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7일 (월)

청소년의 AI 상담 증가, 관계 맺는 법 배우는 기회 잃을 수도

청소년의 새로운 상담 상대 된 AI…연구진 "대인관계 발달에 영향 우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AI가 청소년의 대인관계 발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친구와의 갈등이나 가족 문제, 연애 고민을 인공지능(AI) 챗봇에 털어놓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가운데, AI가 청소년의 대인관계 발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AI가 즉각적이고 비판 없는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익혀야 할 중요한 사회적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랜싯 아동 및 청소년 건강(The Lancet Child & Adolescent Health)》에 발표한 논문에서 AI 기반 대화 서비스가 청소년의 관계 형성과 정신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했다. 논문의 제목은 ‘How interactional AI may alter adolescent relational learning and mental health’다.

연구를 이끈 타오 하 심리학과 부교수는 “AI 기술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정책과 제도 역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새로운 고민 창구 된 AI 챗봇

최근 ChatGPT, Replika, Claude, Character.AI와 같은 AI 챗봇은 청소년들에게 친구 관계, 가족 갈등, 연애 문제 등을 상담하는 새로운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연구진이 청소년들과 진행한 자문회의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나 또래가 민감한 인간관계 문제를 AI에 상담한다고 답했다.

이번 연구에 청소년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수사나 오르테가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청소년들이 AI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며 "AI가 실제 인간관계를 대신하면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관계와 교류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AI가 편견 없이 즉각적인 조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서적 지원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적절한 안전장치 없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사람과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관계 형성 경험을 대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기는 ‘관계를 배우는 시기’

연구진은 청소년기가 감정 조절과 갈등 해결, 상대방의 입장 이해, 적절한 관계 설정 등 인간관계 기술을 배우는 결정적인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능력은 친구나 가족, 이성친구와의 정서적인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달한다.

하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십대 시절에 이뤄지는 관계 학습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며 “사소해 보이는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이 평생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미국 청소년 64%가 대화형 AI 사용

연구진은 AI가 이미 청소년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의 64%가 대화형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주주의 및 기술 센터(Center for Democracy & Technology) 조사에서는 42%가 친구 관계와 관련해 AI 챗봇을 이용했고, 19%는 연애 문제 상담에도 AI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연령 확인과 같은 현재의 AI 규제가 실효성이 낮고 실제 이용 행태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이제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구진이 지목한 두 가지 위험...관계 대체, 부적응적 관계 학습

연구진은 AI 사용이 청소년의 관계 형성에 미칠 수 있는 위험으로 '관계 대체'와 '부적응적 관계 학습'을 제시했다.

먼저 관계 대체는 친구나 가족, 연인과 직접 대화하기보다 AI와의 대화를 선택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이성친구와 다툰 뒤 챗봇에게 자신의 행동이 옳았는지 확인받거나, 숙제를 하면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 AI를 이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선택이 사람과 소통하며 관계 기술을 익힐 기회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우울감이나 불안, 외로움을 극복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위험은 부적응적 관계 학습이다. AI는 이용자에게 즉각적이고 일관된 공감을 제공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현실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기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대가 반복되면 건강하지 못한 관계 패턴이 형성되고, 거절에 대해 취약해지거나 데이트 폭력 피해,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의 장점도 분명…핵심은 ‘사람과의 연결’

연구진은 AI의 긍정적인 역할도 함께 강조했다. 농촌 지역에 거주하거나 장애가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청소년에게는 AI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와 정서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AI를 무조건 제한하기보다 청소년이 자기 성찰을 돕고 결국 사람과의 관계로 다시 연결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진은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의 지원을 받아 청소년 300명과 이들의 이성친구를 18개월 동안 추적 조사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서 수집한 실제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AI를 비롯한 디지털 상호작용이 인간관계와 정신건강, 학업 성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청소년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AI가 관계 학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동시에 청소년들이 실제 인간관계를 통해 사랑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경험 역시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청소년 3명 중 2명 생성형 AI 사용…3명 중 1명은 ‘고민 상담’에도 활용

국내에서도 AI는 청소년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4년 전국 중·고등학생 57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용 이유는 ‘관심·호기심’(44%)과 ‘수업·과제’(17%)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올바른 활용법이나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AI의 오류와 편향성 등에 관한 교육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는 AI가 청소년의 상담 창구 역할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 청소년의 68%가 최근 일주일 안에 AI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AI를 이용하는 목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기 위해서'(74%)가 가장 많았지만 '조언을 받거나 고민을 상담하는 등 소통을 위해서'라는 응답도 34%에 달했다. 이는 AI가 단순한 학습 도구를 넘어 청소년들의 정서적 고민과 인간관계 상담의 대상으로도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자주 묻는 질문]

Q1. 연구진이 가장 우려한 AI의 영향은 무엇인가요?
A. 연구진은 AI가 사람과의 대화를 대신하는 '관계 대체(relational displacement)'와 AI에 익숙해지면서 현실 인간관계에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되는 '부적응적 관계 학습(maladaptive relational learning)'을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했습니다.

Q2. AI는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구진은 농어촌 지역 청소년이나 장애 청소년, 성소수자(LGBTQIA+), 상담 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AI가 정보와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사람과의 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Q3. 국내 청소년들은 AI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나요?
A.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는 전국 중·고등학생의 67.9%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67.6%가 최근 1주일 안에 AI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고, 34.4%는 조언을 받거나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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