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9년 전 암수술 받았던 고려인3세 찾아 러시아 왕진

그린닥터스, 연해주 독립군 후손들 의료봉사…의료사업 러시아 거점도 모색

사진=그린닥터스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와 부산 온병원이 5일부터 10일까지 5박 6일간 러시아 연해주에서 의료봉사 대장정을 시작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러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국경과 이념을 넘어 따뜻한 인술과 동포애를 실천하는 민간 외교관들이다.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안과)을 단장으로, 온병원 김석권 성형센터장, 울산군립울주병원 정종훈 병원장, 온그룹의료재단 윤선희 이사장 등과 그린닥터스 임원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고려인 동포와 현지 주민들이 밀집한 연해주 하싼 크라스키노 일대를 찾아 무료 진료를 펼칠 예정이다.

9년 만의 감동적인 ‘왕진 재회’

이번 봉사의 가장 큰 화제는 고려인 3세 문 류드밀라(60대) 왕진이다. 문 씨는 2017년 러시아 현지 병원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았으나, 가난과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치료를 포기한 채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사연은 두만강 국경지대에서 농업사업을 하던 김토마스 대표를 통해 부산으로 전해졌다. 부산 온병원과 그린닥터스는 외국인 환자 수술에 따른 외교적·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결정했다. 당시 장벽이 붙는 협착이 심해 복강경 수술조차 어려운 최악의 상태였지만, 온병원 외과팀의 5시간 반에 걸친 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완치됐다. 문 씨는 6개월간 한국에서 후속 치료를 받은 뒤 2018년 1월 고향으로 돌아갔다.

9년 전 암수술 받았던 고려인3세 찾아 러시아 왕진
지난 2018년 당시, 온병원에 입원해 수술 받은 문 뮤드밀라 환자. 온병원 정근 원장(그린닥터스 이사장)도 자주 병실을 들러 문씨를 보살폈다. 사진=그린닥터스

그로부터 8년여 만인 이번 봉사에서 그린닥터스 팀이 다시 문 씨의 자택을 찾아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 정근 이사장은 “우리가 나라를 잃었던 시절, 목숨을 내걸고 일제;와 맞섰던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보듬는 일은 21세기 우리가 이어가야 할 또 다른 독립운동”이라 했다.

독립운동 성지에서 다시 피워올리는 평화의 밀알

크라스키노 지역은 안중근 의사가 단지동맹을 맺었던 역사적 장소이자, 항일 의병훈련소가 있었던 민족의 성지다. 봉사단은 이곳에서 슬라뱐카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집중 무료 진료를 실시한다.

7일 크라스키노 도착 후 본격적인 진료 활동에 들어가며, 8일에는 하싼중앙병원(병원장 예브게니)을 방문해 필수 의약품과 의료물품을 기증하고, 온병원과의 의료교류 협약을 체결한다. 이는 향후 남·북·러 공동의료사업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부산은행(2천만원)과 신한은행(1천만원)의 후원으로 실현된 이번 봉사단은 러시아 일정을 마친 뒤 중국 용정 명동촌 윤동주 생가와 백두산 천지를 탐방하며 역사의식을 되새긴 후 10일 귀국한다.

사진=그린닥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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