치료가 양성자 치료다. 일반적인 X선은 종양을 지나 뒤쪽 정상 조직에도 일정량의 방사선을 전달한다. 반면 양성자는 특정 깊이에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낸 뒤 방사선량이 급격히 줄어 정상 조직의 불필요한 노출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그렇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의 앞선 전향적 연구에서도 특발성 폐섬유증은 양성자 치료 뒤 심한 폐 부작용과 낮은 생존율에 연관됐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특발성 폐섬유증을 가진 비소세포폐암 환자만 따로 살펴 양성자 치료 후 부작용 위험과 치료 성적을 확인했다.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표홍렬·노재명·표홍렬∙양경미∙신현주 교수 사진=삼성서울병원

41명 추적했더니⋯1·2기 9.4%, 3기는 44.4%

연구진은 2020년 6월부터 2023년 8월까지 특발성 폐섬유증과 비소세포폐암을 함께 진단받은 환자 55명을 등록했다. 이 가운데 분석 기준을 충족한 41명을 최종 분석했다.

폐암 병기는 1기가 56%, 2기가 22%, 3기가 22%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완치를 목표로 양성자 치료를 시행한 뒤 폐 기능과 생존율, 삶의 질, 심한 폐 부작용 발생 여부 등을 추적했다. 추적 관찰 기간의 중앙값은 21.6개월이었다.

전체 41명 가운데 7명(17.1%)에서 3등급 이상의 심한 폐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4명(9.8%)은 4등급 이상의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병기에 따른 차이는 컸다. 1·2기 환자 32명 가운데 3명, 9.4%에서 3등급 이상의 폐 부작용이 나타났다. 반면 3기 환자는 9명 가운데 4명, 44.4%에서 같은 수준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두 집단의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9.4%라는 수치를 특발성 폐섬유증을 가진 모든 폐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 9.4%는 1·2기 환자에서 나온 결과다. 전체 환자에서는 17.1%였고, 3기 환자의 위험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 지표도 확인됐다. 전체 환자의 1년 생존율은 67.6%였다. 치료한 폐 부위와 주변 림프절에서 암이 다시 자라지 않은 비율인 ‘1년 국소·구역 제어율’은 93.2%였다.

초기 폐암엔 치료 선택지 고려⋯3기는 위험 따져야

이번 연구의 의미는 치료가 까다로운 고위험 환자들을 전향적으로 추적했다는 데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는 폐암에 방사선치료를 할 때 심한 폐 부작용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양성자 치료는 정상 폐가 받는 방사선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만을 별도로 분석한 전향적 근거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폐암 병기에 따라 위험 차이가 뚜렷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은 특발성 폐섬유증을 동반한 초기 비소세포폐암에서는 양성자 치료를 치료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지만, 3기 폐암에서는 심한 폐 부작용 위험이 상당해 환자를 더욱 신중하게 선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 뒤 폐 기능 변화도 살폈다. 폐활량(FVC),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 폐확산능(DLCO) 등 주요 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이러한 폐 기능 저하의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는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라도 폐암 병기에 따라 양성자 치료 뒤 위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초기 폐암에서는 치료 선택지로 고려할 근거가 더해졌지만, 3기에서는 심한 폐 부작용 위험을 충분히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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