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이지장의 일부(제3부위)는 두 개의 큰 혈관, 즉 '복부 대동맥'과 '상부 장간막 동맥' 사이를 지나간다. 이들 혈관 사이에 있는 지방층은 쿠션 역할을 하면서 각도를 25~60도로 유지해주며 그 덕분에 십이지장은 혈관에 눌리지 않고 음식물을 잘 통과시킨다.
최근 다이어트와 섭식장애로 체중이 38.5kg까지 줄어든 17세 여학생이, 십이지장이 지나가는 2개 혈관 사이의 지방층이 크게 줄면서 틈만 나면 음식물을 토하고 윗배 통증 등으로 고통을 받고 콩팥 기능까지 뚝 떨어진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영국 밀턴 케인즈 대학병원 등 연구팀은 대학 입시 준비를 하고 있는 영국의 17세 여학생이 수 주 동안 구토와 메스꺼움, 상복부 불편감, 음식물 섭취 어려움 등 증상이 끊이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심해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철결핍성 빈혈과 기능성 소화불량을 앓은 적이 있었으나, 음주·흡연·약물 복용 사실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밀 검사 결과 대동맥과 장간 사이의 각도는 17°(정상은 25°~60°), 거리는 7mm(정상은 10~28mm)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환자에게 '상부장간막동맥증후군(SMAS)'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 병은 두 혈관 사이의 각도와 거리가 좁아지면서 그 사이를 지나는 십이지장 제3부가 외부에서 압박을 받아 상부 위장관의 기계적인 폐쇄를 일으키고 구토, 통증, 포만감 등 증상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초기 48~72시간 동안 정맥 내 수액 보충과 칼륨·나트륨 등 전해질의 교정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했다. 항구토제(온단세트론, 메토클로프라미드)와 영양보충제를 투여하고, 고열량 식사를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 먹게 했다. 식후에는 왼쪽 옆으로 눕거나 비스듬히 눕는 자세(반좌위 자세)를 유지하는 자세 요법을 시행하게 했다. 환자는 입원 사흘 만에 무사히 퇴원했으며 외래에서 추적관찰을 받고 있다.
이 사례 연구 결과(Superior Mesenteric Artery Syndrome Presenting With Refractory Vomiting and Acute Kidney Injury: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환자는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니었다. 장기(십이지장)가 좁아진 두 개의 혈관(복부 대동맥과 상부 장간 막동맥) 사이에 끼었다. 두 혈관 사이에 있는 '지방 쿠션'이 빠지면서 혈관이 십이지장을 꽉 누르는 상태가 됐다. 이 때문에 십이지장의 음식물 섭취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음식물이 잘 내려가지 않아 위로 뿜어내는 난치성 구토 증상을 보였다. 수분 섭취는커녕 위액까지 계속 쏟아내니 몸 속의 수분이 바닥나서 심각한 탈수 증상에 시달렸다. 특히 콩팥(신장)이 빠른 속도로 손상되기 시작했다. 콩팥은 혈액이 충분히 공급돼야 노폐물을 걸러낸다. 탈수가 너무 심해 피가 끈적끈적해지고 양이 줄어들자 콩팥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됐다. 콩팥 기능의 지표(크레아티닌)가 정상치의 3~4배로 치솟아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다.
좁아진 두 혈관 사이의 각도를 다시 벌리려면 우선 지방을 채워 넣어야 한다. 잘 먹고 살을 찌워야 병이 낫는다. 탈수 증상은 정맥 수액으로 없애고, 지방층 감소 문제는 고열량 음식을 조금씩 나눠 먹어 해결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살이 빠지면 왜 소화가 잘 안되고 토할 수 있나요?
A1. 십이지장 위쪽에는 두 개의 큰 혈관이 지나갑니다. 평소에는 그 사이에 지방이 쿠션처럼 끼어 있어 십이지장이 눌리지 않게 공간을 확보해 줍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나 질병으로 살이 급격히 빠지면 이 지방 쿠션이 사라집니다. 결국 혈관이 십이지장을 꽉 누르게 돼 음식이 내려가지 못하고 위로 역류합니다.
Q2. 왼쪽으로 누우면 구토 증상이 좀 나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상부장간막동맥증후군(SMAS) 환자에게 '자세 요법'은 매우 중요합니다. 똑바로 누우면 중력 때문에 혈관이 십이지장을 더 강하게 누르지만, 왼쪽으로 눕거나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긴 자세를 취하면 혈관 사이의 각도가 일시적으로 벌어집니다. 그 덕분에 십이지장에 가해지는 압박이 줄어 통증이 완화되고 음식물이 더 쉽게 통과할 수 있게 됩니다.
Q3. 이 병은 꼭 수술을 해야만 고칠 수 있나요?
A3. 다행히 대부분의 경우 수술 없이 먹는 것만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치료법은 다시 살을 찌워 지방층(지방 쿠션)을 복구하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소화가 쉬운 고열량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어 영양을 보충합니다. 이 사례의 환자처럼 증상이 심해 탈수나 콩팥 손상이 온 경우에는 정맥 수액 주사 등 병원 치료를 병행해야 하지만, 지방층이 충분히 회복되면 혈관 각도가 정상으로 돌아와 완치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