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3일 (월)

젊은 장내세균 돌려받은 쥐…간암이 생기지 않았다

장이 늙으면 간도 늙을까…'간암 0건' 실험이 남긴 메시지

연구원이 영하 80도에 보관되었던 생물학적 샘플을 확인하고 있다. 초저온 냉동고는 혈액·세포·미생물 등 연구용 샘플을 장기간 보관할 때 사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젊을 때 내 장내세균을 냉동 보관했다가 늙어서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 연구진은 실제로 비슷한 실험을 했다. 젊은 장내세균을 돌려받은 생쥐 8마리에서는 간암이 한 마리도 생기지 않았다.

이 결과가 곧 사람의 간암 예방으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노화 연구자들이 최근 장에 주목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단서로는 충분하다.

젊을 때 보관한 장내세균 늙어서 돌려받았다

간암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암 중 하나다.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 방법도 제한적이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 소화기내과 칭제 리 박사 연구팀은 장내세균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그러던 중 장내세균 변화가 간 건강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시작됐다.

연구팀은 생쥐가 생후 4개월일 때 대변 샘플을 채취해 영하 80도에 냉동 보관했다. 대변 속에는 수십억 개의 장내세균이 포함돼 있다. 같은 생쥐들은 12개월이 됐을 때부터 보관해뒀던 장내세균을 이식받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10개월간 이어졌다. 생쥐 수명이 약 2년임을 감안하면 사람으로 치면 20~30대에 보관한 장내 미생물을 환갑 넘어 돌려받는 셈이다.

연구팀은 생후 22개월 무렵 간 기능과 분자 변화를 최종 평가했다. 젊은 장내세균을 돌려받은 생쥐 8마리에서는 간암이 한 마리에서도 생기지 않았다. 반면 아무 처치를 받지 않은 노화 생쥐 8마리 중 2마리에서 간암이 발생했다.

장이 늙으면 왜 간도 위험할까

그동안 노화 연구는 유전자·만성 염증·세포 손상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최근 장이 새로운 후보로 떠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장 속 미생물 구성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뇌·심장·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장과 간은 직접 연결돼 있다. 장에서 흡수된 물질은 문맥을 통해 곧바로 간으로 전달된다. 장이 보내는 신호를 간이 가장 먼저 받는다.

나이가 들면 장내세균의 구성이 달라진다. 유익균은 줄고, 염증을 유발하는 신호 물질은 늘어난다. 장 벽도 느슨해져 이 물질들이 혈관으로 새어 들어가기 쉬워진다.

연구팀은 노화된 쥐의 장 속 미생물에서 인슐린 저항성·만성 염증·장 점막 손상과 연관된 분자 신호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신호들이 간 손상을 누적시키고 암 발생 위험도 높인다고 판단했다.

리 박사는 "노화된 장내세균은 단순히 노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간 기능 이상과 암 위험을 적극적으로 높인다"고 설명했다.

장내세균 되돌리자 암 유전자도 잠잠해졌다

젊은 장내세균을 이식받은 쥐에서는 단순히 간암 발생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간 염증 수치가 낮아졌고, 간 손상 지표도 개선됐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것은 MDM2 유전자의 변화였다. MDM2는 간암 발생과 관련된 암 촉진 유전자다. 노화 쥐에서 높았던 MDM2 수치가 이식 후 젊은 쥐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리 박사는 "장내세균을 젊게 되돌리자 염증·섬유화·DNA 손상 등 노화의 핵심 지표들이 분자 수준에서 역전됐다"고 밝혔다.

냉동 보관보다 먼저 할 일

이번 연구는 생쥐 16마리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이다. 사람에게 바로 적용하기에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이 연구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장이 늙으면 간도 함께 늙을 수 있다.

자신의 장내세균을 보관해두는 방법은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을 건강하게 지키는 일은 당장 할 수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통곡류는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 김치·된장 같은 발효식품도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된다.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연구는 지난 5월 2일부터 5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화기질환 학술대회 '2026 미국 소화기질환 주간(Digestive Disease Week, DDW 2026)'에서 발표됐다.

리 박사는 DDW 현장에서 본인도 최근 자신의 장내세균 샘플을 따로 보관해뒀다고 밝혔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스스로 실천에 옮긴 셈이다. 연구자들이 장을 새로운 노화 연구 무대로 주목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간은 혼자 늙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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