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등 혈당 관리를 소홀히 한 50대 여성이 갑자기 이틀간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열이 많이 나고 숨쉬기가 곤란하고, 패혈성 쇼크까지 일으킨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인도 스리 라마찬드라 고등교육연구소(의대에 해당)는 부실한 혈당 관리로 당화혈색소가 12%나 되는 55세 여성 환자가 패혈성 쇼크까지 일으킨 사례를 보고했다. 이 환자는 제2형당뇨병 외에 만성폐쇄성폐질환, 양극성장애(조울증) 등을 앓고 있었고, 병원에 오기 전 3개월 동안 당뇨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 환자는 병원 응급실에 실려올 당시 패혈성 쇼크를 일으켜 의식이 뚝 떨어진 상태였다. 정밀 검사 결과 환자는 심한 콩팥 감염(기종성 신우신염)과 당뇨병의 치명적 합병증인 당뇨병성케톤산증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면역력이 뚝 떨어져 ‘위 털곰팡이증’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은 털곰팡이균이 혈관을 침범해 혈전(피떡)과 조직 괴사를 일으키는 진균 감염이다.
패혈성 쇼크는 미생물 감염에 대한 전신 면역 반응이다. 매우 심각한 저혈압과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가 빚는 응급 상태로 사망률이 30~50%나 된다. 수액을 충분히 공급해도 혈압이 잘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혈압을 급격히 올려주는 약(승압제)의 투여와 중환자실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
의료진은 즉시 인슐린 주입과 강력한 항생제 투여, 콩팥 스텐트 삽입술 등 응급 처치를 시행했다. 환자는 강심제(노르아드레날린, 바소프레신),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과 비슷한 성분 약인 하이드로코르티손(50mg, 6시간마다)을 복용했다.
의료진은 콩팥 염증이 극심한 환자의 소변 나가는 길이 막히지 않게 콩팥과 방광 사이에 가느다란 인공 배수관(스텐트)을 임시로 설치했다. 또한 몸속에 퍼진 세균을 잡기 위해 강력한 항생제(메로페넴)를 2주 동안 혈관에 주사로 투여했다. 특히 특정 진균(위 털곰팡이) 치료를 위해 리포솜 암포테리신 B(5 mg/kg/일)를 정맥으로 투여했다.
다행히 이 환자는 급성 콩팥 손상과 쇼크에서는 회복됐으나, 이후에도 지속적인 메스꺼움과 심한 식욕 부진을 호소했다.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 결과, 위의 특정 부위(대만곡 부위)를 따라 폭넓게 퍼진 점막 궤양과 죽은 조직이 발견됐다. 조직 검사에서는 위 털곰팡이균이 위벽을 뚫고 혈관까지 침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는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의료진의 권고를 무시하고 퇴원했고 이후 추적 관찰이 불가능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Gastric Mucormycosis in a Patient With Uncontrolled Diabetes: A Rare Presentation)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최근 3개월 평균 혈당을 보여주는 당화혈색소 수치는 정상이 5.6% 미만, 당뇨병 전단계가 5.7~ 6.4%이고 6.5% 이상은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가 7%를 넘으면 망막병증, 콩팥병, 신경손상 등 당뇨 합병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젊은 당뇨병 환자에 대한 혈당 관리 목표치를 6.5~7.0%로 잡는 경우가 많다.
대한당뇨병학회와 미국당뇨병학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당화혈색소 관리 목표는 건강한 노인이 7.0% 미만, 만성병이나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노인이 7.5%~8.0% 미만, 중증 합병증이나 치매가 있거나 요양원에 입원 중인 노인이 8.0%~8.5% 미만이다.
위 털곰팡이증은 털곰팡이균이 혈관을 침범해 혈전과 조직 괴사를 일으키는 진균 감염이다. 면역력이 바닥 수준까지 떨어진 환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특히 조절되지 않는 당뇨 환자의 산성 혈액 상태는 이 곰팡이가 번식하는 데 매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위장관 털곰팡이증은 전체 털곰팡이증의 2~8%에 해당한다. 하지만 진단이 늦으면 사망률이 30~60%나 된다.
혈액 산성도 높아지면 곰팡이 '번식 천국'
당뇨 환자가 곰팡이 감염에 취약한 것은 혈액 속 '당'과 '산도' 때문이다. 혈당이 크게 높아져 혈액이 산성으로 변하는 '당뇨병성 케톤산증' 상태가 되면, 면역 세포는 힘을 못 쓰는 반면 털곰팡이균은 혈액 내 철분을 빨아들이며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특히 이 균은 혈관을 파고들어 피가 통하지 않게 만들며, 이 과정에서 장기가 썩어 들어가는 괴사가 발생한다.
단순 위염으로 착각하기 쉬운 증상이 큰 위험
위 털곰팡이증이 무서운 이유는 증상이 일반적인 위염이나 위궤양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복부 불편감, 메스꺼움, 구토 등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위벽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이나 대량 출혈로 이어진다. 이 사례처럼 당뇨병 환자가 감염증 치료 후에도 까닭 모를 소화기 증상이 계속된다면 반드시 정밀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내분비내과 전문의들은 "당뇨 환자가 당화혈색소 1%를 낮추는 것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는 방어막을 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털곰팡이균은 평소 어디에 살고 있으며, 어떻게 감염되나요?
A1. 털곰팡이균은 흙, 공기, 먼지, 썩은 과일이나 채소 등 어디에나 존재하는 흔한 곰팡이입니다. 건강한 사람은 균을 들이마시거나 접촉해도 면역 시스템이 즉시 사멸시키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극도로 혈당 조절이 안돼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는 이 균들이 몸속으로 침투해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킵니다.
Q2. 당뇨병 환자가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면 무조건 위 털곰팡이증을 의심해야 하나요?
A2. 무조건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단순 소화불량과 달리 위 털곰팡이증은 당화혈색소가 매우 높거나 감염증을 앓고 난 직후에 주로 발생합니다. 만약 당뇨병 환자가 혈당 관리가 부실한 상태에서 높은 열이 나거나, 치료 후에도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심한 구토, 복통, 검은색 토사물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큰 병원을 찾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3. 당화혈색소 12%는 어느 정도로 위험한 수치인가요?
A3. 정상 수치(5.6% 미만)의 두 배를 훌쩍 넘는 매우 위중한 상태입니다. 당화혈색소 12%는 평소 혈당이 평균 300mg/dL 이상으로 계속 유지되었음을 뜻합니다. 이 정도 수치에서는 몸속 면역 세포가 설탕물에 빠진 것처럼 무력해지고, 혈액은 산성으로 변해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는 데 매우 좋은 환경이 됩니다. 몸속의 모든 장기가 합병증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