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신약 심사, 세계서 가장 빠르게... 420일서 240일로 단축

식약처,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 방안 마련… “암·희귀질환 약 더 빨리 접근”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신기술 의료기기 등 의료제품의 허가·심사 기간이 다음 달부터 대폭 줄어든다. 암이나 희귀질환처럼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환자들이 새 치료제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도록 심사 체계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제품 허가·심사 기간을 기존 약 420일에서 240일 수준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다음 달 1일부터 관련 지침을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대상은 신약, 바이오시밀러, 신기술 의료기기 등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신약을 기다리는 환자와 희귀질환자에게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의료제품 허가·심사에는 평균적으로 미국은 약 300일, 유럽과 일본은 약 365일이 걸린다. 식약처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세계 최단 수준의 심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료 준비부터 심사까지 지연 요인 줄인다

이번 혁신안의 핵심은 허가 신청 전 준비 단계부터 실제 심사 단계까지 지연 요인을 줄이는 것이다. 식약처는 바이오·헬스 분야 심사 인력을 기존 369명에서 564명으로 늘렸다. 새로 확보한 인력은 안전성·유효성, 품질, 제조관리 등 핵심 자료 검토에 배치해 심사 속도를 높이면서도 안전성 검토는 강화할 방침이다.

제도 개선은 크게 세 갈래로 추진된다. 먼저 업체가 허가 자료를 준비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사전 점검용 체크리스트가 제공된다. 기존에는 업체가 자료를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상시험 관리기준(GCP),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위해성 관리계획(RMP), 품질 자료 등에서 누락이나 미비점이 발견돼 보완 요구가 반복되기도 했다.

앞으로 식약처는 자주 보완을 요구했던 항목과 업체가 자료 작성에 시간이 오래 걸렸던 부분을 중심으로 체크리스트를 마련한다. 업체가 허가 신청 전에 자료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허가 신청 전 상담도 강화된다. 지금까지는 신약 허가 신청 전 상담이 대체로 1회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2회 이상 대면회의를 진행한다. 업체가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사전에 논의할 내용을 정리해 제출하면 식약처가 이를 검토해 자료 준비 방향과 보완 필요 사항을 안내한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허가 신청 이후 뒤늦게 확인되는 지연 요인을 줄이고 심사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순차 심사 대신 동시 심사… 1차 검토 기간도 단축

심사 방식도 바뀐다. 그동안은 제한된 인력으로 비임상, 임상, 통계, 품질 자료 등을 순차적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분야별 전담 심사팀이 동시에 자료를 검토하는 병렬 심사 방식이 확대된다. 비임상팀, 임상팀, 통계팀, 품질팀이 각각 맡은 자료를 동시에 살펴보는 구조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업체가 허가 신청서를 낸 뒤 1차 자료 보완 요구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된다. 기존에는 의약품은 평균 87일, 의료기기는 평균 65일가량 걸렸지만, 앞으로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모두 약 25일 안에 1차 검토 의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더 빨리 확인하고 후속 자료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식약처는 이번 혁신안이 단순히 행정 처리 기간을 줄이는 조치가 아니라 허가·심사 체계 전반을 바꾸는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심사를 추진하되 안전성 검토를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신규 인력을 핵심 검토 분야에 집중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논의된 의료제품 허가·심사 체계 혁신의 후속 조치다. 식약처는 김용재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추진단을 꾸리고 업계 의견을 반영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 왔다.

식약처는 27일 의료기기 업계, 28일 의약품 업계를 대상으로 새 허가·심사 체계를 설명할 예정이다. 허가 신청 전 대면회의는 다음 달 1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식약처는 임상시험 기간 단축 방안과 의약품 인공지능(AI) 심사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면 환자는 새 치료제에 더 빨리 접근하고, 기업은 개발 이후 허가까지 걸리는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허가 속도와 함께 자료의 질, 안전성 검증, 심사 결과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K-바이오 경쟁력 강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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