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기침·가래 잦은 60대男, 고환 부어올라 병원 갔더니…뜻밖의 병?

폐결핵과 이에 따른 ‘고환결핵’ 동시 발견/“호흡기 증상, 절대 무심코 넘기지 마세요”

젊은 남성이 폐 X선 필름을 들고 있다. 결핵균은 폐만 침범하지 않는다. 온몸에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결핵균에 의한 병을 폐결핵과 폐외결핵으로 나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0대 남성이 두 달 동안 통증 없이 퉁퉁 부어오르는 고환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초기 증상으로 미뤄보아 고환암을 의심했다. 하지만 정밀 검사 결과, 고환에 생긴 딱딱한 덩어리는 결핵균이 고환을 파괴해 만든 고름집(농양)인 것으로 드러났다.

콜롬비아 국립대 영상의학과 연구팀은 60대 남성의 폐 속 결핵균이 혈액을 타고 내려가 고환 등 성기의 조직을 심하게 손상시킨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다. 이 환자는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을 자신이 걸핏하면 걸리는 감기 때문인 줄 알고, 대충 대충 넘기곤 했다.  하지만 두 달 전부터 양쪽 고환이 점점 더 붓고 큰 혹(종괴)이 만져졌다. 통증은 별로 없었다.  

연구팀은 통증이 없으면서 고환이 점차 커지는 증상을 바탕으로, 처음에는 고환암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정밀 영상 검사 결과, 환자의 상태는 예상과 사뭇 달랐다.

이 환자는 폐 속에 구멍이 뚫리는 현상(공동화 현상)을 동반한 활동성 폐결핵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마냥 방치한 결핵균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다가 비뇨생식기계까지 침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성 덩어리는 영상학적으로는 고환암과 거의 똑같아 자칫 오인하기 쉬웠다.

결핵균은 이미 환자의 정낭과 양쪽 부고환에까지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오른쪽 고환에 큰 고름집을 만들어 고환 조직을 심하게 파괴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고환암과의 정확한 감별 진단과 치료를 위해 즉시 고환 농양 배액술을 시행했으며, 분비물 검사(PCR)를 통해 고환결핵이라는 최종 진단을 내렸다.

환자는 감염내과에서 항결핵제 투약 치료를 받은 뒤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연구팀은 “고환결핵은 고환암과 매우 유사해, 불필요하게 고환을 통째로 잘라내는 근치적 수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이 환자처럼 통증이 없더라도 고환이 커지거나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비뇨생식기 결핵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기 진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례 연구 결과(Imaging Findings of Testicular Tuberculosis: A Case Report and Pictorial Review)는 최근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결핵이라면 흔히 기침과 가래를 동반하는 폐결핵만 떠올린다. 하지만 결핵균은 혈액이나 림프관을 타고 우리 몸의 어디든 침투할 수 있다. 결핵균이 폐가 아닌 다른 장기에서 발병하는 것을 폐외결핵(Extrapulmonary Tuberculosis)이라고 부른다. 통계적으로 전체 결핵 환자의 약 80~85%는 폐결핵을, 약 15~20%는 폐외결핵을 앓는다.

보건 당국은 폐결핵과 폐외결핵에 함께 걸린 환자를 공중보건 상 더 중요한 폐결핵으로 우선 분류한다. 이 때문에 순수 폐외결핵 환자의 비율은 약 11~17% 선으로 보고되지만 실제 유병률은 이보다 더 높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결핵진료지침과 국내 임상 데이터를 보면 한국인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폐외결핵의 부위는 흉막(결핵성 흉막염)으로 전체 폐외결핵의 약 45%를 차지한다. 이어 목 주위가 붓는 림프절 결핵이 약 25%로 뒤를 잇는다. 이 두 부위가 전체 폐외결핵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밖에 소장과 대장 부위를 침범하는 장결핵 등 복부 소화기 결핵이 약 10%, 척추를 파괴하는 척추결핵(포트병) 등 골관절 결핵이 약 8%, 콩팥(신장)과 방광, 고환으로 번지는 비뇨생식기 결핵이 약 5%다. 뇌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결핵성 뇌수막염은 약 2% 내외로 빈도는 낮지만 사망률과 신경학적 후유증 위험이 가장 높다.

서구권에서는 림프절 결핵이 1위를,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결핵성 흉막염이 1위를 차지한다. 폐외결핵은 전염력이 없어 타인에게 옮기지 않지만, 환자 본인의 진단은 매우 늦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 가래 검사나 일반 흉부 X-선 촬영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결핵균이 침범한 것으로 의심되는 장기의 조직 검사나 흉수 천자, CT 및 MRI 검사를 거쳐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비뇨생식기 결핵이나 골관절 결핵은 초기엔 통증이 없고 서서히 진행된다. 암이나 일반 화농성 염증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거나, 몸 특정 부위에 통증 없는 멍울이나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즉시 결핵의 전신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고환결핵이나 림프절결핵 같은 폐외결핵도 주변 사람에게 감염되나요?

A1. 아닙니다. 폐외결핵은 기침할 때 균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아 타인에게 결핵을 옮기는지 않습니다. 다만 이 60대 남성처럼 활동성 폐결핵과 폐외결핵에 동시에 걸린 환자는 폐결핵균을 주변 사람에게 옮길 수 있습니다.

Q2. 폐외결핵은 일반 폐결핵과 치료 방법이나 기간이 다른가요?

A2. 기본적으로 치료제는 같습니다. 여러 종류의 항결핵제를 함께 복용하는 표준 처방을 따릅니다. 흉막염이나 림프절 결핵 등은 폐결핵과 마찬가지로 보통 6개월간 약을 복용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핵성 뇌수막염이나 뼈와 관절을 침범한 골관절 결핵의 경우에는 경과에 따라 9~12개월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합니다.

Q3. 통증이 없는데도 고환결핵이나 장결핵 같은 심각한 상태일 수 있나요?

A3. 그렇습니다. 결핵균은 아주 서서히 진행되며 육아종성 염증을 만들기 때문에, 초기에는 급성 세균성 염증과 달리 통증이나 고열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례 속 환자도 고환에 고름이 차는 두 달간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프지 않더라도 각종 장기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배에 물이 차는 등 이상 징후가 있으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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