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생각의 씨앗이 바뀌면 건강이 바뀐다”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목화꽃.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학창 시절 우리는 한 인물을 배운다. 중국에서 목화씨 반출이 엄격하게 통제되었는데, 붓 대롱에 목화씨를 몰래 숨겨 들여온 문익점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이야기는 대개 거기까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문익점의 삶을 들여다보니, 진짜 어려움은 목화씨를 들여오는 데 있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다음에 목화씨를 이 땅에 뿌리고 키우고 퍼뜨리는 과정이 더 큰 시련이었다. 중국에서 목화솜을 독점적으로 들여오던 거대 상단(商團) 예성방의 집요한 방해가 있었다. 목화를 국내에서 재배하면 그들의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필자가 겪고 있는 상황이 문익점의 처지와 닮지 않았을까. 필자가 소개하려는 것은 목화씨가 아니라 하나의 생각이다.

미국의 생화학자 배리 시어스는 1995년 《The Zone》이라는 책을 통해 식사를 칼로리 중심이 아니라 호르몬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필자는 이 책을 《나와 가족을 위한 휴먼영양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소개했다. 이 새로운 관점은 기존 영양학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인류의 건강을 지켜 온 기존 영양학의 노력과 공로는 분명하다. 다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몸을 이해하는 시선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 변화를 ‘영양의 지동설’이라고 부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노자의 사상을 만났고, 특히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는 말이 큰 울림을 주었다. 서로 다른 것이 함께 존재하며 균형을 이룬다. 이 말을 생리 현상과 연결해 보고는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 몸에서는 아이코사노이드(Eicosanoids)와 레졸빈(Resolvins)이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며 작동하고 있다. 염증을 일으키는 신호와 염증을 가라앉히는 신호가 서로 균형을 이루며 몸을 보호한다. 바로 유무상생의 모습이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 속에서 한 문장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과 달라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처음 들으면 낯설 수도 있다. 우리는 음식이 몸을 만드는 재료라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분자 수준에서 보면 음식은 처음부터 내 몸의 일부가 아니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처럼 분명한 이물질은 면역세포가 곧바로 인식한다. 우리 몸에는 레이더처럼 작동하는 비만세포(Mast cell)가 있어서 낯선 물질을 감지하면 다양한 면역반응을 시작한다.

흥미로운 점은 음식이다. 음식 역시 내 몸과 다른 물질이다. 그러나 음식은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탄수화물(포도당), 단백질(아미노산), 지방(지방산)이라는 영양소로 바뀌어 흡수된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레이더를 피해 들어오는 스텔스(Stealth)를 떠올리게 한다. 몸 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조용히 호르몬 시스템을 움직이고, 아이코사노이드와 레졸빈 시스템을 통해 염증반응의 방향을 조절한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몸의 균형을 바꾸는 신호들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다. 내가 먹은 한 끼가 몸 안에서 어떤 신호를 만들어낼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우리는 식사 후의 대사 과정을 직접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어떤 비율로 먹을지는 선택할 수 있다.

배리 시어스는 이를 블록(Block)이라는 간단한 식사 단위로 설명했다. 탄수화물 9g, 단백질 7g, 지방 3g을 1블록(Block)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보통 체격의 여성은 하루 11블록, 남성은 14블록 정도의 식사가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제안한다. 자동차에 정품 연료를 넣어야 엔진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듯이, 우리 몸 역시 균형 잡힌 영양소를 공급할 때 호르몬 시스템과 아이코사노이드·레졸빈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그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식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결국, 필자가 전하고 싶은 것도 식사 비율 자체보다는 몸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다.

문익점의 목화씨가 의복 문화를 바꾸었듯이, 이 작은 생각의 씨앗도 언젠가 건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싹틔우기를 바란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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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sm*** 2026-06-15 13:55:37

    남들이 보지 못한 곳에서 '생각의 목화씨' 한 톨틔우고 키우는 일,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첫 손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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