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40~50대에 찾아오는 치매가 있다. 바로 조기 치매다. 그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소득 불안정성'이 지목됐다. 소득이 낮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거나, 수입 불안전성이 클수록 65세 이전에 치매가 발병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와 준365의원 고병준 원장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와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12년 건강검진을 받은 40~60세 성인 224만7461명을 평균 5.4년간 추적 관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와 2012년과 그 이전 4년간의 월별 건강보험료를 소득 지표로 삼아 소득 수준과 변동성이 조기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저소득 지속될수록 치매 위험 크게 높아져
분석 결과, 5년 내내 저소득 상태를 유지한 사람은 저소득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조기 치매 발병 위험이 1.6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5년 내내 고소득 상태를 유지한 사람은 고소득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보다 위험이 0.55배 수준에 그쳤다. 저소득이 길어질수록, 고소득이 오래 유지될수록 위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는 절대적인 소득 수준 만큼이나 소득의 안정성이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었다는 점이다. 소득 변동성이 가장 큰 집단은 가장 작은 집단보다 조기 치매 위험이 1.37배 높았다. 수입 규모보다, 수입이 얼마나 들쭉날쭉한 지가 뇌 건강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성 스트레스·의료 이용 중단이 뇌 노화 가속
연구팀은 소득이 감소한 경우, 특히 의료급여 수급 수준의 최저 소득 계층으로 떨어지면 이전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조기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러한 연관성은 알츠하이머병 뿐만 아니라 혈관성 치매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소득이 줄면 조기 치매 위험이 커지는 이유로 만성 스트레스와 의료 이용 중단에 따른 건강 관리 붕괴를 꼽았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혈압·혈당·지질대사 조절이 흔들리고,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까지 동반되면서 뇌 노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득에 따른 생활습관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 지속적인 저소득층은 신체 활동이 적고 우울증 비율이 높았으며, 흡연·음주 같은 건강 위해 행동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고소득층은 규칙적인 운동 비율이 높고 만성질환 관리 수준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저소득 상태와 높은 소득 변동성이 치매 위험의 유의한 증가와 관련되어 있음이 나타났다”고 결론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