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 연습 중에 뒤통수를 농구공으로 맞은 19세 남성이 몇 시간 뒤 몸 오른쪽이 마비되는 등 신경학적 증상을 보여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미국 브라운대 의대, 로드아일랜드 병원 등 공동 연구팀은 별다른 병을 앓지 않고 건강한 19세 남성이 뜻밖에 뇌농양을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환자는 신체의 오른쪽이 마비되고 감각에 이상을 느꼈으며 걸을 때 뒤뚱거렸으나 몸에서 열이 나지는 않았다.
평소 건강하던 이 환자는 일주일 전에는 코를 농구공으로 맞은 뒤 코피를 많이 흘렸고, 2주 전에는 비부비동염 증상을 일시적으로 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진은 정밀 검사(CT 및 MRI) 결과, 외상으로 인한 두개골 골절이나 외부 균이 직접 침투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농구공으로 뒷머리를 얻어맞아 뇌농양을 직접 일으켰다기보다는, 이미 진행되고 있던 농양으로 인해 나타난 증상을 촉발했거나 우연히 시기가 겹쳤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진은 CT, MRI 검사를 마쳤고 증상이 나타난 지 24시간 안에 정위적 흡인술로 고름을 빼내고 미생물 배양 검체를 채취했다. 이어 뇌농양 수술을 집도했고 이후 항균제 치료를 시작했다. 배양 결과에 따라 표적 정맥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을 6주간 투여했다. 환자는 수술 후 운동 피질 인근의 일부 부종으로 오른쪽 발에 새로운 마비 증상을 보였으나, 지지 요법과 물리 치료를 받아 꾸준히 개선됐다.
퇴원 4개월 후 추적 관찰 결과, MRI상에서 농양 병변이 거의 완전히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입원 기간 중 치과 검사, 흉부 영상, 경식도 심초음파, 고해상도 조영 흉부 CT 등을 실시했으나 감염원을 찾지 못해 최종적으로 ‘원인 불명(cryptogenic)’ 판정을 내렸다.
이 사례 연구 결과(Cryptogenic Perirolandic Brain Abscess in an Otherwise Healthy Young Man)는 최근 국제 학술지 《임상 사례 보고(Clinical Case Reports)》에 실렸다.
뇌농양, 뇌종양과 사뭇 달라…발생 원인, 증상, 진행 속도, 치료 등에서 큰 차이
뇌농양과 뇌종양은 영상 검사 상 겉모습이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발생 원인과 치료법 등은 완전히 다르다. 뇌농양은 세균(박테리아)이나 진균(곰팡이), 기생충 등이 뇌 조직 내부로 침투해 고름 주머니를 만드는 감염성 병이다. 일종의 ‘뇌 속 종기’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뇌종양은 뇌 자체나 주변 신경 등에서 비정상적인 세포가 통제할 수 없게 증식하는 신생물(혹)이며, 성질에 따라 양성과 악성(암)으로 나뉜다.
이 둘은 증상과 진행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다. 뇌농양은 진행 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발열, 오한, 백혈구 수치 상승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번 사례의 환자처럼 발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뇌종양은 종류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도 하며, 전신 감염 징후는 드문 편이다. 대신 종양의 위치에 따라 서서히 심해지는 두통이나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 방법도 크게 다르다. 뇌농양은 원인균을 없애는 항생제(항균제) 치료가 핵심이며, 고름을 뽑아내는 흡인술을 병행한다. 적절히 치료하면 병변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반면 뇌종양은 수술적 절제,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요법 등을 통해 치료하며 종양의 종류와 등급에 따라 완치 여부나 예후가 결정된다.
뇌농양 사망률, 17~32%로 높은 편…뇌실 안으로 고름 파열되면 특히 위험
뇌농양에 걸리면 초기에는 두통이나 가벼운 열이 나타나지만 농양이 커지면 뇌압이 상승하고 뇌 조직을 압박해 신체 마비나 언어 장애 등 심각한 신경학적 결손을 일으킨다. 뇌농양은 부비동염, 중이염, 치주염 등으로 염증이 뇌로 퍼지거나 혈액을 타고 다른 장기의 균이 이동하며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밀 검사에서 감염원을 찾지 못하는 원인 불명의 뇌농양도 전체 환자의 약 20~30%나 된다. 뇌농양의 사망률은 약 17~32%다. 특히 뇌실 안으로 고름이 파열될 경우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뇌농양의 연간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0.2~1.9명 수준이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흔하고 주로 전두엽과 측두엽에 발생한다. 뇌농양 치료에서도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다. 항생제 투여를 단 하루만 늦춰도 사망 위험이 50%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번 환자처럼 전형적인 증상인 발열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 갑작스러운 마비나 감각 이상이 발생하면 즉시 MRI 등 정밀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평소 면역력이 강하고 건강한 젊은 층도 몸에 일부 마비 증상이 새로 나타난다면 반드시 뇌농양을 의심해봐야 한다.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기보다 흡인술로 균을 확인하고 뇌압을 조절하는 것이 예후에 좋다. 퇴원 후에도 농양의 완전 소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3개월 이상의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뇌는 부비동이나 치아와 물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평소 만성적인 염증을 방치하지 않는 생활 습관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뇌농양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면역력이 정상인 젊은 층에서도 구강 내 세균이나 비부비동의 염증이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하면 농양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코 외상이나 비부비동 증상이 있었던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미세한 경로를 통해 균이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폐동정맥 기형처럼 혈액 속 세균이 걸러지지 않고 뇌로 직접 가는 숨은 신체적 요인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Q2. 뇌농양과 뇌종양을 영상 검사만으로 정확히 구분할 수 있나요?
A2. 최근 MRI 기술의 발달로 확산 가중 영상(DWI)이나 수소 자기공명 분광법(H-MRS)을 활용하면 뇌농양 특유의 고름 성분과 대사 부산물을 확인해 뇌종양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괴사성 뇌종양은 뇌농양과 매우 비슷한 형태를 띠므로, 최종 진단을 위해 환자의 검체를 미생물학적으로 배양하고 조직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Q3. 뇌농양 수술 후 재발할 가능성이 있나요?
A3. 뇌농양은 적절한 수술과 충분한 기간의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감염의 원인이 된 부비동염, 치주염, 심장병 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으면 혈액을 통해 다시 균이 들어와 재발할 수 있습니다.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MRI 검사와 함께 원인 질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