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다른 체계, 다른 언어, 하지만 마음은 하나”...한·러 의사들, 손 맞잡다

‘그린닥터스’ 연해주 공동진료 현장 르뽀 제2보

6월 8일 오전, 러시아 연해주 하산스키에 있는 하산중앙병원 2층 안과 진료실. 러시아 안과의사가 그린닥터스 한국 의사의 진단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체계가 다른 두 나라 의사가 같은 진료실에서 공동진료를 펼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단순한 봉사를 넘어 의료교류의 새 장을 연 셈이다.

다음은 러시아 의료봉사 현장에 있는 그린닥터스 임종수 공보이사(온병원 행정원장)가 보내온 두번째 소식. 최대한 원문 그대로 옮겨 싣는다. <편집자 주>

“다른 체계, 다른 언어, 하지만 마음은 하나”...한·러 의사들, 손 맞잡다
공동진료에 앞서 하산중앙병원 병원장과 그린닥터스 의료진이 만났다. 뒷줄 왼쪽부터 정오스님(범어사 주지), 임영문 목사(부산 평화교회), 정여스님(범어사 방장), 예브게니 병원장, 정근 단장, 신요안 신부(부산 안락성당). 앞줄은 왼쪽부터 정종훈 울주병원장, 김석권 온병원 성형센터장, 박명순 그린닥터스 사무총장, 윤선희 온의료재단 이사장, 임종수 공보이사. 사진=그린닥터스

“선진 안과 진단에 현지 의사 감탄”…한국 의사의 ‘통역 진료’

이날 그린닥터스 러시아봉사단 정근 단장(온병원그룹 원장, 안과)은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 심각한 안질환을 앓고 있는 현지 환자 5명을 진료했다. 통역을 통해 증상을 듣고, 다시 통역으로 진단 소견을 전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의 손끝과 눈빛은 망설임이 없었다. 한 환자는 “그동안 눈 질환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렸는데, 오늘 자세한 설명을 듣고 그 공포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간단한 문진과 기본 검사만으로 이토록 빠르고 정확하게 결론을 내리는 걸 보고는 러시아 안과의사도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왼쪽은 정근 그린닥터스 한러의료봉사단장(안과). 오른쪽은 김석권 온병원 센터장(성형외과)과 정종훈(가정의학과) 울주병원장. 사진=그린닥터스

“설득력 있는 설명에 고개가 절로”…외과와 내과도 쌍방향 협력

온병원 성형센터 김석권 센터장(전 동아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은 울주병원 정종훈 병원장(가정의학과)과 함께 러시아 외과의사의 진료에 동참했다.

올해 47세 남자 환자는 심한 췌장염 때문에 수술을 받았다. 이 때는 수술 부위에 튜브를 삽입하여 체액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고 있는 상황. 수술 후 6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췌장액은 15cc 정도 배출된다고 했다.

이 튜브를 언제 제거해야 하는 것이 이 환자의 문제. 췌장염 수술을 왜 했는지 의문이기도 했지만, 달고 있는 튜브를 보니 약간 붉은색의 염증성 색깔의 체액이 나오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였다.

그런데, 러시아 의사는 “환자에게 항생제는 투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김석권 센터장은 항생제 투여가 필요할 듯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동진료에 참여한 정종훈 울주병원장과의 논의 끝에 “항생제를 1주 이상 쓴 후 복강경 수술 또는 복부절개로 접근하여 튜브를 뺀 후 튜브 삽입부를 봉합해야 될 것 같다”고 하산중앙병원 외과의사에 조언했다.

튜브를 바로 빼버리면 췌장액이 장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담당 주치의는 이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번엔 간호사로 일하는 57세 환자가 왔다. 초음파로 볼 땐 배에 950cc에 달하는 복수가 차 있었지만, 여러 검사에선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

김석권, 정종훈 두 사람은 검사 결과를 꼼꼼히 검토한 뒤 “복수 천자를 통한 분석 검사가 필요하다”고 러시아 환자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환자는 침습적 검사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검사 기록들을 모두 복사해 드릴 테니 나중에 한국에 가더라도 꼭 정확한 진단을 부탁한다”고 애원했다.

이에 한국 의료진은 그의 진료기록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추후 부산 온병원 의료진의 정밀 분석을 통해 필요한 조치를 돕기로 약속하며 공동진료를 마쳤다. 간호사인 환자는 “이제는 희망이 보인다”며 두 한국의사들의 손을 꼭 잡았다.

“의료 체계는 달라도, 환자를 향한 마음은 하나”

이번에 그린닥터스와 온병원 의료진이 공동진료를 했던 하산중앙병원은 러시아 극동 연해주 하산스키에 위치한 거점 공공의료 기관이다.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하산중앙병원은 입원 병상 197개, 간호 병상 14개 규모로 하루평균 600명을 외래진료하고 있다. 하산스키 전역의 14개 진료소와 응급실을 비롯해 외상 및 정형외과, 내과, 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 수술실, 중환자실도 운영하는 하선지역 거점 종합병원.

그린닥터스 정근 단장은 “이번 한-러시아 진료는 단순한 의료봉사를 넘어, 서로 다른 시스템을 가진 의사들이 환자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한·러 의료교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산중앙병원 측도 “한국 의료진의 전문성과 세심함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지속적인 교류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참고=비 내리는 러시아 크라스키노에 드리운 ‘K-의료’의 따뜻한 손”(코메디닷컴 2026년 6월 8일자) https://kormedi.com/2822907/

참고="9년 전 암수술 받았던 고려인3세 찾아 러시아 왕진"(코메디닷컴 2026년 6월 5일자). https://kormedi.com/2822107/

러시아 연해주 하산중앙병원. 사진=그린닥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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