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5일 (토)

정육점 고기, 바로 먹을 수 있을까?…‘구석기 다이어트’가 이상한 이유

[송무호의 비건뉴스] 134. 인간은 잡식동물인가-인류학적 고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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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구석기시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약 2백만년 전 인간이란 의미의 '호모 종'이 나타나고, 약 1만년 전 농경을 시작한 신석기시대까지의 시간에 걸쳐 있는 게 구석기시대다.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해서 21세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재까지 약 1만년이 걸렸다. 2백만년의 시간 중 199만년의 시간을 차지하는 구석기시대를 백분율로 표시하면 99.5%다.

만약 인간이 육식을 하도록 진화했다면, 빙하기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육식을 했던 구석기시대를 지나면서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먹어도 육식동물처럼 혈관에 이상이 안 생기게 유전자가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육식을 많이 하는 현대인이 동맥경화, 심장마비, 뇌졸중 등 혈관병으로 고생하는 걸 보면 아직 우리의 유전자는 바뀌지 않았다 [1].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했던 ‘구석기 다이어트’는 선사시대 중 '호모 종'이 나타난 2백만년 전부터의 식습관을 고려한 것이지, 2백만년 이전 식습관은 고려하지 못한 큰 오류가 있었다. 인간의 “본성을 지배하는 유전자”를 이해하려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기를 먹기 시작했던 2백만년 전이 아니라, 인류의 기원인 6백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유전자는 필요에 의해 바뀐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동물들은 매일 자신의 몸에서 비타민 C를 합성해 낸다. 인간의 DNA 속에도 비타민 C 합성 유전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작동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초기 인류 때부터 식물식을 통해 비타민 C를 충분히 흡수해 왔기 때문에, 굳이 체내에서 비타민 C를 합성하며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2].

비타민 C는 고기·생선·우유·계란에는 들어있지 않고, 과일·채소에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육식인은 비타민 C 결핍증이 생기기 쉽고, 채식인은 비타민 C 결핍증이 생기지 않는다.

비타민 C는 수용성 비타민이다. 수용성 비타민은 열에 약하기에 조리 없이 자연상태 그대로 먹는 게 좋고, 하루 필요량 이상 섭취분은 소변으로 배출되기에 몸에 축적이 안 된다. 신선한 과일·채소를 매일 먹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인간의 유전자는 초기 인류의 유전자와 거의 비슷하기에, 현대인이 겪는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게 지난 100년간 급속도로 발전된 현대화된 식품들이다 [3].

우리가 식사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구석기시대 사람의 평균 수명은 25~30세에 불과했다. 여러 다른 환경적인 요소를 감안한다 하더라고 구석기 식습관이 건강에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4].

현대인은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기에 고대인의 식습관을 따라 할 필요는 없지만, 가공되지 않은 과일·채소 섭취를 늘리고,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은 만성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서구화된 생활방식인 육식과 비활동성이 만성질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5, 6].

구석기시대까지 안 가더라도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채식을 주로 하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농촌지역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키는 동맥경화증이 거의 없고 당뇨, 고혈압, 비만, 암 또한 매우 드물다 [7, 8].

인간의 본성은 어떤가?

https://viva.org.uk/health/the-evolution-of-a-vegan/

위 사진의 어린양을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육식이 본성인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양을 보고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느끼지, 잡아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아있는 동물의 살점을 먹으라면 사람들은 먹지 못한다. 길을 가다 차에 치어 죽은 동물의 사체를 보고 육식동물처럼 군침을 흘리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끔찍하다 생각하고 고개를 돌린다.

사진출처: 망원동 바히네

인간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위 사진과 같은 달콤한 과일이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고 입맛이 다셔지는 것만 봐도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과일을 주로 먹는 채식(Frugivore)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과일에는 다양한 맛이 있다. 사과는 사과 맛, 딸기는 딸기 맛, 오렌지는 오렌지 맛, 바나나는 바나나 맛….

그럼 고기의 맛은 무엇인가?

우리가 과수원에 가면 과일을 따다 바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정육점에 가서 진열된 고기를 바로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육식동물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이야기다. 왜냐면 고기 본래의 맛은 비린 맛이라 요리하지 않고서는 역겨워 바로 먹을 수가 없다.

인간은 육식동물처럼 고기를 날 것으로는 먹지 못한다. 열을 가해 본질을 변형시켜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는다. 그마저도 각종 양념을 첨가해 양념갈비, 불고기 등으로 조리를 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사람들은 고기의 맛보다는 양념 맛을 더 좋아한다. 생각해 보자. 이 양념들은 어디서 왔는가? 식물 아니던가?

만약 식사를 할 때 동물을 직접 죽여서 먹어야 한다면, 사람들은 진저리를 치며 거부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육식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틀즈 멤버인 폴 메카트니는 "도살장 벽이 유리로 되어 볼 수 있다면, 사람들이 육식을 그만둘 것이다"라고 피비린내 나는 공장식 축산의 잔인성을 지적했다.

우리가 먹는 고기들은 어떤 도살 과정을 거쳤는지 볼 수 없게 시스템화되어 있기에, 고기가 식탁 위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모른다. 불에 굽고 튀기고 갖은 양념으로 변형시킨 고기 맛에 길들여져 있지만, 실제 인간은 날고기에 본능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존재다.

인간은 동물이다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누구도 동물적 본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육식동물이나 잡식동물은 아니다. 육식을 할수록 병이 많이 생긴다는 건 인간이 육식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는 가장 완벽한 증거다 [9, 10].

참고로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98.4% 동일하며 [11], 침팬지의 주식(98%)은 과일이다 [12]. 인간은 채식할 때 가장 건강해진다.

사실이 이럼에도 요즘 저탄고지를 권하시는 분들은 인간은 육식동물이라 주장하고, 대중들은 자신이 고기를 좋아하니 육식동물이 맞다고 맞장구친다. 어이없는 현실이다. 저탄고지 홈피에서 파는 각종 영양제로 건강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대다수가 고기를 먹는다고 인간이 육식동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식사는 훗날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동맥경화, 심장마비, 뇌졸중, 암 등 만성질환이 따라온다.

본성에 맞는 식사를 해야 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저탄고지를 주장하며 영양제를 파는 분들의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

송무호 의학박사, 정형외과·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참고문헌

1. K Milton. Hunter-gatherer diets—a different perspective.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00;71(3):665-667.

2. IF Benzie, S Wachtel-Galor. Vegetarian diets and public health: biomarker and redox connections. Antioxid Redox Signal. 2010 Nov 15;13(10):1575-91.

3. H Pijil. Obesity: evolution of a symptom of affluence. How food has shaped our existence. The Netherland Journal of Medicine 2011;69(4):159-166.

4. M Nestle. Paleolithic diets: a sceptical view. Nutrition Bulletin 2000;25(1):43-47.

5. SB Eaton, M Konner, M Shostak. Stone agers in the fast lane: chronic degenerative diseases in evolutionary perspective. Am J Med 1988;84:739–49.

6. L Cordain, RW Gotshall, SB Eaton, SB III Eaton. Physical activity, energy expenditure and fitness: an evolutionary perspective. Int J Sports Med 1998;19:328–35.

7. AR Walker. Are health and ill-health lessons from hunter-gatherers currently relevant?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01;73(2):353-354.

8. WC Roberts.The cause of atherosclerosis. Nutrition in Clinical Practice 2008;23(5):464-467.

9. R Kay. Diets of early Miocene African hominoids. Nature 1977;44:628–630.

10. K Milton. Nutritional characteristics of wild primate foods: do the diets of our closest living relatives have lessons for us? Nutrition 1999;15:488–498.

11. 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8338

12. Wikipedia https://ko.wikipedia.org/wiki/%EC%B9%A8%ED%8C%AC%EC%A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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