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서 주로 정맥주사로 써온 카바페넴계 항생제를 먹는 약으로 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늘고 복잡성 요로감염 환자의 입원·주사치료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구용 카바페넴계 항생제라는 새 선택지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GSK와 스페로 테라퓨틱스(Spero Therapeutics)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경구용 항생제 ‘유테브지’(성분명 테비페넴 피복실)를 성인 복잡성 요로감염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적응증에는 신우신염도 포함된다. 신우신염은 요로감염이 신장까지 올라가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유테브지는 미국에서 승인된 첫 경구용 카바페넴계 항생제다. 카바페넴계 항생제는 내성 그람음성균 등 중증 감염 치료에 쓰이는 강력한 항생제 계열이다. 그동안 이 계열 항생제는 주로 정맥주사 형태로 사용돼 입원 치료나 주사센터 방문, 가정 내 정맥주사 관리가 필요했다.
이번 허가로 일부 환자는 병원 기반 주사치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의료진 판단에 따라 먹는 약으로 치료를 이어갈 가능성이 생겼다.
다만 모든 요로감염 환자에게 쓰는 약은 아니다. FDA 허가는 대체 가능한 경구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거나 없는 성인 복잡성 요로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복잡성 요로감염, 먹는 카바페넴으로 치료 길 넓혀
요로감염은 방광, 요관, 신장 등 소변이 지나가는 길에 세균이 침투해 생기는 감염이다. 흔한 방광염처럼 비교적 단순한 감염도 있지만, 당뇨병, 요로 구조 이상, 요로결석, 카테터 사용, 면역저하, 신장 이식 등 위험요인이 있으면 치료가 더 어려운 복잡성 요로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복잡성 요로감염은 단순 요로감염보다 치료 실패 위험이 크고, 감염이 신장까지 번질 수 있다. 신우신염이 생기면 고열, 오한, 옆구리 통증, 메스꺼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요로감염과 신우신염은 의료현장에서 자주 다뤄지는 감염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급성 신우신염 진료인원은 2010년 14만 명대에서 2014년 17만 명대로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에서도 요로감염 관련 입원 부담은 줄지 않고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문제는 항생제 내성이다.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균이 늘면 더 강한 항생제가 필요하고, 이 경우 정맥주사 치료로 넘어가는 일이 많다. 경구용 카바페넴계 항생제는 상태가 안정적인 환자가 병원 밖에서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입원 기간이나 주사치료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유테브지는 특정 원인균에 의한 복잡성 요로감염에 사용된다. FDA 허가 대상 원인균에는 대장균, 폐렴간균, 엔테로박터 클로아카에 복합체, 클렙시엘라 옥시토카, 장알균 등이 포함됐다.
정맥주사 표준치료와 효과 비슷
이번 승인은 3상 임상시험 PIVOT-PO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는 입원한 성인 복잡성 요로감염 환자 1690명을 대상으로 유테브지와 정맥주사 카바페넴계 항생제인 이미페넴·실라스타틴을 비교했다.
환자들은 7~10일 동안 유테브지 600mg을 6시간마다 먹거나, 이미페넴·실라스타틴 500mg을 6시간마다 정맥주사로 투여받았다. 주요 평가 지표는 증상 호전과 원인균 제거를 함께 본 전체 치료 성공률이었다.
전체 치료 성공률은 유테브지군 58.5%, 이미페넴·실라스타틴군 60.2%였다. 두 치료군의 차이는 임상시험에서 정한 비열등성 기준 안에 들어왔다. 쉽게 말해 유테브지가 기존 정맥주사 치료에 비해 효과가 뒤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안전성도 기존 카바페넴계 항생제와 대체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상반응은 설사와 두통 등이었고, 대부분 경증 또는 중등도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카바페넴계 항생제 특성상 베타락탐계 항생제 과민반응, 중추신경계 이상반응, 발프로산 계열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은 주의가 필요하다.
GSK는 유테브지를 올해 말까지 미국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과 일부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은 GSK가 보유한다.
이번 허가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스페로는 2022년 FDA로부터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으며 한 차례 허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GSK가 스페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개발에 참여했다. 당시 GSK는 선급금 6600만 달러, 약 1000억 원을 지급했고, 개발·판매 성과에 따라 최대 5억2500만 달러, 약 7900억 원의 단계별 기술료를 약속했다.
항생제는 내성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신중하게 써야 한다. 먹는 약이 나왔다고 해서 중증 감염 치료가 모두 외래 치료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허가는 항생제 개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강력한 주사 항생제를 먹는 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환자는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의료진은 치료 전략을 더 유연하게 짤 수 있다. 항생제 내성이 커지는 시대에 경구용 카바페넴이라는 새 선택지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