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유럽 덮친 ‘습한 열돔’ 미국까지…한국도 장마 이후 위험

고온에 습도 겹치면 체감온도 급등…고열·의식저하 땐 '열사병 의심' 즉시 119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전 세계가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럽 곳곳이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중부·동부를 중심으로 위험한 폭염이 예보됐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 시간)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를 앞두고 “미국 중부와 동부 대부분의 지역에 32~38℃(90~100℉)에 이르는 위험한 폭염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CBS 등 현지 매체들은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면 체감온도는 일부 지역에선 최대 약 46℃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늘(6월 30일)자 미국 전역 폭염 위험도를 표시한 지도. 빨간색 부분은 냉방이나 수분 섭취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누구든 열질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주요 위험’ 단계 폭염 지역에 해당된다. 사진=미국 기상청(NWS) 홈페이지

유럽 폭염 피해, 왜 커졌나

앞서 유럽에서는 지난 21일을 전후해 초여름 기준 최고기온 기록이 잇따라 깨지며 폭염 피해가 커졌다.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서·남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40℃ 안팎까지 올랐고, 영국도 6월 최고기온 기록을 새로 쓸 정도로 이례적 더위를 겪었다. 이후 고온 현상은 독일과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중·동유럽으로 번졌고,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41℃를 넘는 예비 기록이 보고됐다.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정전이 발생하는 등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유럽 각국은 폭염 경보를 발령하고 학교·공공시설 운영을 줄이거나 야외 행사를 취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열사병뿐 아니라 심혈관질환·호흡기질환 악화 등 폭염에 따른 건강 피해도 잇따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1일 이후 유럽에서 폭염의 영향으로 과거 같은 기간의 평균 사망자 수보다 약 1300명이 더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특히 프랑스 공중보건국은 사망자의 약 85%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고 전했다. 

AP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서유럽 일부 지역의 더위는 6월 최고기온 기록을 세운 뒤 일시적으로 누그러졌으나, 다음 주인 7월 초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다시 기온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했다.

40도보다 무서운 변수는 ‘습도’ 

이번 유럽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유럽 기후 전문가들은 ‘오메가 블록(Omega block)’ 현상을  지목한다. 이는 상층 제트기류가 Ω(오메가) 모양으로 휘면서 강한 고기압이 한곳에 오래 머무는 대기 패턴을 일컫는다. 

특히 이번에는 따뜻하고 습한 아열대 공기를 동반한 고기압이 프랑스를 거쳐 영국 상공에 수일간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둔 ‘열돔(Heat Dome)’이 형성됐다. 마치 거대한 압력솥 뚜껑처럼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서유럽 전역의 기온을 끌어올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높은 습도와 열대야까지 겹쳐 건강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설명이다. 

기후 과학자들은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변화가 이번 유럽 폭염의 강도와 지속 기간을 키웠으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번과 같은 폭염은 사실상 발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온이 오를수록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늘어난다. 보통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은 약 7% 증가한다. 이렇게 늘어난 수증기는 습도를 높이고, 밤에도 기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높은 습도는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하게 해 체온을 낮추기 어렵게 만든다.

영국 왕립기상학회(RMS)는 폭염을 평가할 때 단순 기온만 볼 것이 아니라 이슬점(공기 중 수분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 습구 온도, 열스트레스지수처럼 열과 습도를 함께 반영하는 지표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RMS는 “2022년 7월 영국이 처음 40℃를 넘었을 때는 공기가 매우 건조했지만, 2026년 6월 폭염은 매우 습하다”며 “기온이 그만큼 높지 않아도 체감 더위는 훨씬 심하고, 특히 밤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탈수와 열사병, 사망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극심한 폭염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진 데에는 유럽의 생활 환경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열 스트레스를 ‘조용한 살인자’라고 표현하며 “유럽의 주거지와 직장, 학교는 현재와 같은 극한 폭염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럽은 가정과 학교, 공공시설의 냉방시설 보급률이 한국보다 낮고, 겨울철 보온을 중심으로 설계된 건물이 많아 폭염이 이어질 경우 실내에 축적된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

한국도 장마 뒤 ‘습한 폭염’ 대비해야 

한국도 올여름 폭염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올여름(6~8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대체로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서도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으로 열돔과 비슷한 대기 정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장마 이후에는 높은 습도가 장기간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체감온도와 열 스트레스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높은 습도에서는 땀이 증발하지 않아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고, 탈수와 열탈진, 열사병 위험도 크게 높아진다. 특히 밤에도 기온과 습도가 떨어지지 않으면 몸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해 심혈관질환이나 호흡기질환 악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유럽 폭염에서도 전문가들은 낮 최고기온 자체보다 밤에도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고 습도가 높게 유지된 점이 사망자를 늘린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폭염 예방을 위해 수분을 자주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식 흐려지고 몸 뜨거우면 즉시 119

영국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낮에는 커튼과 블라인드로 햇빛을 차단하고,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는 창문을 열어 실내 열을 배출할 것을 권고한다. 통풍이 잘되는 밝은색 옷을 입고, 시원한 물로 샤워하거나 젖은 수건으로 피부를 식히는 것도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분을 꾸준히 섭취하고, 어린이와 노인, 만성질환자는 더운 시간대 야외활동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질병관리청도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물을 자주 마시고 한낮 야외활동을 자제하며, 의식이 흐려지거나 체온이 40℃ 이상으로 오르면 열사병을 의심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식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억지로 물을 먹이지 말고, 시원한 곳으로 옮겨 몸을 신속하게 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청은 열사병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표준화한 ‘응급실 열사병 진료지침’을 처음 마련해 전국 530여 개 응급의료기관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열사병은 체온을 얼마나 빨리 낮추느냐가 생존율을 좌우하는 만큼, 의료현장에서 보다 신속하고 일관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질병청은 “여름철 폭염에 따른 건강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만큼, 의료인이 임상 현장에서 온열질환을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열사병 진료 지침을 통해 표준화된 진단 및 적절한 치료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나아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자료의 정확도와 신뢰도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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