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약을 먹지 않고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당뇨병 관해(Remission) 사례가 최근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나이가 들어 갑자기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도 생활습관을 확 뜯어고치면, 3개월 이상 당뇨약을 전혀 먹지 않고도 잘 지낼 수 있다.
인도 연구팀은 대학원 졸업 학력으로 사무관리직에 종사하는 61세 남성이 생활습관을 획기적으로 고치는 체계적인 당뇨 치료 프로그램에 3개월 참여한 뒤, 꾸준한 노력으로 9년째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를 보고했다.
인도 ‘프리덤 프롬 당뇨병 클리닉’(Freedom From Diabetes Clinic)에 의하면 이 환자는 2016년 6월 건강 검진에서 제2형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의 당화혈색소(HbA1c)는 10.7%로 정상 기준(5.6% 이하, 전당뇨는 5.7~6.4%)을 초과했고, 식후 2시간 혈당도 278mg/dL로 정상 기준(140mg/dL)을 크게 넘어섰다. 체질량지수(BMI)는 28.8kg/m²로 아시아인 기준 비만이었고,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146/80 mmHg)을 동시에 앓고 있었다. 전형적인 대사증후군 환자였다.
약물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이 환자는 곧바로 당뇨약을 복용하는 대신, 클리닉이 제안한 3개월간의 ‘집중 생활습관 중재(ILI)’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식단, 운동, 스트레스 등 관리를 통합한 것이었다. 우유나 유제품을 섭취하던 채식 식단에서 유제품까지 완전히 배제한 식단(전체식품 기반의 식물성 비건 식단)으로 바꿨다.
아침 공복에는 시금치 등 잎채소와 과일, 허브, 향신료를 갈아 만든 해독 스무디를 마셨다. 아침 식사로는 탄수화물이나 곡물 대신, 싹을 틔운 생식 콩류와 조리된 렌틸콩을 50 대 50 비율로 먹었다. 점심과 저녁에는 단 한 가지 종류의 통곡물과 함께 조리된 채소, 생 샐러드, 콩류를 같은 비율로 섭취했다. 특히 하루 총칼로리를 1400~1600kcal로 엄격히 제한했다. 체중 감량을 가속화하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는 채소 주스만 마시는 주스 단식도 병행했다.
운동도 철저히 했다. 주 6일 동안 매일 아침 20~25분간 수영을 했고, 저녁에는 40~45분간 헬스장에서 가벼운 저항 운동(근력 강화 운동)과 요가(수르야 나마스카라)를 함께 했다. 매일 20분씩 걷거나 가볍게 뛰었고, 특히 식후 혈당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식사 직후 5~10분 동안 발뒤꿈치 들기, 제자리걸음 등 무중력(항중력) 운동을 빠짐없이 했다.
이에 더해 직업적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를 없애기 위해 매일 심호흡과 함께 명상을 하고 일기 쓰기, 목표 시각화 기법(SAAF GOAL)을 실천했다. 이 기법은 목표로 삼은 상황(Scene), 인물(Actors), 행동(Actions), 감정(Feelings)을 구체적으로 결합해 생생하게 그려내는 뇌 과학 기반의 시각화 기법이다. 환자들은 멘토의 도움으로 매일 모바일 메신저(WhatsApp)를 통해 혈당과 체중, 식사 사진을 담당 의사에게 충실히 보고했다. 전체 순응도는 매우 높았다.
그 결과 놀라운 반전이 나타났다. 3개월 프로그램을 마친 후 이 환자의 체중은 79kg에서 68.6kg으로 줄었고 당화혈색소는 약물 투여 없이 10.7%에서 5.7%로 뚝 떨어졌다. 중성지방(192→81 mg/dL)과 지질 수치도 크게 개선됐다. 8개월 차에는 당화혈색소가 5.5%까지 떨어졌다.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IR)는 3.08에서 정상 범위인 1.09로 낮아졌다. 이는 인슐린 민감성이 완전히 회복됐다는 뜻이다. 내장 지방률은 16%에서 9.5%로 줄었다.
연구팀은 이런 치료 효과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했다. 환자는 3개월의 집중 기간이 끝난 후에도 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스스로 유지했다. 그는 약 9년 동안이나 처방된 비건 식단,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요법을 어김없이 지켰다. 이런 생활습관 변혁에는 환자 동기 부여, 행동 상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환자는 2016~2024년 진행된 장기 추적관찰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당뇨약(혈당강하제)을 복용하지 않고 당화혈색소 5.5~6.1%의 관해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중요한 당뇨병 진단 검사(75g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 OGTT)'를 매년 무난히 통과하면서, 9년째 정상 포도당 내성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대사 지표가 극적으로 개선됐는데도 혈압은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 항고혈압제 복용과 심혈관 위험 모니터링을 계속했다. 혈당이 완치 수준으로 조절되더라도 나이를 감안해 심혈관 위험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환자의 사례는 제2형당뇨병이 돌이킬 수 없이 진행되는 만성병이라는 종전의 임상적 가정을 깼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당뇨 진단 초기에 식단, 운동, 스트레스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적인 생활습관 개선에 힘쓰면 60대 이상의 고령층도 약물 없이 당뇨병을 장기간 통제할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이다.
이 사례 연구 결과(Sustained Type 2 Diabetes Remission and Metabolic Health Through Intensive Lifestyle Intervention: A Case Report With a Nine-Year Follow-Up)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성인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형당뇨병의 핵심 원인은 인슐린 저항성이다. 고열량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신체 전반, 특히 간과 췌장, 근육 등 장기에 비정상적인 지방(이소성 지방)과 내장 지방이 쌓이면 세포가 인슐린의 신호에 반응하지 않게 된다.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혈관에 그대로 남으면서 만성적인 고혈압, 혈관 손상, 심혈관병을 일으킨다.
최근 국내외 의학계는 생활습관의 교정이나 체중 감량으로 당뇨병도 ‘관해’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관해는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주사 등 당뇨약을 전혀 복용·투여하지 않고도 3개월 이상 당화혈색소 수치를 6.5% 미만으로 유지하는 상태를 뜻한다. 영국 임상시험(DiRECT 연구) 결과 등에 따르면 제2형당뇨병 진단 6년 이내의 환자가 체중을 15kg 이상 줄였을 때의 관해율은 8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을 10~15kg 감량한 경우에도 약 57%가 약물 없이 정상 혈당을 회복했다.
현재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약 16.7%다. 전당뇨(당뇨병 전단계) 인구까지 포함하면 약 1500만 명이 당뇨병의 위협을 받고 있다. 진단 초기의 관해 전략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당뇨병 환자의 생활수칙=첫째, 통곡물·식물성 위주의 탄수화물 제한 식단이 필수적이다. 흰쌀밥, 밀가루, 설탕 등 단순 당질을 멀리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과 콩류, 신선한 채소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 둘째,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저항성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포도당의 70% 이상은 전신 근육에서 흡수되므로 유산소 운동과 함께 스쿼트나 아령 등 근력 운동을 주 3~4회 이상 해야 한다.
셋째, 식후 5~10분 무중력운동(항중력운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식사 직후 곧바로 앉거나 눕지 않고 가볍게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계단을 오르면 혈당 피크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넷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관리가 중요하다. 만성 스트레스는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므로 매일 10~20분의 명상이나 복식 호흡, 일기 쓰기로 이를 완화해야 한다.
다섯째, 자가 모니터링과 주기적인 심혈관 검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혈당과 체중을 기록하는 자가 점검을 생활화하고, 혈당이 정상화됐더라도 매년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지질 검사로 합병증 위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당뇨병 관해(Remission)란 정확히 무엇이며 완치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A1. 당뇨병 관해는 당뇨병 치료제나 혈당 강하제를 일절 복용하지 않고도 최소 3개월 이상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6.5% 미만으로 유지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의학계에서 '완치' 대신 '관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완벽히 정상 혈당을 찾았더라도 올바른 생활습관이 무너지거나 체중이 다시 증가하면 언제든 당뇨병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해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잠재적 완치'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Q2. 60대 이상의 노년층 환자도 이 사례처럼 약 없이 당뇨병을 고칠 수 있을까요?
A2. 네, 가능합니다. 이 사례 속 환자도 61세에 처음으로 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 철저한 생활습관 개선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정상화하고 9년 동안 관해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모든 노년층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짧을수록, 진단 시 췌장 내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을수록, 초기 체중 감량 폭이 클수록 장기 관해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Q3. 혈당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면 고혈압약이나 고지혈증약도 모두 끊을 수 있나요?
A3.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환자는 9년 동안 혈당을 완벽하게 통제했고 지질도 개선됐지만, 나이가 들면서 혈압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 항고혈압제를 하루 반 알씩 계속 복용했습니다. 대사 기능이 전반적으로 회복되더라도 노화나 직업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심혈관계 위험 요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혈당이 정상화됐다고 해서 다른 만성병 약을 의사의 진단 없이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