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고니 '여름이'의 아빠 '날개'는 날지 못한다. 1996년 사냥꾼의 총에 맞아 영구 장애를 입은 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 날개 없는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여름이가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2300km 하늘 길을 스스로 왕복했다. 철새의 본성을 회복한 것이다.
여름이는 한동안 부산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에서 야생 적응 훈련을 받았었다. 조류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인공 포육 개체의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야생의 이주 본능을 완전히 회복한 생태학적 성과"로 본다.
부산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9일 "큰고니 여름이가 2025년 봄 러시아 번식지로 출발했다가 가을 경북으로 내려와 겨울을 보내고, 올해 3월엔 적응 훈련을 받았던 부산 낙동강 하구 을숙도로 돌아온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4월에는 다시 러시아로 북상했으며, 현재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프리모르스키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큰고니가 야생 무리에 합류해 왕복 이주를 완수한 건 국내 최초 사례로 알려졌다. 큰고니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종이다.
여름이는 2023년 5월 용인 에버랜드에서 부화했다. 같은 해 10월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로 옮겨져 체계적인 야생 적응 훈련을 받았다. 2025년 봄, 등에 부착된 GPS 장치가 여름이의 첫 비행을 기록했다. 울산과 북한을 거쳐 러시아 프리모르스키까지, 단숨에 날아간 궤적이었다.

가을이 되자 여름이는 2025년 10월 경북 영덕·경산 인근으로 내려왔다. 겨울을 보낸 뒤 2026년 3월, 다소 늦은 시기에 을숙도로 돌아왔다. 한 달 넘게 대체서식지와 인근에서 먹이를 섭취하며 머물다가 4월 다시 러시아로 떠났다. 아버지의 고향인 러시아와 한국을 잇는 1만 리 하늘길을 두차례 왕복한 셈이다.
서진원 낙동강하구에코센터장은 "을숙도에서 성장한 여름이가 본래 번식지인 러시아에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낙동강 하구가 철새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안전한 보금자리인지를 증명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 최고의 서식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