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3일 (목)

“말기 환자도 연명의료 보류·중단 선택할 수 있어야⋯법 개정 필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연명의료 미디어포럼 개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임종 과정에서의 연명의료 중단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건수는 벌써 300만 건(2025년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뿐 아니라 말기 환자들도 삶의 마지막 순간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이 개정 및 보완되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14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삶의 마지막 단계, 자기 결정과 최선의 의료’를 주제로 제5회 미디어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선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의 의료 현장 변화와 관련법에서 보완이 필요한 점 등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특히 생애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 사이에 갈등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분은 인공호흡기 착용 중단과 영양 공급을 위한 강제 급식 문제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포럼 연자로 참석한 김장한 울산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환자가 말기 상태로 입원하면 의료진은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혈압상승제 투여 등 특수 연명의료와 통증 완화, 영양분·물·산소 공급 같은 일반 연명의료까지 모든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자·보호자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말기 환자의 인공호흡기 착용은 임종 과정으로 판단되기 전까지는 중단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뿐 아니라 말기 환자도 연명의료를 보류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인정하면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콧줄(비위관) 삽입’을 둘러싼 환자와 의료진 간의 마찰도 갈등 요인으로 언급됐다. 김 교수는 “콧줄을 통한 음식물 투여 시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콧줄 사용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콧줄·위루관·TPN(총정맥영양)은 ‘특수 연명의료’로 분류해 말기 환자가 보류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영양분·물 공급의 경구 식이만 ‘일반 연명의료’로 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같은 날 포럼 연자로 참여했던 김대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은 “3월 통합돌봄이 시행됐음에도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 채 여전히 문서 작성과 의료 기관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자 가치·돌봄 중심의 사전돌봄계획(ACP) 구성 ▲대리의사결정 체계 도입 ▲재택의료센터의 거점 기능 강화 ▲임종기 판단 기준의 유연화와 포괄성 ▲연명의료 중단 이후 돌봄의 지속성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 김장한 교수와 김대균 센터장 발표에 이어 2부에서는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오석준 가톨릭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문재영 충남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등이 참여한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문재영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말기'와 ‘임종 과정’ 구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 교수는 “현행법이 환자의 건강 상태를 말기와 임종기로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질병 경과는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기 때문에 그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며 “의료진이 환자의 최선의 이익보다 법적 책임을 먼저 고려하는 방어적 의료를 할 위험이 있으므로, 선의에 기반한 임상 판단과 의사결정에는 법적·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석준 사무국장은 가톨릭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연명의료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의료 행위가 환자에게 실질적 유익을 주는 ‘균형적 의료'인지, 고통스러운 임종을 연장하는 ‘불균형적 의료’인지 지속적으로 식별해야 한다”며 의료의 균형성과 생명 존중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제도적·윤리적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주최한 ‘삶의 마지막 단계, 자기 결정과 최선의 의료’를 주제로 연 미디어포럼에 참석한 토의 패널들이 연명의료개정법 관련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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